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글 /단상

한겨레 훅 인터뷰 후기

http://hook.hani.co.kr/archives/17978

한겨레 훅 인터뷰 기사를 생각보다(일반적인 다른 필진들 인터뷰 기사보다) 많이 읽은 것 같다. 트위터에서도 기사 관련 멘션을 많이 받았고, 인터넷검색을 해보니 블로그에 퍼간 이들도 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길가다가 '날씨가 참 추운 것 같아요.' 정도의 인터뷰 말고는, 그것도 전면적으로 내 얼굴이 실린 건 처음이라, 나름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리고 몇 가지 표현을 빼고는 대부분 내가 직접 쓴 표현들이라, 내 의사가 왜곡된 것도 별로 없었다. 기사에 대한 불만도 전혀 없다. 그럼에도 몇 가지 덧붙일 것들을 개인적으로 주절거려본다.

1. 기자님의 소개

1) 나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혜성'이라는 표현을 읽고 지인들이 반응을 했는데, 개인적으로 좀 돋는 표현이다. 하지만 뭐 '미디어를 통해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가' 갑자기 나타났다는 점에서 사실이기에 딱히 틀린 말도 아니다. 그치만 기억해야할 것은 혜성이 지구인들의 눈에서 '느닷없이' 들이닥친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 혜성은 수만 광년을 홀로 달려왔다는 사실이다. 나도 그랬다.

2) 두 달도 안 되는 기간동안 11개의 글을 올린 건, 그렇게 할 말이 많았을 수도 있지만 내가 글 쓰는 룰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난 1주일에 하나는 올려야 하는 걸로 알고 있었다. 할 말이 많기도 했지만 의무감도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불만은 아닌 것이, 글쓰는 게 의무감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할 말이 많다고 다 글로 쓰는 건 아니다.

3) 기자님이 '사회주의자'라고 물어서 사회주의는 어쩌구, 라고 답한 부분이 있지만 난 정확히는 '청년공산주의자'에 더 가깝다.

2. 박노자의 책이 인생 전환점 만들어

1) 기억을 떠올려보니 두발 자유화에 대한 글을 올린 계기로 학생기자가 된 게 아니라 학생기자가 된 이후 두발자유화 글을 올린 것 같다. 뭘 계기로 학생기자가 됬는지가(워낙 오래전이라) 도저히 기억이 안 나서 저런 식으로 말한 것 같다. 그리고, '청년 공동체 희망'이라고 표현된 청소년단체의 공식적 명칭은 '21세기 청소년공동체 희망'이다. 이거 보고 검색해 볼 사람은 없을 것 같아서 정정하진 않았지만. 아무튼 그렇다.

2) 박노자의 당신들의 대한민국은 명사 하나하나는 물론 동사와 한자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3. 한국 좌파들, 북한세습체제 비판해야

1) 자연스럽게 마치 대학 생활 불만없고 적성 맞는 것처럼 대답되어 있는데, 사실 엄청난 실망을 했다. 아무도 인문학 책 심지어 사회과학 책조차 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건 '구조적 문제'에 대한 지적보다는 내 '개인적 소회'를 물었기 때문에 이렇게 답한 것이다. 내 개인적으로는 대학와서 책 많이 읽었다.

2) 시중에 나오는 신문을 모두 읽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조선, 중앙, 동아, 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레디앙, 한겨레21, 시사인은 필수적으로 읽고 가끔 아시아경제나 한국경제, 매일경제를 읽는다. 중요한 기사가 뜨면 부스앤뉴스랑 뉴시스, 연합뉴스, 월간조선, 월간중앙, 신동아도 읽는다. 외국언론으로는 번역된 요미우리를 보고, 이코노미스트랑 타임지를 읽는다.

4. 정보 많이 줄 수 있는 글 쓰고 싶어

1) 이론이 뒷받침되게 글을 쓴다는 이야기는, 내가 이론 같은 걸 활용한다는 건 아니다. 이론을 이용해 현상을 분석한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이건 '아직' 내 능력 밖이다. 이론의 활용도는 무겁게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 내가 했다간 개드립 향연이 된다. 나는 가볍게 인용하는 정도다.

2) 이건 당사자인 한윤형 씨가 직접 말하기도 했던 것인데, 한윤형이 사고의 체계가 독창적이라는 것은 정확히 말하면 일반인들에 비해 매우 독특한 사고를 한다기보다, 일반적인 20대들에 비해 독창적인 '작업'을 한다는 의미였다. 다른 20대들이 다른 사람들이 쌓아 놓은 공부하기도 바쁜데, 한윤형은 자기 만의 작업을 한다. 이건 매우 독창적인 것이다.

3) 한국논객들 계보 정리는 한윤형이 이미 해두었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이 작업을 보고, 어떤 식으로 전유할지 아니면 아싸리, 잘했다! 하고 다른 길을 뚫을 지 고민해보아야겠다.

5. 관용이 필요 없는 평등한 세상 꿈꿔

1) 내가 일반회사 취업에 대해 아주 고려를 안 하는 건 아니다. 노조활동을 하려면 일반회사 취업해야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기자에 관한 꿈도 버리지 않았다.

2) 내가 제일 걱정한 부분이 이 인터뷰의 제목이기도 한, '자립 못하니까 거리로 안 나선다.'였다. "그럼 예전엔 자립해서 나갔냐!"라는 반응이 - 결국 그래서 20대에게 다시 책임을 돌리는- 나올 법도 한데, 이에 대해선 "그 땐 그래도 취업 다했잖아요."라고 말해주면 된다. 신자유주의의 본격화 이전과 그 이후는 투쟁 대상과 방법도 다르지만, 학생들이 거리에 나설 수 있는 물적 조건도 다르다. 단순하게 비교할 대상이 아니다.

3) 공동생활전선에 대한 관심은, cafe.naver.com/lifefront 에서 해결하면 된다.

6. 기타

1) 사진은, 난 기자님이 포즈를 요청하고 기자님이 찍었다. 일단 피부가 안 좋은 관계로 근접사진을 흑백처리한 건 전문가다운(?) 센스였다고 본다.

2) 기자님이 '가수 누구 좋아해요?'라고 물었을 때 소녀시대 말고 아이유를 포함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내 실수이다. 이게 인터뷰에 나갔으면 난 정정을 요구했을 것이다. 나에게 청년사회주의자 소덕이라 불릴 만큼의 열정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아이유에겐 가능할 것도 같다.

3) 소녀시대를 좋아한다는 말에 '소녀시대는 사회주의랑 관련 없는 데도 좋아하네요.'라는 기자님의 말에 적절한 개드립을 치지 못한 것이 마음에 남는다. 지금의 나라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일본에서 최고 인기 있는 하루키류의 사소설, 그리고 한국에서 최고 인기있는 박민규, 김연수 같은 현실에 대한 냉소와 그로 인한 혁명의 내면화 양식 모두가 '세계를 바꿔야 한다'고 믿으면서, '바꿀 수 있다'고는 믿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철부지 같은 소녀들은 다시 만난 세계를 부르며 세계를 바꿀 수 있다고 춤을 추고 오빠를 찾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 소녀들을 좋아합니다."

물론 고개를 갸우뚱하는 모든 이들의 생각이 맞다. 개드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