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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2024 로마 여행기 마지막 편 : 로마는 로망이다 9월 21일 토요일, 로마에서의 마지막 아침이 밝았다. 로마에서의 7박이 지나고 서울로 귀환해야 하는 날. (아 집에 가기 싫어..)체크아웃은 11시까지였지만 일찌감치 짐을 다 싸고 체크아웃을 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테베레강 북서쪽에 숙소를 잡은 건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집주인도 친절하여 더욱 괜찮았던 숙소.오늘은 저녁에 서울행 비행기를 타고 돌아가야 해서 테르미니역 근처에 짐을 맡겨놓고 주변을 돌아보는 간단한 일정이다. 숙소 바로 밑에 있는 커피숍에서 카푸치노와 코르넷또로 하루를 시작했다.레판토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테르미니역으로 향했다. 짐이 무거워서 테르미니역 수하물 보관소에서 짐을 맡겨놓고, 주변을 구경할 예정. 수하물 보관소 찾는 방법은 간단하다. 테르미니역에서 내려 ‘Deposito Ba.. 더보기
2024 로마 여행기⑨ 제국마저 정복한 진짜 광기 기독교를 이해하지 않고 유럽을 이해할 수 있을까? 유럽을 거닐 때마다 발에 채이듯 보이는 수많은 성당들을 보며 떠올렸던 질문이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로마가 아닌 다른 곳에서 찾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예수를 십자가에 매달았던 나라, 그래서 수많은 기독교들이 지하로 숨어들어야했던 나라. 그러나 기독교를 국교로 받아들이고 다른 종교들을 박해했던 나라. 그렇게 기독교를 진정한 보편종교로 만들었던 나라.너무나 모순된 것처럼 보이는 기독교의 서로 다른 역사는 로마 안에서만 하나가 된다. 9월 20일 로마 7일차, 오늘의 투어는 이러한 모순에 대한 의문을 품은 채 시작했다. 오늘의 투어 장소는 ‘해골 사원’이라 불리는 카푸친 수도원과 로마에서 가장 큰 ‘산 칼리스토 카타콤베’. 자신의 영혼을 바친 것도 모자라 .. 더보기
2024 로마 여행기⑧ 보르게세, 넌 감동이었어 9월 19일 로마 6일차, 오늘은 투어도 빡빡한 일정도 없는 말 그대로 쉬어가는 날이다. 어제 저녁에 레스토랑에서 혼자 와인 1L를 마시고 숙소로 와서 미리 사 뒀던 와인까지 까먹는 바람에 좀 늦게 잠에서 깼다. (이 정도 양이면 나에겐 치사량이다.)숙취를 달래고 천천히 집에서 나왔다. 오늘의 목표지는 딱 한 곳, 보르게세 미술관이다. 원래 로마 온 바로 다음 날 방문할 계획이었지만 이곳은 예약하지 않으면 입장 불가. 그래서 보르게세 미술관 홈페이지에서 17유로(입장료 15유로+예약 수수료 2유로)를 주고 9월 19일 오후 1~3시 입장권을 예매했다.보르게세 미술관으로 가려고 아침에 사통팔달 로마의 길이 통하는 포폴로광장으로 향했다. 하수구 뚜껑으로 마주친 김에 S.P.Q.R이라는 정체불명의 문구에 대해.. 더보기
2024 로마 여행기⑦ 반전의 캄피돌리오와 호박꽃의 재발견 카라칼라 욕장 일정을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방향을 북쪽으로 틀었다. 전날 투어 가이드에게 괴테가 다녀갔다는 오래된 식당을(사실인진 모르겠다. 괴테가 아니라 고테나 괴으테일 수도) 추천받아 그곳을 구글지도에 찍어놨지만 막상 가보니 영업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탈리아특 : 문 닫아도 공지 안 함)그래서 뭐 먹을지 고민하며 베네치아 광장 - 캄피돌리오언덕 근처를 헤매다가 인근에서 별점이 제일 높은 Saporizzo라는 샌드위치 가게를 발견했다. 종류가 많아서 추천을 해달라고 했더니 2번 PIAZZA VENEZIA를 추천한다고 했다. 그래서 2번과 1번, 각각 하나씩 달라고 하고 목이 말라 메시나 맥주도 하나 시켰다. 내 예상보다 샌드위치가 훨씬 컸고 (눈앞에서 잘라서 만들어주니 신선하고) 간이 잘 맞아 맛있었.. 더보기
2024 로마 여행기⑥ 제국의 탄생과 끝을 함께 거닐다 로마 5일차, 9월 18일은 투어 없는 날이다. 그래서 늦잠을 자고 조금 늦은 오전 7시 반쯤 숙소에서 나왔다. 늘 새벽 여섯 시에 숙소에서 나왔기에 이 정도면 매우 늦은 편.어제 갔던 카페와는 다른 카페에서 카푸치노와 코르넷또를 주문했다. 종업원이 코르넷또 종류를 잔뜩 소개해서 추천해 달랬더니 햄이 들어간 코르넷또를 갖다줬다, 한 입 먹어보니...앞으로 코르넷또는 기본형으로 먹는 것으로.투어가 없는 자유여행의 날이지만 찍어놓은 스팟이 많았다. 일단 ‘진실의 입’으로 유명한 포룸 보아리움 일대, 바로 인근의 로마 최대 전차경기장 키르쿠스 막시무스, 로마 최대 목욕탕 중 하나였던 카라칼라 욕장까지. 오후엔 어제 못간 캄피돌리오광장부터 성천사성까지.승객들의 양심에 의존하는 로마 버스를 타고 헤라클레스 신전 .. 더보기
