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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인문, 사회과학

이 책을 전국의 정치학과 필독도서로!

 


안티조선 운동사

저자
한윤형 지음
출판사
텍스트 | 2010-12-17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안티조선 운동사』는 10여 년 동안 진행되어 온 안티조선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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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마땅히 전국의 정치학과 필독도서가 되어야 한다. 이 책은 겉으로 보기엔 ‘안티조선’이라는, 특정시기에 특정 사람들에 의해 일어난 대안 언론운동을 다루고 있지만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내용의 무게는 안티조선이라는 이름보다 훨씬 무거운 것이다. 그 무게는 이 책의 부제처럼, ‘대한민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하나의 역사’라고 표현할 만큼 무겁다. 그리고 그 역사는 한 때 대한민국의 정치사를 풍미했던 어떤 세대가 만들어낸 역사였다.

월드컵 이후 정치적 사건들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드높인 세대들은 이전의 운동권과는 다른 방식으로 정치성을 구성했다. 그들은 불타는 사명감이나 진보에 대한 죄책감보다는, 쾌활하고 명랑하게 자신의 욕망을 통해 정치성을 드러낸다. 그리고 자신들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바로 이 대한민국이 제대로 작동해주길 바라는, ‘도래할 정상국가’에 대한 기대로 무장하고 있다. 그들은 급진성이 아니라 ‘상식’과 ‘원칙’을 요구한다. 미선이 효순이의 죽음에 촛불로 답한 반미세대들은 그 거리를 축제의 장으로 만들며, 한국에 대한 자부심에 비해 비정상적인 한미 간의 관계 개선을 요구했다. 미제의 횡포에 대해서는 불매운동으로 맞섰다. 월드컵 주체라고도 불리는, 중간계급 혹은 중성계급이라고 불리는 이들의 기대치가 그대로 투사되어 나타난 인물이 바로 노무현이었다. 노무현에게서 사람들이 바랐던 것은 1) 상식과 원칙이 지켜지는 것, 2) 지역주의 같은 선동으로 국민들이 분열되지 않고 하나가 되는 것(1,2의 희망은 그리하여 친일친미반민족세력인 ‘딴나라’당과 좃선일보가 심판받는 것과 일치한다.) 3) 국가가 국민을 제대로 ‘대의’해주는 것이었다.

이 세대는 탄핵 때의 거리와 2008년 촛불집회의 거리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활약했다. 탄핵 때 많은 이들은 이 사건을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수구세력이 몰아낸 의회쿠데타로 규정했다. 촛불집회 때 나타난 ‘국민주권’과 ‘먹기 싫은 거 안 먹을 권리’는 이 세대가 정치성을 ‘국민’과 ‘소비자’라는 두 가지 기표로 드러낸다는 사실을 극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 모든 역사는 안티조선운동사와 맞물려 진행되었다. 한윤형이 안티조선운동의 역사를 다루면서 동시대의 정치사를 다룰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안티조선운동은 단지 언론운동에 그치지 않는 ‘대안 정치운동’이었다. 이것이 이 책이 전국의 신문방송학과는 물론이고 정치학과의 필독도서가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그러나 이 운동은 실패했다. 한윤형의 말을 빌리자면 사회에 충분히 기여하지 못했다. 나는 그것이 이 운동의 세대가 지녔던, ‘국민’과 ‘소비자’ 그리고 ‘상식’의 한계라고 생각한다. 노무현의 실패는, 안티조선운동의 실패는 나로 하여금 ‘좀 더’ 급진적인 정치기획에 주목하게 해주었다. 그러나 노무현의 실패 이후 안티조선운동의 실패 이후 좀 더 많은 ‘냉소’들이 나타났다. 이 냉소는 급진적 정치기획은 물론 정치개혁을 힘들게 만들고, 세상을 바꾸어 보려는 냉소하지 않는 사람들마저 같이 냉소하게 만드는 전염성이 있다. 한윤형이 결론부분에서 언급한 언론운동은 ‘공론의 장’을 만들어내며, 대안 언론들을 육성하는 데 주력함으로써 결국 ‘이거 되겠어?’라는 냉소주의를 걷어내는 데 주력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냉소주의를 넘어서 안티조선운동와 노무현의 실패를 실패가 아닌 ‘성공을 위한 예비단계’로 만들어낼 수 있다.

p.s


1) 좌파들이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나는 좌파다. 한윤형이 이 책에서 지적했듯이 좌파들은 원래 안티조선운동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결국 안티조선운동이 노무현 지지운동으로 바뀌면서 좌파들은 이 운동의 대오에서 빠져 나갈 수밖에 없는 현실에 처하기도 했다. 이 운동의 역사 자체가 좌파들이 한국적 ‘상식’과 진보개혁논리에 의해 어떻게 죽어나갔는지를 보여주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좌파들은 여전히 이 책을 읽어야만 하는데, 그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는 (우리의 진정한 목표는 혁명과 공산주의 세상의 도래일지라도!) 죽기 전에 ‘조선일보 폐간’을 보고 싶은 마음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2) 노빠들이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자신들이 왜 실패했는지를 보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노무현 지지자들이 진짜 ‘종교집단 노빠’라는 비난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면 안티조선운동사를 읽는 것만큼 자기 반성적인 활동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특히 이명박 정부 집권과 노무현의 죽음 이후 노무현을 경험하지도 못했으면서 노스텔지어 비슷한 것으로 노무현을 그리워하는 10대, 20대 노빠들은 그 당시 상황을 조금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한윤형은 사태를 ‘좌빨’도 ‘수꼴’도 ‘노빠’도 아닌 스탠스에서 보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다.

3) 좌파도 노빠도 아닌 이들이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한윤형은 ‘기록과 평가의 사나이’ 강준만이 1990년대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이들(현재 20대 중후반~30대)에게 미친 거대한 공로에 답하는 길은 그를 기록하고 평가하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안티조선운동사는 그 기록과 평가 중 하나이다. 나는 한윤형이 ‘제2의 강준만’(혹은 제1의 한윤형), ‘기록과 평가의 사나이’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책을 읽는 일은 기록과 평가의 사나이 한윤형에 대한 헌사이다. 읽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