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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민족끼리’ 회원명단 공개의 결과는 ‘이념갈등’

‘우리민족끼리’ 회원명단 공개의 결과는 ‘이념갈등’
[아침신문 솎아보기] 북한의 외교관 철수 권고는 고도의 심리전?
조윤호 기자

언론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이슈는 여전히 ‘북한’이다. 북한이 5일 평양 주재 외국 대사관들에 철수를 권고했다. 외교관 철수는 일반적으로 전쟁 직전에 취하는 조치로, 이번 조치를 통해 북한이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제 해커집단 어나니머스가 우리민족끼리 회원명단을 인터넷에 공개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일간베스트)은 이를 ‘간첩명단’으로 규정하고 신상 털기를 하고, 국정원에 신고하고 있다. 경찰과 검찰도 이들의 국보법 위반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6일자 아침종합신문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북, 평양 주재 각국 외교관들에게 철수 권고>
국민일보 <北, 中·러·英 공관에 “평양 떠나라”>
동아일보 <“10일 이후 안전 보장못해” 北, 외국공관에 철수 권고>
서울신문 <北위협 맞선 ‘치킨게임’부터 멈춰라>
세계일보 <귀신도 홀린다>
조선일보 <“세계 유명인 검은돈, 한국인 명단 확인중”>
중앙일보 <국정원, 우리민족끼리 리스트 수사>
한겨레 <“김삼천은 자격 없다”>
한국일보 <북핵 대응 韓 “대화로” 日 “제재로”>
 
계속 되는 북한의 심리전?
 
북한이 각 국 대사관에 철수를 권고하면서 김일성 주석의 생일(4월 15일) 즈음인 오는 10일 이후 외교관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하지만 이를 실제적인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분석은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인다. 많은 언론이 북한의 외교관 철수 권고를 보여주기 식의 ‘쇼’라고 해석했다. 
 
<경향>은 외교관 철수를 언급한 수준이 국가별로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경향>은 “각국이 북한 철수 권고를 받아들이는 정도는 조금씩 달라 북한이 얼마나 진지하게 이러한 권고를 한 것인지는 의문이다”며 “북한이 외교단의 철수를 심각하게 고려했다기보다는 다른 나라를 끌여 들여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의도가 아닌가한다”라고 전했다. 영국과 러시아 정부는 자국의 평양 주재 대사관을 철수하지 않고 정상 근무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러한 추측에 힘을 실었다. 
 
<조선일보>는 북한에 주재하는 외국 외교관들의 동향을 전하며 북한의 시도가 “긴장을 고조시키기 위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대사관에 머무는 외국인들도 평소처럼 평온하게 일하고 있으며 동요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경향 3면


외교관 철수 권고가 북한의 ‘심리전’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동아일보>는 정부 고위당국자의 말을 빌려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기 위한 심리적 측면이 크다”고 전했다. 북한의 위협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점을 고조시키고, 문제의 원인이 미국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전술이라는 것이다. <세계일보> 역시 북한의 조치가 ‘심리전’의 일환이라고 해석했다. <중앙일보>는 당국자의 말을 빌려 북한의 조치가 “외교 선전전”이리며 “사태의 책임을 한·미 쪽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라고 전했다. 
 
  
동아 6면

 

 북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언론은 북한의 외교관 철수 권고에 대해 보도하면서도 여전히 북한의 조치가 ‘쇼’라고 비판하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평화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없는지에 대해선 별 말이 없다. <한겨레>는 예외적으로 평화와 대화에 대한 목소리를 전했다. <한겨레>는 “한국과 미국이 즉각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미국 언론들이 대화를 촉구하고 있으며 미 정부 역시 조심스럽게 북한에 대한 대응 수위를 조절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국에서도 특사 파견 등 대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한겨레 1면 

 

우리민족끼리 회원명단은 가짜?
 
