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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글/논문 및 레포트

다 철수하면 누가 재건하나?

1학년 1학기 글쓰기 과제. 주제와 입장이 정해져 있어서 이렇게 썼을 뿐이다. 난 내가 써놓고도 이 글 개소리라고 생각한다.

 

지난 2월, 평화재건 목적으로 아프가니스탄 다산부대에서 통역병 활동을 하던 윤장호 병장이 테러 공격으로 사망하면서, 미국의 대테러 전쟁에 한국군이 파병해야 하는가 라는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더욱이 최근 정부가 발표한 레바논 파병과도 관련되어 파병 논란이 뜨겁다. 이에 대해 파병과 관련된 찬반 양론을 소개하고, 이와 관련되어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파병에 반대하는 논리 중 하나는 한국군 파병이 전쟁으로 희생된 국가의 평화와 재건을 위해서가 아니라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피지배자들에 대한 억압의 역할만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다산부대의 현지 근로자들에게 ‘보석을 사오지 않으면 총으로 쏴버리겠다’고 협박한 한 간부의 이야기[1]는 그런 논리를 뒷받침해준다. 또한 피지배자를 억압하는 체제 속에서 한국 군인들은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는 것이다. 반면에 파병 찬성 측에서는 반대측의 이런 논리가 합당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다산부대에서 간부가 근로자를 협박하는 것과 같은 광경은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불과하며, 엄격한 규율 아래 현지인들과 대립이나 갈등 없이 생활한다는 것이다. 또한 다산부대는 주임무인 시설 보수에 초점을 맞춰 활동하고 있으며, 의료 목적인 동의 부대도 아프간의 재건을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고 주장한다.[2] 즉 피지배자에 대한 억압은 벌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군율이 엄하지 않아 발생하는 총기 사고, 피지배자에 대한 권력 남용 등은 파병 반대 논리로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을 상회할 만큼 한국군 파병에는 큰 의의와 목적이 있다. 바로 인도주의적 목적이다. 한국군이 ‘위험’하다고 철수하자는 논리는 파병의 가장 큰 목적인 인도주의에 어긋나는 것이다. 모든 나라들이 ‘위험’하기 때문에 철수하면, 미국의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된 지역들의 재건은 어려워진다. 종족간, 종교간 갈등으로 테러가 난무하고 치안은 엉망이 될 것이다. 경제적 이득은 부차적으로 얻어지는 것일뿐더러 경제적 이득이 없다 할지라도 미국의 패권 전쟁에 희생되는 사람들의 구호는 국제적 연대의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투병이 아닌 비전투병, 특히 의료나 시설 보수 등의 재건, 평화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파병은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파병이 당위성을 띔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상에서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파병 한국군의 현지인 억압이나 테러로 인해 한국군 장병들이 희생되는 문제가 그것이다. 그러나 현지인 억압의 문제는 제도와 엄격한 군율로 해결할 문제이고, 한국군 비전투병의 희생은 안전성 강화의 측면에서 해결해야 할 사항이다. 또한 파병부대 내의 인권침해 가능성과 파병의 실익에 관하여 파병 찬성에 대해 반론이 제기되는 것[3]이 또 다른 문제이다. 이것은 현 정부나 언론이 경제적 실리, 미국에 대한 의리를 위해 파병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파병에 찬성하는 언론, 정부는 찬성 논리의 초점을 경제적 이득이나 국익에서 인도주의로 바꿔야 한다. 더불어 미국의 동맹국으로서의 의리가 아니라 국제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의리를 강조해야 한다. 그래야 파병 지지의 여론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윤장호 병장이 사망하고, 한국군이 위험에 처해있는 상황은 매우 안타깝다. 그러나 위험하다는 논리가 곧 한국군 철수로 이어질 수는 없다. 전쟁은 이미 벌어졌고, 문제는 그것을 수습하는 일이다. 그 수습은 국제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그를 위해서는 파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인도주의에 초점을 맞춘 파병, 그것이 한국군 파병의 올바른 방향이다.

[1] 강성주,「나를 괴롭힌 건 ‘적’ 아닌 ‘우리’였다」,『한겨레』, 2007. 3. 1
[2] 김영빈,「다산부대의 진실에 대하여 말하고 싶습니다」,『국민일보』, 2007. 3. 6
[3] 윤보중, 「아프가니스탄에서 평화재건 활동은 자살 행위였다」,『민중의소리』, 2007. 3.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