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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내진설계 강화 추진, 규제개혁위가 막았다

국토부 내진설계 강화 추진, 규제개혁위가 막았다

2011년 ‘2층 이하 신축 건축물’까지 내진설계 의무화하려던 국토부, 규개위가 ‘비용 든다’며 철회 권고

잇따른 지진으로 건축물 내진설계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가운데, 대통령 소속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가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던 ‘내진설계 규제개혁 방안’을 중단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0년 이후 규개위의 철회권고 안건’을 분석한 결과,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11년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가 내진설계 의무화 대상을 기존의 3층 이상에서 2층 이하 신축 건축물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건축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했으나 규개위가 과도한 규제라며 철회를 권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형식상으로는 권고이지만 행정규제기본법 14조2항은 “(규개위의) 권고를 받은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이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규개위의 권고는 사실상의 강제효과를 지닌다.

규개위가 당시 철회를 권고한 이유는 “많은 비용의 추가가 예상되나 건축물에 영향을 주는 정도의 지진상황 발생을 고려할 때 규제강화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돈은 많이 드는데 지진이 발생할 확률은 낮다는 것이다.

하지만 규개위의 철회권고가 내려지자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는 “내진전문가들이 1-2층 소규모 건축물에 내진설계를 적용해도 그 비용증가는 크지않다고 주장하고 있음에도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또한 규개위의 판단과 달리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지진 발생 건수는 2000년~2004년 201회, 2005년~2009년 235회, 2010년~2014년 292회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연평균 발생횟수도 1980년대에 16회에서 1990년대 26회 2000년대 44회, 2010년대 56회로 증가하는 추세다.

지진은 늘어나는데도 2015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전체건물 698만6913동 중 내진설계가 된 건물은 47만5335동으로 전체건물 대비 6.8%에 불과하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올해 5월 27일 국무총리 주재로 국민안전 민관합동회의를 열어 내진설계 의무화 대상을 기존의 ‘3층 이상 또는 연면적 500㎡’에서 ‘2층 이상 또는 연면적 500㎡ 이상’의 신축 건축물로 확대’하는 내용의 ‘지진방재 개선대책’을 확정했다.

하지만 ‘비용부담 증가’ 등의 철회권고 사유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재추진하는 ‘내진설계 의무화 대상 확대’에 대해 규개위가 이를 또다시 무산시킬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박찬대 의원은 “내진설계 의무화 대상을 대폭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2011년에 있었음에도 규개위의 반대로 좌절돼 골든타임을 5년씩이나 놓쳤다”며 “규제개혁이라는 미명 하에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행태를 더 이상 용인해선 안되는 만큼 이번 국정감사에서 부적절한 규제개혁에 대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