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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인문, 사회과학

쌍용자동차 투쟁도, 기록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쌍용자동차 투쟁도, 기록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서평] 아무도 잊혀지지 마라 / 점좀빼 지음 / 숨 쉬는 책공장 펴냄

국정원 댓글사건, 세월호 참사 등 박근혜 정부 들어 큰 쟁점이 되는 사안이 터질 때마다 늘 국정조사라는 단어가 따라다녔다. 이 많은 ‘국정조사’ 요구에 앞서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 국정조사가 있다. 바로 쌍용자동차 국정조사였다.

<아무도 잊혀지지 마라>는 대선 국면이던 2012년 초부터 쌍용자동차의 정리해고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온 2014년 2월까지의 기록을 담은 사진집이다. 이 책의 저자인 기록노동자 점좀빼는 “기록은 시간의 축적이자 역사가 될 수 있다”면서 ‘역사가 누구의 손으로 기록되느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를 자신의 손으로 기록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대한문 앞 분향소를 찾는다.

2년 가까이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하면서 점좀빼는 무엇을 보았을까. 그는 “하나는 자본과 국가요, 또 하나는 사람. 그냥 사람”을 봤다고 말한다. 자본의 회계조작과 금감원의 서류조작, 경찰특공대를 투입한 폭력진압과 마힌드라 자본의 인수, 그리고 그 여파로 인한 2600여명의 정리해고 앞에서 ‘노동자’는 배제됐고 배제된 그들은 공장에서, 거리에서, 그리고 분향소를 차린 채 싸워야했다. 점좀빼는 그 ‘사람’들을 찍었다.

점좀빼가 찍은 쌍차 해고노동자들은 늘 싸우고 있다. ‘국정조사 실시하라’는 팻말을 들고 새누리당 당사나 전당대회 현장 앞에 서 있거나, 싸이 콘서트에 참여하기 위해 몰려든 사람 앞에서 ‘함께 살자’고 외치고 있다.



아무도 잊혀지지 마라

저자
#{for:author::2}, 아무도 잊혀지지 마라#{/for:author} 지음
출판사
숨쉬는책공장 | 2014-05-02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싸우는 자, 기억하는 자의 끝나지 않은 기록 2009년 3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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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기록에 살아남는 노동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분향소에 늘어져 있는 영정들의 사진만으로도 쌍차 투쟁이 얼마나 큰 상처를 남겼는지 알 수 있다. 2009년 사측의 정리해고 이후 총 25명의 해고노동자와 그 가족, 희망퇴직자가 사망했다.

그의 사진 속에서는 산 자와 죽은 자들이 만난다. 점좀빼는 쌍차 노동자들이 싸우는 모습과 함께, 산 자들이 죽은 자들의 영정을 바라보고 있거나, 죽은 자들의 영정 앞에서 굳게 결심한 표정으로 찍은 모습들을 보여준다. 이는 산 자들이 살아야 하는 이유, 그리고 계속 싸워야만 하는 이유다.

“꺾인 희망과 좌절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스물 네 명의 동료와 가족을 떠나 보내야했고, 동료들의 파산과 가정 파탄을 지켜봐야 했다. 1년에 이자만 9억여 원에 달하는 47억의 손해 배상액,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기에 앞만 보고 투쟁해왔다. 반백의 노동자가 41일간 곡기를 끊기도 했고, 세 명의 동지가 171일 간 송전탑에 올라 고공 농성을 벌였다. 20일이 넘는 집단 단식, 그리고 수년간의 길거리 노숙 투쟁과 전국 순회 투쟁으로 쉼 없이 달려왔다”(김득중 쌍용차 지부장)

점좀빼의 사진에 등장하는 사람은 또 있다. 바로 경찰들이다. 사진 속 경찰들은 항상 쌍차 노동자들을 막아서고 있다. 경찰은 1인 시위도, 집회도 허용하지 않는다. 경찰들은 대한문 분향소를 철거하고, 강제로 화단을 심는 데도 앞장선다. 노동자들의 요구는 항상 경찰 앞에서 막힌다. 노동자들의 요구는 정부와 쌍차 자본을 향하고 있지만 노동자들을 상대하는 것은 그들이 아닌 경찰이다.

이는 국정조사를 약속했으면서도 이를 무시한 박근혜 정부의 모습이기도 하다. ‘쌍용차 국정조사’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으며, 그 대신 분향소 침탈과 경찰의 폭력, 그리고 김정우 지부장의 구속이 벌어졌다.

의도된 것인지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이 사진첩의 기록은 ‘한 걸음의 승리’로 끝난다. 쌍차 투쟁 1723일 만인 2014년 2월 7일 서울고등법원 민사2부는 “쌍용차 정리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한다”는 판결을 내린다. 점좀빼는 “노동자들에겐 분명 전투의 승리”라고 말한다. 하지만 바로 다음 사진에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국회 본회의장을 바라보고 있다. 전투도 전쟁도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한 줄기 희망으로 기록을 마무리하면서도, “아직 전투와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고로 기록도 멈출 수 없다”고 말한다. 그의 다음 기록은 희망으로 시작해 희망으로 끝나는 기록이길 기대해본다. 물론 다음 기록에서도, 그 다음 기록에서도 ‘아무도 잊혀지지 마라’는 사실은 변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