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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이 박 대통령에게 “마음을 비우라”한 까닭은?

정세균이 박 대통령에게 “마음을 비우라”한 까닭은?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 받겠다”면서 2선 후퇴는 언급 없어… 민주당 논평 "달랑 세 문장, 대통령은 변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김병준 총리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하고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총리의 권한이나 2선 후퇴에 대한 입장은 명확히 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8일 오전 국회를 방문해 약 10분 간 정세균 국회의장과 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국정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큰 책무라고 생각해 이렇게 의장을 만나러 왔다. 국회가 총리를 추천해 준다면 총리로 임명해서 내각을 통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영수 국회 대변인은 8일 오전 면담 직후 브리핑에서 정세균 의장이 박 대통령에게 “힘든 시간이고 국민이 걱정이 많고 좌절감을 느낀다. 주말의 촛불민심을 잘 수용해서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대변인에 따르면 회담은 박 대통령의 모두발언 이후 약 10분 간 이어졌다. 박 대통령이 김병준 총리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고 여야가 추천하는 총리를 임명하겠다고 제안한 것에 대해 정세균 의장은 “대통령 말씀을 잘 전달하고 제 정당들이 위기극복에 협력하도록 소통을 잘 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야당과 비박 계가 요구하던 김병준 총리 철회를 수용함에 따라 이제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역으로 야당이 대통령의 제안을 수용하라고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염동열 새누리당 대변인은 회담 직후 브리핑에서 “야당도 국정파탄과 헌정중단을 바라지 않을 것”이라며 “현 난국을 극복하여 불안과 혼란을 해소할 소임은 야당도 함께 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주시길 간절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총리 지명을 철회하고 총리 추천권을 국회에 넘기긴 했지만 과제는 남아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박 대통령이 국정에서 손을 떼야 한다며 2선 후퇴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총리가 내각을 통할하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총리의 권한이 어디까지인지를 두고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 김영수 대변인은 ‘내각 통할에는 외교 및 국방 등 외치도 포함되는 것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 부분은 제가 답변드릴 부분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회담에서 “대통령의 명예를 지킬 수 있도록 국회가 협력해야 하고 동시에 대통령도 마음을 비워야 한다”고 말한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김영수 대변인에 따르면 정 의장은 박 대통령에게 “국회가 적임자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하고, 권한을 부여해야 하고 차후 권한 부여에 대한 논란이 없도록 깔끔히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동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8일 브리핑에서 “대통령 말씀은 모호했다. 실제로 총리에게 권한을 주고 일체 간섭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실제 국회가 추천한 총리에게 운영 권한을 주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며 “국회가 추천한 총리가 국정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감 놔라 배 놔라 간섭하지 않겠다는 약속 또한 없었다. 국민과 야당은 대통령의 2선 후퇴를 요구했는데 이것은 받아들이겠다는 것인지, 계속 권한을 행사하는 대통령으로 남아 있겠다는 것인지 책임 있는 말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기 대변인은 또한 “어렵게 발걸음하셨는데 하신 말씀은 달랑 세 문장이었다. 박 대통령은 변하지 않았다고 본다”며 “국회의 수장을 만나는 자리에서 민심을 묻고 국회의 의견을 경청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은 기본이다. 자기 말과 요구만 일방적으로 쏟아놓고 돌아서버리는 대통령의 뒷모습에 또 한 번 절망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