2024 로마 여행기 ⑤ 옳게 된 파스타와 30유로의 행복 오전 시간을 할애한 포로로마노와 콜로세움 투어를 마치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훌쩍 지났다. 점심 먹을 만한 식당을 구글지도로 여기저기 찍어놓았으나 역시 관광지라 그런지 미리 찍어놓은 식당들이 전부 웨이팅 중이었다.더는 허기를 참을 수 없었기에 웨이팅이 없는(그나마 이 식당도 딱 한 자리 남아 있었다.) 레스토랑에 들어섰다. 오늘 오후 7시에 식당 한 곳을 예약해 두었기에 저녁을 맛있게 먹기 위해 점심은 허기를 달랠 정도로 간단히 먹기로 했다.그래서 입맛을 돋울 전채요리로 로마식 주먹밥 수플리를 하나 시키고, 메인 요리로 카치오페페를 주문했다. (어제 먹은 건 카치오페페로 인정할 수 없어...) 그런데 막상 카치오페페가 좀 짤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를 대비하고자 포카치아 빵도 하나 시켰다. (흔한 돼지들의 변.. 더보기
2024 로마 여행기 ④ 돌은 역사가 되고 역사는 돌이 되었다. 만약 로마에 처음 오는 사람이 로마에 와서 딱 하나만 보고 집에 가야한다면, 혹은 갑작스런 이유로 로마에서 딱 반나절 정도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면 어디로 향해야 할까?많은 이름들이 머리를 스쳐가지만 그럼에도 아마 ‘콜로세움’을 꼽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유적, 혹은 유물과 마주한다는 건 사라진 시간과 만나는 일이다. 수백, 수천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흔적만으로 과거와 대화하는 일이기에 아무리 대단하고 오래된 유적지라도 얼핏 보면 그냥 돌무덤, 깨진 항아리에 불과한 경우가 다반사이다. 바꿔 말하면 그 시절 역사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도 직관적인 감흥을 주는 유적이나 유물은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 않다는 뜻이다. 아마 이집트의 피라미드, 중국의 병마총을 보면 그런 느낌을 받을 텐데, 콜로세움도 .. 더보기
2024 로마 여행기 ③ 바티칸 투어, 그리고 최악의 파스타 9월 16일, 바티칸 투어의 아침이 밝았다. 왠지 모를 긴장 때문인지 아니면 단순한 시차적응 때문일지 새벽 같이 일어났다.바티칸 시국은 로마 안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로, 로마를 들른 사람이라면 반드시 가봐야 할 대표적인 관광지다.(사람이 조오오오온나게 많다는 뜻이다.) 교황이 국가원수로 있는 초미니국가이지만 엄연히 국가인 만큼 어디 동네 마실 가듯이 왔다 갔다 할 수 없고 입장이 엄격히 통제된다. 그래서 투어로 가는 것이 좋다.투어를 찾는 건 어렵지 않다. 바티칸 투어는 한국인들이 개척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현지에 수많은 한국인 투어(즉 한글 투어)가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나 같은 경우 ‘줌줌투어’라는 앱을 통해 투어를 예약했는데 그 외에도 마이리얼트립, 갯유어가이드 등 투어 프로그램이 .. 더보기
2024 로마 여행기 ② 모든 길은 로마로, 로마 길은 포폴로로 통한다 9월 15일 일요일, 너무나도 한국인스럽게 부지런히 오전 6시부터 나보나 광장과 판테온과 주변 성당들을 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허기가 돌았다. 6시간 넘게 걸어 다녔는데 먹은 거라곤 아침에 먹은 카푸치노+코르넷또, 그리고 수플리 하나 뿐이었으니..그래서 길거리에 주저앉아 식당을 찾기 시작했다. 이 대목에서 잠깐 이탈리아에서 식당 찾는 법에 대해 이야기해야겠다. 이탈리아에는 크게 세 가지 종류의 식당이 있다. 첫 번째는 ‘리스토란떼(ristorante)’, 우리가 흔히 말하는 레스토랑이다. 전채요리부터 메인요리, 디저트까지 흔히 풀코스 메뉴가 갖춰져 있고 정장 입은 사람들이 나와서 안내하는 곳. 칼이나 포크 들고 고기나 생선 써는 격식 있는 식당. 당연히 이런 데는 가격이 꽤 나간다. 두 번째는 트라토리아.. 더보기
2024 로마 여행기 ① 나보나광장과 판테온을 정처 없이 헤매다 2024년 9월 15일 일요일, 로마에서의 첫 아침이 밝았다.전날 밤 정신없이 도착한 숙소는 ‘My Rhome Prati’란 곳이었다. 흔히 로마에 오는 한국 관광객들은 교통의 편의성을 위해 1)테르미니역 인근 혹은 관광의 편의성을 위해 2)트레비분수 근처에 숙소를 잡곤 한다. 하지만 나는 그 두 가지 선택지를 과감히 제외했다. 테르미니역이나 트레비분수 근처는 관광객 밀집 지역이라 지나치게 번잡스럽기 때문이다. 관광객이 몰린 핫플인 탓에 (내 기준에서는) 숙소 비용도 정말 말도 말도 안 되게 비쌌다. (사람 많은 것도 싫은데 돈까지 마니 내라니?)이 말도 안 되는 비용이 관광객 밀집 지역을 조금만 벗어나면 아주 합리적으로 내려간다. 관광객들이 적어 저녁에 매우 편안~하다는 점도 나 같은 i에게는 큰 장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