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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눈치보나, 더민주 원내대표 먼저 선출한다

김종인 눈치보나, 더민주 원내대표 먼저 선출한다

다음달 3일 전당대회 연기 여부 결정… 대선 앞두고 계파갈등 우려에 노심초사


대선 때까지 더불어민주당의 지도 체제를 결정할 운명의 날이 5월3일로 결정됐다.

더불어민주당은 27일 오전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거쳐 5월3일 오후 2시 당선자-당무위원 연석회의를 소집해 전당대회 시기를 논의하기로 했다. 이어 당무회의를 열어 전당대회 관련 안건을 의결하고, 5월4일 오전 10시 20대 국회 초대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절차를 마칠 계획이다.

박 광온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27일 오전 브리핑에서 “5월3일 연석회의 전에 권역별로 시도당 위원장, 중진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겠다. 충실하게 의견을 수렴해서 당선자-당무위원 연석회의 논의를 거칠 것”이라며 “5월4일 당선자 모두가 모여 원내대표를 선출함으로써 조기에 당 체제를 정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전당대회 시기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는 이유는 김종인 대표 체제의 존속 여부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안정감 있는 김종인 대표 체제가 더 지속되고 수권정당을 위한 정비작업을 닦아놓아야 대선 승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원래 당내일각에서는 김종인 대표 합의추대론이 나왔지만 반대에 부딪치자 이 주장은 ‘전당대회 연기론’으로 변화했다.

이종걸 더민주 원내대표는 27일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 인터뷰에서 “총선 때 생긴 민의를 이어 일정 기간 수권의 준비를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전당대회 연기론에 힘을 실었다.

당 장 전당대회가 열릴 경우 총선 때 숨죽여 있던 계파갈등이 다시 표출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전당대회 연기론에 힘을 싣고 있다. 전당대회를 둘러싼 갈등은 문재인 전 대표와 김종인 대표 간 갈등 양상으로까지 표출되고 있다. 김 대표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문 전 대표와 친문이라는 사람들이 이제 와서 엉뚱한 생각들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국민의당이 전당대회를 연기한 상황에서 더민주에서 전당대회를 둘러싸고 계파갈등이 쏟아져 나올 경우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당 대표 후보군으로 꼽히는 김진표 더민주 당선자는 25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선거 끝난 지 열흘도 안 돼서 당 대표를 누가 하느냐, 어떤 방법으로 하느냐를 가지고 국민들에게 그런(안 좋은) 인상을 주는 것은 아주 어리석은 짓”이라며 “전당대회를 조급하게 7월달에 하는 것은 당을 계속 경쟁 상황으로 몰고 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전당대회를 조기에 치러야한다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송영길 당선자는 “미루게 되면 정기국회, 대선이 다가오면서 더욱더 계파분열이 심한 전당대회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전대 연기에 반대했다.

27 일 비대위 회의에서도 전당대회 연기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장선 더민주 총무본부장은 백브리핑에서 “두 가지 의견이 있었고 충분히 의견을 들어서 합의해서 결정하자고 했다. (비대위에서) 언제하자는 논의는 없었고 빨리 하느냐 좀 더 천천히 하반기에 하느냐는 양론이 있었기에 충분히 토론해서 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당무위원들과 당선자들이 합의를 보자는 취지였다”며 “(이 결정을) 원내대표 선거 전에 조기에 하는 게 좋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장선 본부장은 ‘김종인 대표 합의추대 주장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그 문제는 논의를 안 했다”고 답했다. 더민주 내 의견 갈등이 ‘전당대회 연기론’으로 좁혀졌다는 뜻이다.

전 당대회를 조기에 열자는 주장의 근거에는 당헌‧당규가 있다. 지난해 통과된 혁신안에 ‘새로운 지도부의 구성 시점은 총선 직후로 한다’는 내용이 있다는 것. 또한 당헌당규상 정기 전국대의원대회 의장을 2년 마다 소집하게 되어 있고 2개월이내에 전당대회를 열어 후임을 선출하도록 되어 있다는 점도 조기 전당대회 개최론의 근거다.

김홍걸 더민주 국민통합위원장은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작년에 통과된 혁신안에 보면 새 지도부 구성은 총선 직후에 한다고 되어 있다. 이것은 중앙위에서 의결한 사항이므로 지켜야 한다”며 “당헌에도 2개월안에 선출하도록 되어 있다. 어느 누구도 대표와 비대위에 당헌당규를 무시하고 정무적 판단을 할 권한을 준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정장선 본부장은 이에 대해 “당헌을 보면 부칙에 16년 ‘총선 이후 처음 개최되는’ 전국대의원대회를 정기전국대의원대회(전당대회)로 한다고 나와 있지 전당대회 시기를 못 박지 않았다”며 전당대회 연기가 당헌당규가 아님을 내비쳤다.

정 본부장은 또한 “우리 프로세스는 정기전국대의원대회를 2년마다 소집하고 (임기 종료 전) 2개월이내로 전당대회를 열어서 후임 선출하는 것인데, 이미 두 달을 넘겼기에 이 문제를 어떻게 결정하고 어느 단위의 누가 결정하느냐가 논란”이라며 “당내 결정구조를 보면 전당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전준위가 시기를 논의한 후 이를 최고위에 보고하고 결정했다. 전당대회를 합의 하에 했기에 이런 절차를 거쳤는데 이번에는 조기에 하자는 의견과 연기하자는 의견 있기에 전준위가 이걸 결정할 순 없고, 최소한 당무위원과 당선자가 모여서 시기를 결정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박광온 대변인도 “전당대회 ‘연기’가 아니다, 당헌당규를 보면 2016 총선 이후 첫 개최되는 대의원대회를 정기전당대회라한다고 되어 있지, 언제 해야 한다는 말은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계파갈등 분출을 우려해 전당대회를 올 하반기에 시행하자고 주장하지만, 전당대회를 언제할지를 두고 당내 갈등이 점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설사 5월3일 전당대회를 올 하반기에 치르고 당분간 김종인 체제를 유지하기로 결정한다 해도, 바로 다음날인 5월4일 원내대표 선출에 따라 계파갈등이 분출될 소지도 다분하다.

그간 더민주의 원내대표 선거는 당 대표에 대한 견제 성격이 강했다. 문재인 의원이 당 대표로 선출되자 비주류 이종걸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된 것이 대표 사례다. 하지만 당 대표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치러질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거꾸로 당 지도부 체제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비주류가 원내대표 자리를 맡게 될 경우 ‘친노 청산’을 내건 김종인 대표 체제에 힘을 실어주며 대선까지 김종인 표 당 개혁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친노가 원내대표직을 차지한다면 이후 김종인 대표 체제와 대립각을 세우며 당 대표 선거 및 대선구도에 영향을 미치려 할 것이다.

당사자인 김종인 대표는 27일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전당대회가 연기되느냐 되지 않느냐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내가 논평을 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김 대표는 “당내 의견이 조율되는 대로 전당대회가 어느 날 열릴 수 있을 것이고 당선자들이 어떤 의견 가지느냐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