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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콘크리트, ‘달그닥 훅’ 무너졌다

박근혜의 콘크리트, ‘달그닥 훅’ 무너졌다

[분석] 굳건했던 지지율, ‘이대’가 흔들고 ‘태블릿PC’가 박살냈다… "이러려고 대통령" 이후 소폭 반등 조짐도



최순실 게이트는 철옹성 같던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을 무너뜨렸다. ‘최순실’ 이름 석 자가 나타나자마자 박 대통령의 지지층이 등을 돌린 것은 아니다. 균열의 조짐은 이화여대 특혜 논란에서 시작됐고, JTBC가 보도한 태블릿PC가 콘크리트를 박살냈다. 

최순실의 이름이 처음 언론에 등장한 것은 9월20일이다. 한겨레는 9월20일 1면 기사에서 입소문으로 떠돌던 박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씨를 현실의 영역으로 끌어냈다. 이어 여러 언론보도를 통해 미르‧K스포츠재단이 대기업 자금을 모으는 과정에서 최씨와 청와대 인사들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콘크리트는 흔들리지 않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2016년 9월19일부터 23일까지 실시한 주간집계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31.9%를 기록했다.

한국갤럽이 2016년 9월20일부터 2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박 대통령 지지율은 31%였다. 리얼미터와 한국갤럽조사 모두 지난주 대비 2%p 가량 지지율이 떨어진 결과였지만, 지지율에 영향을 미친 요인은 최씨 관련 의혹이 아니라 지진이었다.

▲ 9월20일자 한겨레 1면

최씨 의혹이 한동안 이어졌지만, 지지율에는 큰 변동이 없었다. 오히려 소폭 상승하는 모습도 보인다. 10월3일 공개된 리얼미터의 9월 4주차 주간집계에서 박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2.0%p 상승한 33.9%를 기록했다. 10월4일~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0.5%p 상승했다. 9월27일~29일 실시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는 1%p 하락했지만 여전히 30%의 지지율을 유지했다. 

9월 말부터 10월초까지 최순실 게이트는 대통령의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아니었다. 9월26일 김영란법이 실시되자 대통령 지지율이 소폭 상승하고, 10월3일 박 대통령이 북한 국민을 상대로 탈북을 권유하는 발언을 하자 지지율이 상승했다. 

한국갤럽의 10월 2주차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26%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사람들이 꼽은 이유는 △소통 미흡 △경제정책 △독선/독단적 △인사 문제 등이었다. 최순실 게이트가 아직까지 이유로 등장하지 않은 셈이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최순실 게이트’라는 부정 평가 이유가 등장한 시기는 10월 3주차부터였다. 갤럽이 10월 18일~20일 실시한 10월 3주차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 지지율은 25%로 취임 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또한 박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사람들이 꼽은 이유로 ‘최순실/K스포츠‧미르재단(4%)’이 처음 등장했다. 

리얼미터가 10월17일부터 19일까지 실시한 10월3주차 주중집계에서 박 대통령 지지율은 27.2%를 기록했다. 지난주에 비해 4.2%p 빠졌으며, 같은 조사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20%대로 하락한 수치다. 10월 2주~3주차부터 박 대통령의 지지율에 유의미한 변화가 시작된 셈이다.

이 시기 최대 이슈는 최씨의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특혜입학이었다. 10월13일 CBS 노컷뉴스 보도로 정씨가 이대에 제출한 리포트가 공개됐다. 인터넷 블로그를 짜깁기 해 “마음 속에 메트로놈 하나 놓고 달그닥 훅 하면 된다”고 쓴 리포트였지만 B학점을 받았고, 교수가 정씨에게 쩔쩔 매는 모습까지 공개되며 특혜 의혹이 폭발했다. 이화여대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는 ‘달그닥 훅’과 특혜입학을 풍자하는 대자보로 가득 찼다.

▲ 정유라씨의 레포트. 사진=CBS 노컷뉴스

정유라 특혜입학 논란은 10월17일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사퇴하면서 정점에 달한다. 리얼미터는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논란이 최순실씨 딸 특혜 의혹 논란으로 확대되었던 17일에는 지난주 주간집계 대비 2.2%p 내린 29.2%로 ‘우병우 민정수석 의혹’ 논란이 이어지던 8월31일과 9월5일에 기록했던 취임 후 일간 최저치(29.4%)를 경신했고, ‘최순실씨 모녀회사 80억 요구 의혹’이 불거졌던 19일에도 27.6%로 하락하며 다시 한 번 최저치를 경신한 데 이어 ‘최순실씨 설립 더블루케이 의혹’ 보도가 확산됐던 19일에도 26.1%로 떨어지며 3일 연속 취임 후 최저치를 경신했다”고 분석했다. 

