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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글/논문 및 레포트

무정부 상태의 국제질서

1학년 때 다큐멘터리 3개 보고 쓴 레포트.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이 있다. 인간은 생체기계이며 유전자의 명령을 받는다. 이러한 유전자들은 자기 생존을 목적으로 타인보다 자신을 우선하며 그 이익을 보호하려고 한다. 이러한 유전자의 영향을 받아서 일까?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가장 큰 사회인 국제사회는 각 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하여 무정부 상태 하에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무정부 상태 하에서는 모든 국가는 자국의 안보를 장담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기 때문에 국제질서의 근대성과 냉전이라는 하나의 세계적 흐름이 맞물린 상황 속에서 국가지도자들은 자국의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서 국제환경이라는 요인을 고려해야만 한다. 냉전기 미국과 소련이라는 강대국을 주축으로 하는 질서 아래서 약소국들은 강대국과 동맹을 맺음으로써 자국의 안위를 확보하려 노력하였다. 특히 냉전 시대에 동북아시아는 이념적․정치적으로 첨예한 대립의 장이었고, 혹독한 국제환경 속에서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을 한국은 미국의 안보 보장과 원조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었다. 또한 동북아시아의 지역 맹주인 중국도 국가 발전과 사회적 안정을 위해 소련의 원조를 기대하는 상황이었다. ‘중국의 6.25 참전’, ‘이승만을 제거하라 - 에버레디 플랜’, ‘섹스동맹 - 기지촌’을 통해서 미국과 소련이라는 강대국과 중국, 한국의 관계를 살펴봄으로써 무정부 상태의 국제질서에서 이기적인 국가들 간의 관계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보고자한다.

제국주의 시대 이후, 동아시아 지역에 있는 국가들은 서구열강들의 침략과 지배를 받아오며 한 국가로서 가져야 할 권리를 박탈당했다. 제국주의 시대가 끝나고 미국과 소련을 중심축으로 한 열전이 없는 이념갈등의 시대인 냉전 시기에도 동아시아 국가들은 표면적으로 독립정부를 세운다. 하지만 실제 독립된 국가로서 주권을 행사하는데 어려움을 가졌다. 즉 미국과 소련으로 대표되는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의 갈등 관계 중 어느 한 곳에 편입되어 있어야만 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동아시아국가들은 끊임없이 국가라는 이름으로 국가의 이익을 얻기 위해 또 다른 국가와 여러 가지 형태로 관계를 맺는다. 이은 국가와 국가 사이에 협상을 통해 이익을 취하거나, 강대국의 지위에 편승함으로써 자국의 이익을 얻는 등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중국의 6.25 참전’, ‘이승만을 제거하라 - 에버레디 플랜’, ‘섹스동맹 - 기지촌’ 에서는 국가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어떻게 행동하는지, 또 그 행동이 비윤리적이라 할지라도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정당화 될 수 있는 문제인지,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는 무엇에 의해 결정되고 국가들 사이에서 우위를 차지한 국가의 입장과 그렇지 못한 국가의 입장과 행동에 대해 보여주고 있다.

‘중국의 6.25 참전’에 나타난 국가행위자는 크게 중국, 미국, 소련, 한국, 북한이다. 하지만 북한의 입장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이 되어있지 않으므로 북한의 입장에 대한 설명을 최소화 하겠다. 이것은 왜 중국이 한국전쟁에 참전을 했느냐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시작하고 있다. 당시 중국은 대만문제와 함께 경제적인 어려움을 격고 있는 등 한국전쟁에 참전하는 일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중국은 한국전쟁에 참전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참전하지 않음으로 인해 얻게 될 손실보다 크다는 판단아래 결정한 일임을 알 수 있다. 특히 중국의 한국전쟁 참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나라로 알려진 나라는 소련이다. 즉 소련은 한국전쟁에 직접적인 개입을 통해 미국과 정면대립을 피하려 했지만, 미국의 한반도 점령은 원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소련은 중국을 통해 한반도의 미국화를 막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결정에는 북한의 요청도 약간의 영향을 끼쳤다. 중국은 소련의 한국전쟁 참전 요청을 쉽게 거절할 수 없었다. 그 당시 중국은 경제적으로 피폐하고 사회적으로 혼란스러워 소련의 경제적, 군사적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중국은 ‘항미원조’전쟁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하게 된다. 여기서 항미원조는 미국에 대항하고 조선(북한)을 돕는다는 뜻으로 한국전쟁에 대해 중국은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였다. 하지만 실제 전쟁에 참여한 중국군들은 북한군들의 복장을 하고 참전했다는 사실이 참전군들의 진술을 통해 밝혀졌다. 이는 중국의 전술적인 측면도 있겠지만, 특히 미국과 중국의 관계에 대한 우려를 고려해 결정한 사항이라 보인다. 결과적으로 중국은 한국전쟁에서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정전협정을 이끌어내는 큰 성과를 얻는다. 이처럼 중국은 자국의 이해와 소련과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한국전쟁의 참전여부와 그 방식을 결정했다. 여기서 중국이 고려한 소련과 미국과의 관계도 중국의 이익을 위한 일로 볼 수 있다.