우리민족끼리에 가입한 한국인들의 신상 정보가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무차별적인 신상 털기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와중에 몇 몇 언론은 이 명단이 가짜일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경향>은 신상정보가 공개된 누리꾼 중에 “해당 사이트에 가입한 기억이 없다”고 주장하는 누리꾼도 있다며 그들이 누군가에게 e메일을 도용당했을 수도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공개된 명단에 보수 인사로 꼽히는 이회창 전 의원도 포함되어 있으며 심지어 이명박 전 대통령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명단이 개인정보 도용에 의한 가짜 명단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일보> 역시 명의도용 가능성에 무게를 두었다. 명단에 포함된 김학송 전 새누리당 의원 역시 “가입자 정보가 본인이나 비서진의 것과 완전히 다르다”고 밝혔다며 김 전 의원 이메일로 가입한 사람이 한나라당 이회창 전 대표와 민주노동당 권영길 전 의원의 이메일로도 해당 사이트에 가입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몇몇 누리꾼에 의해 ‘간첩’으로 지목된 한 누리꾼이 “나는 우리민족끼리에 가입한 적이 없다”며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는 소식도 전했다. <국민일보>는 (특히 김대중 정부 시절) 연구 목적으로 가입한 사람도 있기 때문에 가입한 것만 가지고 종북이라고 볼 수는 없으며, 명단에 포함된 사람들이 명의를 도용 당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8면


수사는 엄정히 해야 하지만 신상 털기는 자제하라?
 
언론은 이번 사태를 통해 종북을 가려내야 한다는 입장일까 아니면 무리한 신상 털기를 우려하는 입장일까? 가장 강경한 입장은 <조선일보>다. <조선일보>는 인터넷 사이트가 종북 인사들이 북한의 주장을 퍼나르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사실상 인터넷 사이트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나아가 누리꾼들 중에 호기심에 가입했다고 ‘자수’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사실상 가입회원들을 범죄자 취급하는 태도를 보였다. 
 
  
조선3면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은 검찰 수사를 통해 종북 인사들을 가려내야 하지만 무리한 신상 털기는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일보>는 사설을 통해 “철저한 조사와 엄정한 법 적용으로 익명의 그늘에 숨어 이적 행위를 하던 세력들을 엄단해야 한다”면서도 “2004년 유해사이트로 분류돼 접속이 차단되기 전 학술연구나 취재목적 등으로 가입했던 경우도 있을 것이므로 가입 경위와 목적, 시기 등이 명확히 가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역시 “이 사이트에 단순 접속해 게시물을 읽는 정도는 위법이 아니지만 회원으로 가입하거나 북한 주민과의 채팅 또는 e메일로 메시지를 주고받았다면 정부가 정한 ‘북한 주민 접촉신고의무’를 위반한 것이다”라며 “시시비비가 가려지기 전까지는 신중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역시 사설을 통해 “이적세력의 암약상을 엄정히 색출해 단죄해야 하지만 혹시라도 무고한 사람까지 종북 인사로 낙인찍으면서 인권침해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19면


검찰 수사도 무리수이며, 마녀사냥도 중단하라
 
반면에 검찰 수사 자체도 무리이며, 마녀사냥 역시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한겨레>는 “검찰이 해킹된 회원명단을 단서로 덜컥 내사에 착수했지만 수사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라며 해킹이라는 불법 행위로 취득한 회원명단이 증거능력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사실을 전했다. 나아가 단순히 사이트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보안법 위반에 해당하는지도 논란의 대상이며 “우리민족끼리를 반국가(이적)단체로 보긴 어려울 것 같다”는 검찰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한겨레>는 사설을 통해서도 검찰 수사와 마녀사냥 식 신상 털기를 비판했다. 한겨레는 “과거 엑스파일 사건에서 ‘독수독과이론’을 거론하며 도청으로 수집된 삼성과 검찰고위층의 뇌물 수수의혹을 묻어버려놓고 이제 와서 해킹자료를 토대로 처벌 운운한다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일부 누리꾼이 “매카시즘적 불장난을 벌이려는 것도 경계할 일이다”라고 말했다. <경향> 역시 사설을 통해 대한민국은 “북한의 선전 선동에 휘둘릴 정도로 허약한 사회가 아니다”며 이번 검찰 수사와 신상 털기는 시민의 개개인의 머릿속을 검증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이런 행동이야말로 “국가의 정체를 송두리째 흔드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겨레 6면


종북 몰이의 결과는 이념 갈등?
 
이번 우리민족끼리 사건이 국내 이념 갈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국민일보>는 이번 사건을 통해 “내부갈등만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신문> 역시 사설을 통해 “종북주의자들을 내부의 적으로 심어 갈등을 유발함으로써 우리 사회 전체를 불안하게 만드는 게 북한이 원하는 바다.”라며 “마녀 사냥식 여론몰이로 이념 갈등을 조장한다면 결국 이런 전술에 휘말리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역시 신상 털기가 이념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일보>는 사설을 통해 “개인의 인권침해를 당연시하는 것 자체가 자유민주주의를 침해하는 행위”라며 “이번 사건은 최근 북한의 대남 위협과 맞물려 자칫 이념갈등으로 비화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