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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문자 송출기준에 지진은 없었다

재난문자 송출기준에 지진은 없었다

[2016 국감] 역대 최대 규모 지진에 잠잠했던 재난문자, 국민안전처 송출기준에 없기 때문…“ 무책임한 안전불통행정”


원자력발전소 밀집지역에서 한반도 역대 최대규모의 지진이 발생했지만 국민안전처는 재난문자를 뒤늦게 발송하고 이마저도 잘 발송되지 않는 등 늑장대응을 했다. 지진이 국민안전처 재난문자방송 기준에 포함되지 않아 벌어진 일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 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재난피해를 막기 위해 재난문자방송이 운영되고 있지만, 정작 국민안전처의 문자 송출 기준에서 지진은 제외되어 있는 황당한 상황이 계속 되고 있다. 관측 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음에도 재난문자방송이 지연되고 제한적으로 발송된 것은 국민안전처의 무책임한 안전불통 행정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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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 난문자방송은 국민안전처 예규제50호, ‘재난문자방송 기준 및 운영기준’에 따라 운영된다. 국민안전처는 국가 비상사태시 관련 상황정보와 자연재난 및 사회재난 발생시, 대처 정보 등의 재난문자방송 송출을 기간통신사업자 및 방송사업자에게 요청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운영기준 내에 송출기준을 마련한다. 해당 송출기준은 태풍·호우·홍수·한파·폭염 등 각종 기상 재난에 대해 주·야간 시간대별 재난문자방송의 송출 여부의 기준을 두고 있다.

▲ 국민안전처 재난문자발송 송출기준. 자료=이재정 의원실 제공
문제는 해당 기준에서  지진이 아예 제외되어 있다는 것이다.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현행 송출기준상 재난문자발송 송출의 의무가 없다는 뜻이다.

이 러한 송출기준의 문제점은 이미 국회에서 제기됐다. 7월7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회의에서 의원들은 7월5일 발생한 울산 지진에서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인용 국민안전처장은 “향후 각 지자체와 공공기관에 지진을 알리는 내용을 보낼 때 국민에게도 동시에 문자메세지를 보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박 처장이 공언한지 두 달이 지나도록 규정은 바뀌지 않았고, 9월12일 지진 사태에서도 발송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 이재정 의원은 “지진 재난문자방송 발송을 약속한 국민안전처는 대형 지진 이후 두 달이  지나도록 관련 기준 하나 손 보지 않고 또 다시 약속을 어겼다. 한 번만 넘기자는 식의 무사안일주의 안전불통행정으로 국민은 지진의 공포에 떨 수밖에 없었다”며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안전불감증에 걸린 국민안전처의 존재이유에 대해 철저히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꺼번에 문자가 몰리면서 재난문자 발송이 늦어진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윤종오 의원(무소속)이 미래창조과학부를 통해 이동통신3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재난문자방송 발송에서 수신에까지 최대 14분 가량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안전처와 이동통신사업자간에 연결된 일종의 핫라인을 통해 전송된 재난문자는 각 이동통신사의 데이터 처리를 거쳐 가입자에게 전달된다. 윤 의원이 공개한 이동통신사 자료에 따르면, KT는 국민안전처가 재난문자를 발송한 시간부터 가입자가 수신하기까지 최대 14분가량이 소요된다고 밝혔고 SK텔레콤은 최대 약 7분가량 지연될 수 있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30초가량이 소요된다고 했지만, KT와 SK텔레콤과는 달리 최대 지연시간 기준이 아니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다.

국민안전처는 최초 지진이 발생한 19시 44분에서 9분이 지난 19시 53분에, 두 번째 지진이 발생한 20시 32분에서 8분이 지난 20시 40분에 재난문자방송을 발송해 늦장대응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윤 종오 의원은 “국민안전처는 재난문자방송을 늦장발송하고, 통신사들은 재난문자방송을 신속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초 단위의 경보로 사람의 생사가 갈리는 지진재해 상황에서, 재난문자가 아무런 경보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는 재난문자방송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즉각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