1953년 한국전쟁이 정전협상에 의해 종결된 후, 한국정부는 주한미군의 주둔을 확고히 하기위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노력해왔다. 특히 ‘섹스동맹 - 기지촌’은 한국이 주한미군의 주둔을 보장받기 위해 얼마나 처절하게 정책을 펼쳐왔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불평등한 관계 속에서 한국은 안보를 미국에 의해 보다 확실하게 보장받기를 원했다. 또 미국정부도 한국에서 자국의 병사들이 안전한 휴식과 섹스를 제공하기를 원했고, 한국 정부도 주한 미군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달러와 안보의 약속이 필요했다. 이처럼 양국간의 이해에 따라 기지촌은 50년 가까이 유지되어 왔다. 한국정부는 ‘군대창녀주식회사’, ‘기지촌 정화운동’, ‘몽키하우스’, ‘담요부대’ 등 여러 정책을 통해 기지촌을 유지 발전시켰다. 이런 기지촌은 달러를 벌어들이는 중요한 창구가 되었고, 미군을 통한 안보보장의 필수적인 요건이었다. 기지촌과 그에 대한 한국정부의 정책은 국가의 이익을 위해 최선책이었는지 모르겠으나 기지촌속에서 여성들은 인권을 박탈당했다. 한국정부는 국가를 앞세워 기지촌여성의 미군을 상대로 한 매매춘을 애국적 행위로 둔갑시켜 여성들의 매매춘을 부추겼다. 그러나 기지촌여성이 미군에 의해 생명이 빼앗기고 불법적인 일을 당할 때 철저히 외면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한국정부와 미국정부의 국가 이해를 위해 유린당한 기지촌여성의 인권은 어떠한 수단에 의해서도 보상받지 못했다. 기지촌이 미군이 좋아 몸을 팔러간 부도덕한 여성들에 의해 만들어진 개인적인 돈벌이 공간이 아니다. 기지촌은 한국과 미국, 두 국가에 의해 정책적으로 조장하고 후원한 국가적인 산업 공간이었다.

미국은 자국의 이해를 위해 다른 국가의 정권을 무너뜨리고 미국의 뜻에 맞는 정권을 세울 의지를 가진 나라이다. 이런 미국의 의도와 계획은 ‘이승만을 제거하라 - 에버레디플랜’에서 잘 나타나 있다. 미국은 이승만을 내세워 한국정부를 세웠지만, 미국의 국익에 저해되는 이승만의 휴전반대와 반공포로석방 등으로 인해 미국은 에버레디플랜을 세우게 된다. 에버레디플랜은 이승만이 미국에 반하는 정책을 펼칠 때 이승만을 감금하고 유엔군정을 실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이승만은 오랜 집권을 통해 독재정치를 펼치고 있었고 경제적인 발전보다는 북진통일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즉 한국이 빠른 경제재건을 통해 자립할 힘을 키우고 민주주의 국가가 되기를 바라던 미국의 생각과 불일치했다. 에버레디플랜은 실제로 실행되진 않았지만, 이승만이 미국에 반하는 행동을 할 때마다 표면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은 자국의 이익에 저해되는 제3국의 정권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행할 의지도 보여주고 있다.

국가는 국가라는 이름으로 국가의 이익을 위해 정책을 세우고 실행한다. 그러한 일이 다른 국가의 주권 박탈로 이어지고, 개인의 인권 유린과 수많은 희생으로 이어진다 할지라도 말이다.

중국의 6․25 참전, 이승만을 제거하라, 섹스 동맹을 통해서 국제질서에서 국가가 가장 중요한 행위자로 부각되고 국가가 국가의 이익 추구를 위해 국가가 보호해야 하는 개인에 대해서 비윤리적인 행동을 자행하는 현상을 보았다. 이러한 현상은 국가 지도자들이 국제정치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에 대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국가 이성의 원칙에 의해 설명된다. 국가 이성의 원칙은 16세기 유럽에서 처음 제창되었다. 국가 이성이란 국가는 자기 목적적 존재로서의 국가의 유지․ 강화만을 최고의 원리로 하여 행동한다는 개념이다. 즉, 국가와 그 체제의 유지를 최고의 목적으로 하고, 이를 위해서는 종교나 윤리와 같은 가치를 부분적으로 희생시켜도 어쩔 수 없다는 견해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마키아벨리즘과 연관된다. 마키아벨리는 국가지도자들이 종교와 윤리와 같은 가치에 집착할 경우 이들은 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국가 지도자들은 전통적이고 기독교적 덕목이 아니라 정치적 필요성과 신중성에 따르는 다른 종류의 도덕성을 배워야 한다.

