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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 당선자 대회, 울음 터트린 의원은 누구?

더민주 당선자 대회, 울음 터트린 의원은 누구?

부산경남은 8명인데 광주전남은 1명… 기자들 최고 인기는 논문 표절 비례 1번 박경미 당선자

웃으면서 시작됐으나 웃음 안에는 긴장감이 실려 있었다. 12년 만에 원내 제1당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의 20대 국회 당선자 대회에 참석한 당선자들은 승리를 만끽하듯 웃으며 서로를 격려했다. 하지만 호남 이야기가 나오자 분위기는 숙연해졌고 당내 권력투쟁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쏟아져 나왔다.

4‧13 총선 일주일 만인 20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대회는 20대 국회 당선자들이 처음 다 같이 모인 자리였다. 총선에서 원내 제1당을 차지한 상황을 반영하듯 당선자들은 웃으면서 서로 인사를 나누고 안아주기에 바빴다. 이들은 “살아 돌아올 줄 몰랐다”며 서로를 격려했다.

기자들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은 인물 중 한 명은 더불어민주당의 비례 1번 박경미 당선자(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였다. 일반적으로 정당은 비례대표 1번을 선거과정에서 홍보에 적극 활용한다. 하지만 박 당선자는 선거 상황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기자들은 박 당선자의 멘트를 받기 위해 몰려들었고 한 카메라 기자는 “못 찍어서 그러니 들어오는 것만 다시 들어와 달라”고 했고 박경미 당선자는 앉아있다 밖으로 나가서 다시 들어왔다.

동 대문을에 출마해 당선된 민병두 당선자는 기자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청하며 “원내 제1당 출입기자들한테 인사를 드려야지”라고 농담을 던졌다. 사회를 맡은 김성수 당선자(비례10번)는 “국민 여러분의 위대한 선택으로 12년 만에 원내 제1당이라는 영예를 얻을 수 있었다”며 “그러나 우리는 지금 이 자리에 안주할 수 없다. 국민의 뜻을 깊이 헤아리고 국민의 뜻을 받들어 나아가 2017년 정권교체라는 국민의 명령을 완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선자들은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2017년 정권교체 파이팅’ ‘더민주 파이팅’ ‘20대 국회의원 당선자 파이팅’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한 당선자는 웃으며 “운동권 정당 탈피한다더니 이것도(구호 외침) 운동권 아닌가?”라고 말했고 이에 또 다른 당선자는 “파이팅이잖아. 싸우는 게 아니라”라고 답했다.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들뜬 분위기에 다시 한 번 기강잡기에 나섰다. 김 대표는 “선거의 지형이 굉장히 어려웠지만 유권자들의 판단이 옳을 것이라는 믿음 하나를 가지고 선거를 이끌어왔는데 그 믿음이 현실화됐다. 우리당이 수도권에서 압승함으로써 원내 제1당으로 등장할 수 있었다”며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느냐, 수도권 유권자들의 정치에 대한 감각이 굉장히 예리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승리해서 좋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두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다. 만에 하나라도 더민주가 종전과 같은 모습을 보이면 유권자들이 냉혹하게 돌아설 수 잇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며 “단순히 내 자리를 확보했다는 관념에서 벗어나서 한 사람 한 사람이 내년 대선에서 기필코 우리가 정권교체를 해야 되겠다는 인식을 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또한 “과거 패턴에서 완전히 해방 되서 새로 태어나는 줄 알았는데 과거의 습관에 젖어 다시 돌아가는 모습을 절대 보여주지 말아야 한다. 야권이 분열하면 필패하는 거 아니냐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저는 그렇게 보지 않았다”며 “현명한 유권자가 스스로 판별해서 앞으로 정권교체를 했을 때 어느 야당이 수권정당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지 인식했기에 우리에게 이러한 결과를 준 것이다. 이를 잘 간직하고 내년 대선까지 각별한 노력을 경주하시길 당부 드린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포용적 성장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국회다. 의회가 시장경제에서 파생한 제반 문제를 조정할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87년 헌법 만들어서 정치 민주화를 했지만 과연 우리가 얼마만큼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느냐고 물어볼 것 같으면 아무것도 한 게 없다. 불균형은 점점 심화됐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어 “앞으로 여러분이 이러한 점을 느끼고 국회로서 해야 할 일이 뭔가, 심도 있게 논의를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안양만안구에 출마해 당선된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제는 국회 대 정부의 관계가 설정될 수밖에 없다”며 여소야대 정국으로의 변화를 예고했다. 이 원내대표는 “그간 원내대표로서 거의 벽을 마주보고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국민들은 그런 여당과 정부를 부인했고 정부여당의 잘못된 경제 활성화 방식을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이 원내대표는 “그동안 청와대와 정부는 과반수 여당을 통해 국회를 능멸했다. 이제 의회주의를 살려 야권이 국민들이 만들어준 다수의 힘으로 반드시 경제를 살리는 데 앞장서야 한다”며 “내일부터 임시국회를 하는데 다수의 힘으로 그동안 못했던 거부당한 정부여당 발 경제 활성화법을 원점에서 검토하고 우리 방식의 새로운 대안을 보여주는 초석을 기반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행된 당선자 인사 시간에는 총선 결과가 그대로 반영됐다. 이번 총선에서 더민주는 새누리당의 텃밭이라 불리는 부산경남에서 8석을 차지했다. 부산경남 당선자들이 앞에 나서자 박수가 쏟아졌다. 부산시당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영춘 당선자(부산진구갑)는 “부산에서 시민들이 그야말로 선거혁명을 일으켜 주셨다. 부산이 정권교체와 정권창출의 교두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광주전라 지역 당선자들이 앞으로 나섰다. 이춘석 당선자(익산시갑)의 불참으로 안호영 당선자(전남 완주 진안무주장수), 이개호 당선자(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만 참석했다. 이개호 당선자는 자신을 ‘광주전남의 유일한 생존자’라고 소개하며 울음을 터트렸다. 이 당선자는 “같이 활동했던 동료들을 다 잃고 혼자 왔다. 야권의 심장 광주전남을 찾겠다”고 밝혔다. 한 당선자는 씁쓸한 어투로 “영남당이 됐네”라고 말했다.

당내 권력 투쟁을 경계하는 말도 쏟아져 나왔다. 총선 직후 당 대표직을 두고 ‘김종인 대표 추대론’이 등장하면서 계파갈등이 다시 분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청래 더민주 의원은 ‘사심 공천 5인방’을 거론하며 김종인 대표 체제에 대한 공세를 시작했다.  

최 인호 당선자(부산 사하갑)는 “지금 전당대회를 우선하고 있는 듯한 말이 나오지만 총선 때 공약한대로 민생부터 챙기는 것으로 우리당의 방향이 바로 잡혔으면 좋겠다”며 “계파스러운 발언 때문에 당의 단합을 해치는 모습을 보이면 금방 신뢰를 잃는다”고 지적했다.

오제세 당선자(충북 청주서원)는 “19대 국회에서 우리끼리 많이 싸웠다. 20대에서는 싸우지 말자”며 “개인플레이와 계파를 다 버리고 집권, 수권할 때까지는 당을 위해 자기를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언주 당선자(경기 광명을) 역시 “당내 권력투쟁이 예정된 일정이 있다”며 “우리당의 선거 승리는 반사적 측면이 강하다. 승리에 도취해서 내부권력에 눈이 어두워지는 순간 바로 추락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