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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대선 주자들이 추진력을 얻는 시간

추석 연휴, 대선 주자들이 추진력을 얻는 시간

‘내년 1월’ 정치 활동 개시 알린 반기문, 더민주 후보들은 ‘추석 이후’, 안철수 ‘제3지대론’ 제시


정치인들에게 가족이 모이고 사람이 모이는 추석은 여러모로 민심을 끌어당길 기회다. 특히 이번 추석이 대선 국면이 본격화되기 전에 맞은 추석이라는 점에서, 대선주자들은 추석 밥상머리에 올라갈 화두를 던지거나 추석 이후 각자의 자리로 흩어질 민심을 향해 메시지를 던지기 마련이다.

이번 추석기간 동안 가장 화제의 중심에 선 대선 주자는 반기문 UN 사무총장이다.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실체가 모호하다는 ‘반기문 대망론’에 한 걸음 다가가는 행보를 보였다. 반 총장은 지난 14일(현지시각) 뉴욕UN사무국에서 정세균 국회의장,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등을 만났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15일 페이스북에 밝힌 내용에 따르면, 반 총장은 ‘언제 귀국하나’라는 질문에 “금년 말 임기 마치면 1월1일 귀국하겠다”며 “대통령, 대법원장, 국회의장 ,3당 원내대표들께 인사를 가겠다”고 말했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국민들께 귀국보고를 하는 기회를 갖겠나’고 묻자 반 총장은 “그런 기회가 있으면 영광”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 현지시각 9월14일 뉴욕UN사무국에서 만난 반기문 UN사무총장(가운데)과 정세균 국회의장 및 3당 원내대표들. 왼쪽부터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정세균 국회의장, 반기문 사무총장,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사진=국회의장실 제공

1월1일을 기점으로 반 총장이 국내 정치활동을 본격화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반 총장이 귀국 후) 국회 연설을 바라는 것으로 저는 해석했고 하루라도 빨리 귀국해서 활동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느꼈다. 특히 정진석 대표가 총장의 경험. 경륜. 지혜를 우리나라에서도 쏟아주고 미래세대를 위해서 보여주라는 요구에 구체적 답변은 안했지만 싫지 않은 미소로 듣고 있었다”며 “임기 끝나면 빠른 시일 내에 귀국하여 본격적인 활동을 할것을 강하게 암시 받았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내년 대선 이슈로 제기될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다. 반 총장은 3당 원내대표와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핵무장론에 대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에 대한 제재는 대화가 전제돼야 한다. 대화를 위해서 제재가 필요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 총장은 현지시각 13일 AP통신과 인터뷰에서도 “기회가 된다면, 시민의 일원으로서 북한과의 화해 증진을 돕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고 싶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인권문제 등에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는 비판에 대해 “사람들은 내가 조용했고, 인권 문제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는데 나는 너무 몸조심하는 서구의 그 어떤 정치 지도자들보다도 더 목소리를 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자평했다.

현재까지 반기문 총장이 여권의 가장 유력한 대권 주자로 손꼽힌다는 점에서 여권의 대선 시계는 반 총장이 귀국하는 내년 1월에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 SBS가 추석을 맞아 여론조사업체 TNS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대통령감으로 누가 가장 낫나’라는 질문에 반기문 사무총장이라는 답이 21.5%로 가장 높았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4.8%,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는 6.9%를 차지했다.

여권의 또 다른 대권 주자로 꼽히는 유승민 의원은 추석 연휴 동안 지역구 시장과 선친의 묘를 찾았다. 유 의원은 추석 당일인 15일에는 지진피해를 입은 경주를 방문했다. 유 의원은 1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정부와 공공기관들의 무능과 무책임은 세월호와 구의역 사고 이후 조금도 나아진 게 없어 보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유 의원은 정부여당과 거리를 두며 ‘여당 내 야당’이라는 메시지를 주기적으로 던지고 있다. 유 의원은 지난 7일 한림대 특강에서 야당이 주장하는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에 대해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또한 교육문제에 대해 “제2의 고교평준화를 생각해야 한다. 자사고와 일부를 제외한 외고 중심 특목고는 폐지해야 한다”며 보수정당의 교육정책과는 다른 목소리를 냈다.