국가 이성의 원칙이 특히 국가이익과 연결되면서, 무정부 상태인 국제질서에서 국가지도자들은 국가이익의 최우선 순위인 생존을 위해 인류 전체에 대한 관심, 장기적 이익 등과 같은 긍정적인 가치를 부과하는 전통적인 도덕성에 구애받지 않는다. 오히려 국가지도자들에게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데 있어서 개별 시민과 국가를 분리하여 두 가지의 원칙이나 기준이 있다고 제시한다. 이러한 이중적인 도덕 기준은 국제정치의 환경이 국가지도자들로 하여금 빈번하게 개인에 대해서는 용납될 수 없는 방식으로 행동하는 모습들을 정당화한다.

이러한 국가이성이란 개념은 국가의 생존 강화라고 하는 큰 목적을 위해서는 권력이 법·도덕·종교보다도 우위에 서며 권력을 중시하고 국가자체에 그 존재이유를 찾는다. 선택한 3편의 DVD는 이승만과 관련된 에버레디플랜 사건, 중국의 6.25참전과 기지촌 관련 사건이다. 총 이 3편의 자료 안에 담긴 내용은 냉전기 국가가 개인에게서 양도된 큰 권력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 일이다. 이러한 국가이익이라는 실체도 명확하지 않는 이익은 국가이성이라는 사상에 의해 보장된다. 국가가 주권을 가지고 최고의 권위체 노릇을 하며 국가 스스로 최고의 권위와 존재 이유를 갖기 때문에 이러한 거대한 국가라는 실체가 모호한 존재에 의해 개인이 묻혀버리는 결과를 갖는다. 국가는 개인의 행복보다는 국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

에버레디플랜인 이승만 암살 계획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 이승만을 대신해 한국 군부를 지배세력으로 내세우려는 계획이다. 이 사건의 주체는 개인이 아니라 미국이며 국가의 이익이라는 이름하에 정당화된다. 에버레디플랜에서 미국은 자국의 이익에 따라 한국의 최고 행위자를 미국이라는 이름하에 선택하고 그 이익에 반하면 바꾸려고 하였다. 실제적으로 결정을 내린 주체는 미국의 정책을 결정하는 권력자들인 개인들일지라도 결국 결정의 주체는 미국이라는 이름이며 국가의 이름하에 수행되었다.

중국의 6.25참전은 국가에 의해 보호되어야 할 개인을 보호하려던 목적이 아니다. 여러 가지 다른 이유도 존재하겠지만 중국의 6.25전쟁의 가장 큰 참전이유는 중국이란 국가의 이익이다. 중국은 중국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선택이 아닌 중국의 선택에 의해 선동된 국민을 이용해 전쟁에 참여한다. 모택동의 발언, “참전의 이익은 매우 크며 참전하지 않으면 손해가 클 것이다.” 그 이익은 과연 어떤 대상에의 이익인가? 이러한 모택동의 발언은 한 예가 될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기지촌 관련 사건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기지촌 여성들은 심지어 민간 외교관이라고까지 칭해졌지만 한국의 이익을 위해 안전을 보장받지 못한 채로 내몰렸다. 또한 기지촌 사건은 국가에 의해 매매춘 사업이 장려되고 확장된 사례이다. 개인의 도덕성에 의거하면 인정될 수 없는 행위가 국가의 이름하에 인정되었다. 이들은 담요부대인가 애국자인가? 한국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고 이익을 취하는 행위는 국가이성사상에 의하여 인정될 수 있다. 특히 냉전기에는 반공사상에 의해 개인을 죽이고 국가의 이름을 내세워 개인들의 충성심 아래 국가이익을 최대화 하여 민주주의와 공산주의 사이의 대결에서 이기려고 노력하던 시대이다. 이러한 냉전기 시대에는 지금보다 더욱더 국가이성에 의해 국가의 이익이 정당화 되었다.

위 세편의 DVD '중국의 6.25 참전', ‘이승만을 제거하라-에버레디플랜’, ‘섹스동맹-기지촌’에 나타난 국제관계현상은 국가이성사상에 의한 설명도 가능하지만, 다른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같은 국제관계현상에 대해서도 다른 이론을 통한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또한 시공간을 넘어선 국제현상에 대해 한 이론으로 해석하고 설명하면서 국제현상의 발생 원인에 대해 좀 더 명확히 고찰할 수 있었다. 즉 이론은 현상과 동떨어진 사항이 아니라 현상을 설명하고 나아가 앞으로 나타날 현상을 예측할 수 있게 한다는 사실이다. 국제관계 속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현상들을 면밀히 관찰하고 분석하는 과정 속에서 이론은 만들어 질 수 있다. 현상을 토대로 만들어진 이론은 또 다른 현상을 설명하는 기재가 된다. 이 같은 선순환구조 속에서 현상과 이론의 상호작용은 여러 현상을 보다 나은 설명이 가능한 이론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이번 과제수행을 통해 조원들과 서로 생각을 나누고, 그러한 사항들을 하나의 의견으로 모으는 과정 속에서 의견의 대립이 있었지만, 다양한 생각들의 대립을 조정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국제현상들에 대한 분석과 이론의 적용이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앞으로 국제관계현상에 대해 이론을 토대로 고찰하면서 국제관계현상을 명확히 보는 시각을 갖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말과 함께 마무리하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