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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리스트’ 불똥 튄 홍준표, 떨고 있나

‘성완종 리스트’ 불똥 튄 홍준표, 떨고 있나

돈 건네 받은 중간 매개책까지 드러나… 친박 아니라 검찰 부담도 적어

전‧현직 청와대 비서실장에 친박 의원, 현직 지방자치단체장 이름까지 담긴 ‘성완종 리스트’가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검찰이 특별수사팀을 꾸려 신속히 대응하고 새누리당이 ‘진상규명’을 외치면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리스트의 첫 수사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13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수사 받을 일이 있다면 수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공개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메모에는 ‘홍준표 1억’이라고 적혀 있었다. 

홍 지사가 “수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유는 검찰 특별수사팀이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인물들 중 홍 지사를 첫 수사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 4월 11일자 조선일보 1면
 

검찰이 홍 지사를 첫 수사 대상으로 검토하는 이유는 다른 인물들에 비해 돈을 건넨 시점 등 정황이 특정됐고 중간 매개책까지 등장했기 때문이다. 성 전 회장은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홍 지사가 지난 2011년 한나라당 당대표 경선에 출마했을 때 홍 지사의 측근인 윤모씨를 통해 1억원을 건넸다고 밝혔다. 돈을 건넸다고 주장하는 시점이 2011년이라 정치자금법 위반 공소시효(7년)도 남아 있다. 

지목된 윤모씨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성 전 회장이 돈을 줬다고) 말씀하신 마당에 틀리다고 이야기할 수 있느냐”며 성 전 회장의 주장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윤씨는 검찰의 첫 소환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홍 지사의 해명은 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완강히 부인하고, ‘1원이라도 받았다면 정계 은퇴하겠다’는 선언까지 한 다른 인물들과 달랐다. 홍 지사는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성 전 회장과) 친밀감도 없었다”면서도 “돌아가시면서까지 허위로 썼다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실이라고 볼 수도 없다”는 말을 남겼다. 홍 지사는 이후 “혹시 내 주변 사람 중 누가 ‘홍준표’를 팔았는지 모르겠다”며 ‘배달사고’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검찰 입장에서도 홍 지사는 부담이 적다. 리스트에는 허태열‧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병기 현 비서실장은 물론 이완구 국무총리, 유정복 인천시장 등 박근혜 정부 핵심 인사들과 친박 의원들의 이름이 담겨 있다.

나아가 성 전 회장이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2012년 대선 때 중앙선거관리대책위원회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았던 홍문종 의원에게 2억원을 현금으로 줬고 이 돈이 선거에 쓰였다고 폭로하면서 성완종 리스트가 박 대통령 불법선거자금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까지 커졌다. 검찰 수사가 자칫 정권의 심장을 겨누게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반면 홍준표 지사는 ‘친박’으로 분류되지 않는 ‘마이웨이’ 정치인이다. 성 전 회장이 돈을 건넸다는 시점도 대선이 아니라 당 대표 경선 때다. 4.29 재보선을 의식해 리스트 속 정치인들과 ‘선긋기’를 할 수 밖에 없는 새누리당 입장에서도 무상급식 중단 등으로 논란을 빚은 홍 지사가 ‘선긋기’의 첫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홍 지사가 자칫 사면초가에 빠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한편 홍 지사는 1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른 분들은 대선 관련 자금인데 유독 저만 당내 경선자금이고 또 저만 직접 주지 않고 한 사람 건너서 전달했다고 한다. 왜 제가 표적이 되었는지는 앞으로 검찰수사로 밝혀지리라 본다”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