리얼미터는 또한 “14일부터 시작된 ‘송민순 전 외교부장관 회고록’을 둘러싼 여당의 공세는 박 대통령의 지지층 결집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화여대 특혜 입학 논란 등 최순실 게이트가 제1의 변수로 자리 잡았다는 뜻이다.

관련기사 : ‘송민순 회고록’으로 ‘최순실 게이트’를 뭉갤 수 없는 이유

중앙일보가 지난 1일 네이버에 실린 관련 기사 댓글 80만 건을 분석한 결과도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 중앙일보 분석 결과 9월20일부터 10월10일까지 기사에 댓글이 약 19만 개 달렸지만 최순실이라는 단어 대신 ‘재단’이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나온다. 10월11일부터 23일까지 기사 댓글은 6배 가까이 늘어난다. 가장 도드라진 단어는 ‘이대’였다. 

이대 특혜입학 논란이 한국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건드리며 최순실 게이트를 대중에게 알렸고, 박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친 셈이다. 

이대가 만든 균열을 붕괴로 이어지게 만든 요인은 10월24일 JTBC의 태블릿 PC보도였다. 최순실씨가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미리 받아보고 첨삭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급속도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다음날인 25일 90초짜리 사과 기자회견을 했음에도 소용이 없었다.

▲ 10월 24일자 JTBC 뉴스룸 갈무리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10월26일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17.5%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10%대로 추락했다. 연령별로는 지금까지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항상 우세했던 60대 이상의 긍정평가가 42.7%로 폭락하고 부정평가가 54.9%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섰다. 박 대통령의 핵심 지지 지역인 대구·경북은 35.4%를 기록하며 취임 후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비슷한 시기인 10월26일~27일 실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14%로 역시 최저치를 갱신했다. 20대 지지율은 5%, 30대 지지율은 7%, 40대 지지율은 8%로 한 자리 수를 기록했다. 50대 이상의 지지율은 17%, 60대 이상 지지율도 28%까지 추락했다. 대구/경북 지역 지지율도 19%를 기록하며 20% 아래로 떨어졌고, 부산/울산/경남 지역 지지율도 17%까지 하락했다. 응답자의 38%가 ‘최순실/K스포츠·미르재단’을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이유로 꼽았다.

같은 시기 새누리당 지지율이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보다 5%p 이상 앞서고 새누리당이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에 밀려 2위를 기록하는 현상이 지속됐다. 한국갤럽의 10월 넷째 주(25~27일) 조사 결과 현재 지지하는 정당이 어디냐는 질문에 더불어민주당이라는 응답이 29%로 1위를 기록했다. 새누리당이 26%였다.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에게 ‘짐’이 되는 상황이 왔다는 뜻이다. 

그리고 11월1일~3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5%까지 추락한다. 20대와 30대의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1%였고, 광주‧전라 지지율은 0%가 나왔다. 트위터에서 몇몇 누리꾼들이 “1% 미만이라서 0%로 처리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자 한국갤럽은 공식 트위터를 통해 “그 힘든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조사 결과는 나온 그대로입니다”라며 통계표를 공개했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18%까지 떨어지며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 한국갤럽 여론조사

콘크리트 붕괴에 대해 박 대통령은 미안하다고 호소했다. 박 대통령은 4일 대국민담화에서 ‘조실부모(早失父母)’를 거론하며 “이러려고 대통령이 됐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라고 말했다. 눈물의 호소 탓인지,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10.2%까지 떨어졌던 박 대통령 지지율이 사과 기자회견 이후인 12.7%까지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안종범 전 수석, 정호성 비서관 등이 게이트의 배후로 박 대통령을 지목하고, 최씨의 국정개입이 추가적으로 드러나는 상황에서 콘크리트에 호소하는 박 대통령의 전략이 효과가 있을 지는 미지수다. 콘크리트란 깨긴 어려워도 한 번 깨지면 다시 붙지 않는 법이다.

▲ 리얼미터 여론조사


원문보기: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33153&sc_code=&page=1&total=539#csidx9f9b10512eb1732a982905ea493aec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