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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자] 빨라진 대선, 그럼에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

http://www.peoplepower21.org/?mid=Magazine&document_srl=1491958

빨라진 대선,
그럼에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

 

글. 박태근 알라딘 인문 MD
온라인 책방 알라딘에서 인문, 사회, 역사, 과학 분야를 맡습니다. 편집자란 언제나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는 사람이라 믿으며, 언젠가 ‘편집자를 위한 실험실’을 짓고 책과 출판을 연구하는 꿈을 품고 삽니다.

 

바쁘다. 12월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가 5월 9일로 당겨지며 각 정당의 후보 선출이 숨 가쁘게 이루어지는 요즘,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이 자신을 알리는 자서전과 출사표부터 각 후보를 여러 분석 틀로 살펴보는 검증과정과 대선 이후 정세와 새로운 비전을 내다보는 예측까지, 한 표를 제대로 행사하는 데 이렇게 많은 자료와 생각이 필요할까 싶을 정도로 다양한 이야기가 책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유권자로서 더욱 성실하게 투표에 임해야겠다는 다짐을 품게 된다. 이번 선거에서 누가 이기느냐는 물론 중요하지만, 결론 못지않게 과정이 어땠는지도 소중한 평가일 터. 선거에 임하는 자세, 후보를 고르는 기준과 방법을 살펴보고, 돌아보며 평가하는 데 필요한 각자의 기준을 정리해보자.

 

읽자-누구를 뽑아야 하는가

누구를 뽑아야 하는가?_민주공화국을 위한 마키아벨리의 투표 강령 / 모리치오 비롤리 지음 / 안티고네

 

최선 아닌 차악? 투표는 시민의 존재를 드러내는 일
흔히 선거는 최선이 아닌 차악을 뽑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어차피 악을 뽑는 일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며 투표를 멀리하는 경우도 만나게 된다. 이심전심이라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지만, 선거는 누군가를 선출하는 일일뿐 아니라 “대표자에게 우리가 공공선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수단”이기도 하다. 최근에 경험했듯 “시민의 목소리가 광장을 채운다면, 권력을 가진 자들이 자신들의 의지와 이익을 관철시키는 게 더 어려워진다.”

 

『군주론』의 마키아벨리를 깨워 민주공화국을 위한 투표 강령 스무 가지를 펼치는 책 『누구를 뽑아야 하는가?』의 첫 번째 강령이 “덜 사악한 쪽을 선택해야 한다.”인 까닭이다. 그럼에도 결심이 서지 않는다면, “의식 있는 시민들이 투표하지 않고 집에 머무”를 때 “의식 수준이 낮은 사람들은” 청와대에 가서 “공공선을 해칠 정책들을 펼칠 부패하거나 능력 없는 후보들을 뽑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면 어떨까. 자, 이제 결심이 섰다면, “한 국가를 신념의 공동체로 만들고자 하는 사람을 뽑아선 안 된다.”, “미래 세대와 관련해서 자신의 명성에 신경을 쓰는 대통령을 찾아야 한다.”처럼 차악을 고르는 데 필요한 나머지 열아홉 개 원칙으로 눈길을 돌려보자.

 

읽자-대통령 선택의 심리학

프레임 대 프레임_프레임으로 바라본 19대 대선 주자 비교 분석 가이드 / 조윤호 지음 / 한빛비즈

 

언론에 속지 않고 후보를 읽는 방법
누구를 어떻게 골라야 할지 원칙을 세웠다 해서 과정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원칙을 적용하려면 정보가 필요하다. 유권자 한 사람에게 공개되고 전달되는 정보가 제대로 된 정보인지, 불필요한 왜곡이나 과장에 속을 염려는 없는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디어비평가 조윤호는 『프레임 대 프레임』에서 언론이 선거의 판세를 이루는 인물과 구도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끼치는지를 파헤치며, 이러한 언론의 프레임을 넘어 진실에 가까워지는 방법을 전한다.

 

특히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세 일간지의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여러 대선주자가 어떤 프레임에 갇혀 어려움을 겪고, 어떤 프레임 속에서 비호를 받는지 분석하는 내용을 읽다 보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가는 후보와 왠지 모르게 싫어지는 후보의 ‘왠지’를 알 수 있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기사와 사설을 볼 때 오히려 고개를 끄덕이며 여유도 부릴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각자의 이념과 지향성은 달랐지만 조선일보과 중앙일보, 한겨레가 내세운 프레임에는 한 가지 법칙이 있다”고 밝히는데, 그 내용은 “살리고 싶으면 미래를 이야기하고, 죽이고 싶으면 과거에 가두라.”는 것이다. 단순하고 강력한 프레임에서 벗어나, 복잡하더라도 진실에 다가설 시선을 확보하는 일, 이번에 미룬다면 다음에도 결과는 같을 것이다.

 

읽자-프레임대프레임

싸우는 심리학자 김태형의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 / 김태형 지음 / 원더박스 

 

이제는 심리 상태까지 읽어야 한다
마지막은 심리다. 대통령은 공적인 자리이니 개인의 심리보다는 공적 영역의 정책과 비전이 중요하다는 게 기존의 태도였으나,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겪으며 대통령 개인의 심리가 얼마나 중요한 영역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한국사회에서도 후보자의 심리 분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 『트라우마 한국사회』, 『불안증폭사회』 등 한국사회의 현상을 심리학의 시선으로 분석해온 싸우는 심리학자 김태형은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에서 시대적 과제와 내적 동기가 얼마나 일치하느냐를 중요한 기준으로 세운다.

 

공적 자아와 내적 자아 사이의 거리가 가깝다면 일치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유리할 테고, 거리가 멀다면 둘 사이에서 갈등하고 오락가락하느라 혼란을 겪을 테니 이념과 진영, 공약과 정책뿐 아니라 삶의 과정과 정치의 궤적에서 드러난 심리 상태를 함께 살피자는 제안이다. 더불어 이런 분석의 틀은 유권자에게도 적용된다. 여론에 드러나는 표면적 요구와 심층에 깔려 놓치기 쉬운 본질적 요구를 동시에 보지 못하면, 표면적 요구는 다음으로 미루고 당장의 표면적 요구에만 매달리다 선거도 정치도, 변화도 개혁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선거를 마치기 십상이라는 지적이다. 부디 5월 9일은 대통령 한 사람뿐 아니라 한국사회에서 바뀌어야 할 많은 것들이 새로운 방향을 찾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그 현장에 최대한 많은 이들이 함께 참여하길 간절히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