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글 /기사

MBC뉴스데스크,취약계층 화재참변 보도 부적절 논란

MBC뉴스, 취약계층 화재참변 보도 부적절 논란
저소득층·장애인 가정 화재사고 보도 결론이 “전기장판 온도조절 유의하라”

MBC 뉴스데스크가 전기장판 화재사고를 다루며 “전기장판 온도조절에 유의하라”고 결론을 지어 부적절한 보도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  
 
8일 저녁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는 헤드라인 뉴스로 전기장판 화재로 일가족이 참변을 당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경기도 시흥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사고로, 침대 매트리스가 타면서 나온 연기에 12살 김모 군과 8살 여동생이 질식해 숨지고 남매의 아버지 김 씨와 할머니까지 중태에 빠졌다.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은 전기장판이었다. 남매가 침대 위에 전기장판을 켜놓고 잠을 자다가 과열로 불이 난 것이다.
 
  
 
 
하지만 화재가 발생하게 된 데에는 다른 배경이 있었다. 첫째, 가스 요금이 밀린 탓에 난방이 되지 않아 남매가 전기장판을 켜놓고 잤다는 것이다. 뉴스데스크는 이에 대해 “가스 요금이 다섯 달이나 밀려 난방을 못하게 되자, 침대 위 전기장판 켜고 잠을 자다 과열로 불이 난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전했다.
 
둘 째, 남매의 아버지가 말을 거의 하지 못하는 뇌병변 장애인이었다는 것이다. 뉴스데스크는 “아버지 김 씨는 말을 거의 못하는 뇌병변 장애인이어서, 불이 난 뒤에도 소리를 치지 못해 화재로 인한 피해가 더 커졌다”고 전했다. 
 
이 두 가지 배경에 대해 설명한 뒤 이어진 MBC 뉴스데스크의 결론은 ‘온도 조절’이었다. 뉴스데스크는 “소방당국은 전기장판 온도를 너무 높이거나 여러 개를 한꺼번에 쓰면 과열로 불이 날 가능성이 크다며, 다시 한 번 주의를 당부 했습니다”며 뉴스를 마무리했다. 
 
SNS를 비롯한 일각에서는 MBC 뉴스데스크가 이 두 가지 배경(가스비 체납/장애인 가정)에 대해 보도한 만큼 결론도 이에 걸맞게 도출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장애인 가정이 화재를 당하는 경우에 대비한 대책, 가스비를 내지 못한 가정에 대한 지원에 대해 언급하는 식의 결론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민언련 이희완 사무처장은 미디어오늘과의 전화통화에서 “사태의 본질을 외면하고 겉모습만 찍어낸 결론”이라며 “사회취약계층의 현실에 대해 다루려는 취지의 보도였다면 장애인 가정, 가스비를 내지 못하는 계층에 대한 지원이 필요 하다는 식으로 사회 구조적 문제를 짚어줬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또한 “안천수칙에 대해 알려주면서 이번 사고가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일어난 일처럼 마무리하는 것은 사안의 본질을 가리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해당 뉴스를 보도한 MBC 기자는 이에 대해 원래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짚어주려고 기획했으나 도중에 안전수칙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편집방향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기자는 이어 해당 뉴스를 보도한 다른 언론사의 보도와 당일 MBC 뉴스의 전체적인 방향을 고려해 편집방향을 바꾸었다고 덧붙였다.

MBC 보도국 사회부 담당 데스크는  “에너지 빈곤층 문제에 대해 다루고 싶었지만 유가족이 가족이 처한 상황에 대한 상세한 보도를 원하지 않아 그렇게 보도할 수밖에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또한 전기장판 온도를 제일 높게 설정돼 침대에 불이 붙은 것은 사실이고, 이러한 점에서 안전수칙에 대해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마지막에 덧붙였다”며 “안전수칙을 지키는 것만 중요하고 에너지 빈곤층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오히려 그는 타사의 전기장판 화재 보도에 비해 MBC의 보도가 한걸음 더 나아간 것이라는 의견도 전했다. 그는 “다른 언론사 보도는 하나같이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자는 내용인데 그나마 MBC 뉴스에서만 에너지 빈곤층이라는 문제의식을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