유 의원은 오는 30일 모교인 서울대에서 경제와 안보를 주제로 한 강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사드 배치와 증세론 등 주요 정치 쟁점에 대한 유 의원의 더 확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유 의원과 모병제를 두고 논쟁을 벌였던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추석연휴기간 경기도의 당직 공무원들을 방문해 격려했다. 가장 주목되는 행보는 연휴기간 중 경기도가 추진 중인 ‘행복카셰어’ 사업이 원활하게 운영되는지 점검한다는 점이다. 행복카셰어는 주말과 공휴일에 쉬는 관용차량을 저소득층이나 소외계층에 무상으로 빌려주는 사업으로, 남 지사가 내세우는 ‘공유적 시장경제’ 사업의 하나다.

남 지사는 추석을 마치고 난 뒤 교육문제에 대한 입장도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남 지사는 수도이전, 모병제, 공유적 시장경제, 교육문제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나름의 대안을 던지며 대권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야권의 대권 주자는 추석 연휴 기간동안 추석이후의 행보를 준비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양산자택에서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지역원로 등을 만나는 등 개인적인 일정으로 추석을 보냈다. 하지만 추석 연휴가 끝난 뒤 정책 전문가들과 함께 ‘싱크탱크’ 구성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 9월13일 경주지진에 따른 피해 점검을 위해 고리원전 현장점검에 나선 김경수 더민주 의원(왼쪽)과 문재인 전 대표. 사진=김경수 의원 측 제공

문 전 대표 측 김경수 의원은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문 전 대표가 민생 현장에서 시민들과 함께 찾아낸 대한민국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 저출산 저성장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미래 비전과 정책 아젠다를 중심으로 (추석 이후) 싱크탱크 구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또한 “문 전 대표는 추석 연휴기간, 관심있는 분야와 관련된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 특히 저성장시대 한국경제의 미래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 책을 집중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전 대표가 읽었다는 책은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저성장시대, 기적의 생존전략’ ‘축적의 시간: 서울공대 26명의 석학이 던지는 한국산업의 미래를 위한 제언’ ‘로버트 라이시의 자본주의를 구하라: 상위 1%의 독주를 멈추게 하는 법’ 등이다.

김 의원은 “이외에도 최악의 환경비극인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다룬 <빼앗긴 숨>, 심각한 한국의 청년고용을 주제로 대학과 연구기관, 관련부처 관계자들이 참가한 연구모임인 청년고용포럼에서 연구하고 토론한 결과를 모은 <한국의 청년고용> 등이 연휴 기간 문 전 대표의 관심을 끈 책들”이라고 밝혔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비슷한 경우다. 안 지사는 10월 초 분야별 정책구상, 즉 사실상의 대권 플랜이 담긴 책을 출간하고 전국을 돌며 강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전국을 돌며 대권 행보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10월22일에는 관훈클럽 토론회가 예정돼 있다. 안 지사는 13일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안희정은 문재인의 페이스메이커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는 질문에 “누구 보조재라고 하는 순간 내가 아니다. 나는 나대로 꽃피울 거다”라고 말했다.

이미 대권출마를 선언한 김부겸 의원은 추석 연휴 전인 12일과 13일 각각 광주와 대구를 찾았다. 이 자리에서 지역 시민단체들과 지역경제에 대한 간담회를 열었다. 김 의원은 12일 “정치적 지역주의 타파를 넘어 사회경제적 지방 살리기로부터 김부겸 정치를 새로 출발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은 ‘추석 이후의 전투’ 준비에 한창이다. 추석 이후 9월26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이 박 시장의 청년수당과 이 시장의 청년배당을 정조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두 시장은 국감에서 새누리당의 공세를 어떻게 돌파하느냐에 따라 대권후보로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다.

이재명 시장은 1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새누리당이 지자체 복지정책 금지법을 만든단다. 증세없는 복지한다며 전국민에 사기 쳐서 대통령 되고는 증세없는 복지 공약을 대신 이행하는 성남시가 눈엣가시인가”라고 비판했다. 박인숙, 오신환 새누리당 의원이 최근 지방자치단체가 사회 보장제도를 신설 혹은 변경할 때 보건복지부와 사전 ‘합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은 ‘제3지대’론에 불을 지폈다. 안 의원은 13일 SBS 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에 출연해 “정권교체만으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을 합리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정권이어야(한다)”며 “김부겸 의원이라든지 유승민 의원, 박원순 시장, 안희정 지사라든지 이런 분들이 다 힘을 합쳐야(한다)”고 말했다. 더민주 내부의 ‘반문재인’ 세력, 새누리 내부의 중도개혁세력과 안 의원을 필두로 한 국민의당 세력이 제3지대에서 뭉쳐야 한다는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