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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탄핵밖에 없다" 국회에서도 힘 실린다

"결국 탄핵밖에 없다" 국회에서도 힘 실린다

야당·비박계 요구 무시하고 ‘영수회담’ 제의… 탄핵을 부르는 대통령과 친박? 성사 가능성 낮지만 압박 수단으로도 거론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여론이 점점 높아져가면서 국회가 탄핵 절차에 돌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비박 계의 지원이 없으면 국회통과가 어렵다는 점에서 아직은 논의 단계이지만, 현실화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국민의당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천정배 의원은 7일 회의에서 “헌법에 따른 탄핵에 착수해야 한다. 여야 정당과 국회의원들에게 당장 탄핵 소추를 위한 논의를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국정을 주도하겠다는 뜻을 꺾지 않은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결단만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천 의원은 국회에서의 탄핵 논의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으로 하여금 즉시 국정에서 손을 떼게 하고 과도정부를 수립해서 국정공백을 메우고 국정 시스템의 근본적 개혁을 이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자리에서 박주현 국민의당 의원 역시 “국민과 야당은 대통령이 여야 합의하에 거국내각을 구성하고 사임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불행히도 대통령이 그렇게 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며 “그렇다면 탄핵을 해야 한다. 탄핵사유는 넘치고 국민 대다수가 원하며 국회가 헌법에 의해서 부여받은 권한이자 역할”이라고 밝혔다.

주승용 국민의당 의원도 7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국민의당을 비롯한 야권도 결단을 내려야할 때가 임박했다. 국민들이 하야를 요구하면 거기에 부응하는 것은 국회가 할 수 있는 법적 조치는 탄핵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야당이 탄핵 절차와 탄핵 이후 로드맵에 대한 논의를 공론화하자고 주장했다.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도 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국민은 촛불을 들고, 국회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그동안 박대통령이 저지른 국정문란과 국기파괴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탄핵 논의와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헌법 제65조는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등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내부 자료나 외교안보문건을 민간인에게 유출시켰거나 이를 알고도 묵인했다는 논란,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을 주도했거나 지시했다는 의혹 등을 고려하면 법률 위배 소지는 명확하다.

문제는 절차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가결되려면 국회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국회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야3당과 무소속 의원 전원(171석)이 동의한다 해도 새누리당에서 29명 이상의 이탈 표가 나와야 한다. 비박계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비박 계는 아직까지 대통령의 탄핵이나 하야가 아니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대표직 사퇴 및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대통령의 탈당, 김병준 총리 후보자 지명철회 등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탄핵으로 가면 (야당이) 지는 것이라 본다. 만일 새누리당이 분당 상황으로 가면 야당과 한 배를 타겠지만, 그렇지 않은 한 탄핵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비박의 목표는 분당이 아니라 당권을 잡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현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며 최고의원직을 사퇴한 강석호 새누리당 의원도 7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탄핵 및 하야 요구에 대해 “이 상황을 수습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대통령이 하야하면 두 달 안에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하는 등 실질적 법적으로 많은 곤란한 문제가 생김으로 오히려 우리 대한민국과 국민에게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회에서 탄핵이 가결된다 하더라도 헌법재판소 재판관 6인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탄핵이 성립한다. 도올 김용옥 한신대 석좌교수는 7일 한겨레에 기고한 글에서 “탄핵은 문제가 많다. 정당 간의 합의도 어렵고, 최종적으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거쳐야 하는데 이 전 과정은 장기화될 것이며 박근혜는 면죄와 휴식과 도덕적 마비를 얻는다”며 “헌재의 판결은 국민이 바라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탄핵절차는 박근혜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임기가 끝났음을 인정하고 의회와 협의하겠다고 선언할 것, 새누리당의 현 지도부 교체 등을 요구하며 “이 의회의 결정에 대통령이 순응하지 않는다면 의회는 모든 헌법적 권한을 행사하겠노라 선언하라”고 밝혔다. 

안 지사가 언급한 ‘모든 헌법적 권한’은 탄핵을 연상시키지만, 직접적으로 탄핵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또한 여러 가지 전제조건을 달았다. 같은 맥락에서 국민의당 역시 박 대통령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 탄핵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여전히 박근혜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은 4일 기자회견에서 야당의 요구인 거국중립내각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도, 김병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하겠다는 의사도, 2선 후퇴에 대한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오히려 ‘조실부모’(早失父母) 이야기를 꺼내 콘크리트 지지층을 자극하며 국정운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만 드러냈다. 더민주가 별도 특검, 국정조사, 총리 지명 철회를 조건으로 내걸고 수용하지 않으면 퇴진 운동에 들어가겠다고 경고했음에도 박 대통령은 야당에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야당이 영수회담을 수용하면 박 대통령을 국정운영의 한 주체로 인정하는 꼴이 된다.

윤관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7일 오후 브리핑에서 “청와대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비상시국에서도 아무 내용이 확인되지 않은 영수회담을 억지로 추진하겠다며 언론플레이만 연출하고 있다”며 “일방적 총리지명 철회, 국회 추천 총리 수용,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운영에서 손을 떼는 실질적인 조치와 답을 만든 이후에 필요하면 영수회담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의 친박 지도부도 박 대통령과 여전히 발을 맞추고 있다. 비박계 강석호 최고위원이 7일 사퇴를 했으나 이정현 대표 등은 사퇴를 거부했다. 이어 비박 계 김무성 전 대표까지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의 탈당 및 총리 지명 철회를 요구했으나 친박 계는 이마저 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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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계 이장우 최고위원은 7일 기자회견을 통해 “2014년, 2015년 최순실 씨와 차은택 씨 등이 활개 치고 다니던 시절 당 대표가 누구였나. 김무성 대표가 아니었나”라며 김 전 대표의 책임을 물었다.

아직까지는 탄핵이 압박을 위한 ‘수단’으로 등장하고 있지만 박 대통령과 친박 계가 국정운영에 대한 권한을 포기하지 않으려 하고, 이에 대한 반발로 11월12일 대규모 촛불집회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 경우 탄핵 논의가 현실화될 수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친박이 오히려 정국을 탄핵 국면으로 만들려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