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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대관팀 보내지 말고 국민들께 직접 해명하세요”

“이재용 부회장, 대관팀 보내지 말고 국민들께 직접 해명하세요”

새누리당 "불필요한 사람 왜 부르나"… 박용진 의원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 이재용 외에는 답변할 사람 없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의 증인 채택 여부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의 핵심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박용진 더민주 의원은 18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촉구했다. 박 의원은 이 자리에서 “국감 앞두고 증인채택 하나 가지고 기자회견까지 하나. 유난떨고 야단법석을 떤다고 이야기하실 수 있다. 하지만 유난떨고 야단법석을 떨어야할 만큼 국회의 상황은 엄중하다. 재벌의 힘은 크고 정치의 힘은 왜소하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이재용 부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공익법인을 이용한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에 대해 묻기 위해서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5월 삼성문화재단과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러자 일각에서 삼성이 공익법인을 경영권승계에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과거 이병철 회장에서 이건희 회장으로 경영권이 승계될 때 공익법인을 이용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 고위 관계자는 당시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우회 상속을 위해서는 재단이 계열사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고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을 재단에 넘겨야 하는데, 그럴 계획은 전혀 없다”며 “재단이 과거 우회상속의 통로로 이용됐는지는 몰라도 지금은 그렇게 해서도 안 되고 그럴 계획도 없다. 모든 상속 절차는 정상적이고 투명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2월 삼성생명공익재단은 ‘투자수익 확보’라는 이유로 삼성SDI가 보유하던 삼성물산 주식 3천억 원 어치를 매입했다. 2천억 원 어치는 이재용 부회장이, 1천억 원 어치는 이 부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삼성생명공익재단에서 매입했다.
▲ 삼성생명공익재단 홈페이지 갈무리.

이러한 매입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말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을 합병하는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는 합병이 이루어지면 순환출자 고리가 늘어난다며 삼성SDI의 삼성물산 지분 중 2.6%에 달하는 500만주를 2016년 3월1일까지 처분하라고 요구했다. 매입 결과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분율이 16.5%에서 17.2%로 늘어났다. 공익재단이 재벌가 오너의 경영권 강화에 이용된 것이다.

박 의원은 18일 기자회견에서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이 결국 세금 없는 부의 세습, 즉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재용 증인을 출석시킨 가운데 이러한 행위가 경제력 집중을 막고자 하는 공정거래법의 취지에 부합하는 것인지, 공익법인을 이용한 부의 세습이 정당한 것인지 따져 물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증인 채택은 쉽지 않다. 새누리당이 이재용 증인 채택에 반대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1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오늘 간사단 회의에 가서 충분히 설명을 드렸다. 야당 간사 두 분은 충분히 이해한 것 같고, 새누리당의 경우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야당의 한 정무위 관계자는 “새누리당이 많이 반대한다. 재벌총수는 안 된다는 입장이고, (삼성의) 다른 사람이 나오면 되지 않느냐는 입장”이라며 “야당은 더민주, 국민의당, 정의당 모두 찬성하는 기류”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정무위 간사인 유의동 새누리당 의원이 반대하는 차원이 아니라 새누리당 전체가 반대하는 입장으로 봐야 한다”며 “만약 이재용 부회장이 채택되면 당장 ‘이재용은 되는데 정몽구는 왜 안 되나’ 이런 말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 같다. 따라서 어떻게든 채택이 안 되게 하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의동 새누리당 의원은 “(이재용 증인 채택에 대해) 아직 본격적으로 상의를 안 해봤다. 상의하는 과정에서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아직까지 (입장을) 말씀드리기가 그렇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특정 개인에 대해 말씀드리긴 아직까진 어렵다. 협상을 시작해야하니 그 때 지켜보고 말씀 드릴 것”이라면서도 “필요한 증인이라면 (누구든) 상관없이 불러야 되겠지만 불필요한 사람을 오라고 하는 건 좀 그렇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당 차원에서 기업이나 재계 증인들의 경우 채택을 최소화해야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김현아 새누리당 대변인은 8일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거론된 증인 요청명단을 보면 국정감사에서 논의되어야 될 사안에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지 않는 증인이나, 기업인들, 대기업 총수들이 거론되고 있다”며 “새누리당은 민생에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고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기업인들을 무분별하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하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반대할 명분이 부족하다. 재벌총수는 안 된다지만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출석한 사례가 있다. 나아가 이재용 부회장이 아닌 다른 삼성그룹 인사가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에 대해 답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박용진 의원은 “재벌총수를 왜 부르냐는 데 나는 공익재단 이사장을 부른 것이다. 공익재단 이사장이 공익적인 돈을 가지고 경영권 편법승계라는 의심을 살만한 행동을 한 것에 대해 해명해야하는 것 아닌가”라며 “새누리당이 반대한다면 반대 이유가 명확해야한다. 이유 없이 부르는 것도 문제지만 이유 없이 반대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또한 “이번에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도 (증인으로) 올지 모른다. 국민적인 의혹이 제기되면 재벌총수가 아니라 누구라도 예외는 없어야하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삼성 측이 움직이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박 의원은 18일 기자회견에서 “자꾸 사람을 보내 저에게만 해명하려 하지 말고 국민들에게 직접 해명하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삼성에서 대관 업무하시는 분들 있다. 해명할 게 있으면 해명해야 하니 이 분들이 연락하는 것을 나쁘게 보진 않는다”며 “하지만 그것과 무관하게 이 건은 다른 사람이 해명할 수 없는 사안이다”라고 설명했다.

정무위는 19일 회의를 열고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 정지원 한국증권금융 사장, 이상운 효성 대표이사 등 15인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는 오는 10월 6일에 열릴 예정으로, 일주일 전인 9월29일까지만 여야가 합의하면 이재용 부회장을 국정감사장에 출석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