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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매머드급 ‘싱크탱크’로 대세론 약발 받을까?

문재인 매머드급 ‘싱크탱크’로 대세론 약발 받을까?

'국민성장' 내걸고 중도화 표방…“쪽수와 콘텐츠는 별개, 단단한 총론과 함께 좋은 정책수단까지 채워야”



문재인 전 대표가 대선을 앞두고 ‘싱크탱크’를 출범했다. 500~1000명에 달하는 매머드급 조직으로, 문재인 전 대표가 ‘대세론 굳히기’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전문가들만 많이 포진시킬 게 아니라 대선후보로서의 콘텐츠를 보여줘야 진짜 ‘싱크탱크’ 기능을 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재인 전 대표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가칭)이 오는 6일 오후 프레스센터에서 창립준비 심포지엄을 갖고 본격적인 출범 준비에 들어간다.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을 맡았던 조윤제 서강대 교수(경제학)가 소장을, 조대엽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이 부소장을 맡는다. 한완상 전 교육부총리가 상임고문을, 김기정 연세대 행정대학원장이 연구위원장직을 맡을 예정이다.

‘국민성장’은 500여명의 교수들이 발기인으로 참여하는 대규모 싱크탱크다. 계속 추가적인 참여를 받아 올해 안에 1000여명 이상의 교수들이 참여하는 정책대안그룹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문 전 대표 측 계획이다.

국민성장의 구성 면면에서 문 전 대표가 던지는 메시지는 ‘중도화’다. 소장을 맡은 조윤제 교수는 중도 주류 경제학자로 꼽힌다. 국민성장에 참여하는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무원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도 대표적인 주류 경제학자로 꼽힌다. 반면 2012년 대선 당시 문 전 대표의 싱크탱크였던 담쟁이포럼 출신 한완상 전 총리, 조대엽 노동대학원장, 김기정 행정대학원장 등은 ‘진보 인사’로 꼽힌다.

문 전 대표 측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일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경제민주화를 앞세운 진보 경제학자들과 주류 경제학자들이 함께 모여서 '대한민국 경제의 근본 해법과 비전'을 찾아나가는 싱크탱크가 될 것”이라며 “그러한 모색의 일단이 '국민성장'이라는 명칭에 표현되어 있다. 경제성장과 경제민주화라는 대한민국 경제의 두가지 과제를 '국민성장'이라는 해법을 통해 모색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매머드급 싱크탱크를 통해 읽을 수 있는 또 다른 메시지는 ‘대세론을 밀고 나가겠다’는 것이다. 대선이 1년2개월 가까이 남은 상황에서 대규모 싱크탱크를 만들어 다른 후보들보다 먼저 정책 밑그림이나 대선 공약을 설계하겠다는 뜻이 보이기 때문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대세론으로 가면 ‘역동성이 있겠나’ ‘독주해서 되겠나’라는 이야기가 야권에서 나오고 있는데, 이를 의식하지 않겠다는 모습이 보인다”며 “예선이든 본선이든 한 호흡으로 쭉 밀고 나가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실장은 “이런 전략에는 리스크도 있다. 월급을 받는 것도 아니고 또 생각도 다 다른 이렇게 거대한 조직을 오래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과거 후보들이 이렇게 미리미리 싱크탱크를 구성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결국 후보가 중심축으로 끌고 나가야하는데 1년2개월 동안 긴장감을 유지하며 조직을 이끌어나가는 게 쉽진 않을 것이다. 결과를 보고 판단해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여러 경제학자들을 싱크탱크에 포진시키는 것보다 싱크탱크를 통해 문재인 전 대표의 콘텐츠를 채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책혁신가 최병천 전 더불어민주당 보좌관은 “경제학자를 천 명, 만 명 모은다고 경제가 살아나는 건 아니다. (경제에 대한) 문재인의 입장은 무엇인지가 중요하다”며 “쪽수랑 콘텐츠는 별 개의 문제”라고 밝혔다.

최 전 보좌관은 “문 전 대표가 2.8 전당대회 이후 내세운 것이 ‘유능한 경제정당’이고 ‘소득주도 성장’이다. 근데 내용이 뭔지 보면 최저임금 인상, 생활임금 조례 말고 별 게 없고 대통령 급의 정책이라고 보기 힘들다”며 “단단한 총론과 함께 좋은 정책수단이 필요하다. 싱크탱크 설립 이후 대선까지의 남은 기간 동안 싱크탱크가 이런 콘텐츠를 채우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태곤 실장 역시 “문 전 대표가 중도를 이야기한 지 2년 정도 됐다. 하지만 정작 문 전 대표는 세월호 유가족을 위해 단식을 하는 등 자신의 지지층에 소구력을 갖는 행보를 할 때 돋보인다”며 “싱크탱크가 이야기하는 중도와 문 전 대표의 행보 간의 싱크로율이 높아야 (싱크탱크가 갖는) 파괴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