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나의 도시’, ‘짝’의 실패를 교훈 삼아야 | |||||||||||||||||||||
SBS 새 예능 ‘달콤한 나의 도시’, 평균이상 스펙을 지닌 주인공들의 ‘보편적 고민’ 보여줘 SBS의 새 일반인 출연 예능 프로그램 ‘달콤한 나의 도시’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27일 첫 방송된 ‘달콤한 나의 도시’는 이후 방송될 때마다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고, 방송이 끝나면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후기가 올라왔다. 비록 시청률은 3%대지만, ‘짝’의 폐지 이후 SBS가 또 다시 일반인 예능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달콤한 나의 도시’에는 네 명의 등장인물이 나온다. 7년차 헤어디자니어 최송이(27), 인터넷 영어강사 최정인(28), 변호사 오수진(29), 결혼을 앞둔 직장인 임현성(30) 등 서른이거나 서른을 앞둔 여성 네 명이 주인공이다. ‘달콤한 나의 도시’는 네 여성의 일상생활을 따라다니며 이들의 직장생활, 연애, 결혼 이야기를 ‘리얼’하게 보여준다.
실제 많은 시청자들이 네 주인공의 사연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많이 올리고 있다. 최정인이 600일 사귄 남자친구와 다투는 모습이나 오수진이 옛 애인을 우연히 마주치고 화가 나서 매운 음식을 먹는 장면이나 밤샘 일에 지쳐 사무실에서 잠드는 모습, 임현성이 결혼을 앞둔 남자친구와 부부처럼 데이트하는 장면 등 ‘달콤한 나의 도시’에는 공감을 얻을만한 ‘리얼’한 장면들이 자주 나온다. 하지만 4명의 주인공이 ‘평범한’ 인물들은 아니다. 오수진은 항공대 최초, 로스쿨 1기 변호사로 승승장구한 변호사다. 최송이, 최정인, 임현성도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들이다. 박봉에 제대로 된 직장도 구하지 못한 평범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들의 ‘스펙’에 공감이 가지 않을 수도 있다. 1회가 방송되고 나서는 네 주인공의 외모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따라서 ‘달콤한 나의 도시’가 주는 공감은 평균 이상의 스펙을 지닌 주인공들 역시 나와 같은 고민들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잘 나가는 그들 역시 한국사회의 30대 여성이 가지고 있는 일, 연애, 결혼 등의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최정인은 직장상사로부터 ‘살찌는 DNA’ 등의 모욕적인 말을 들으며 다이어트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오수진은 고기를 구울 때도 라면사리를 시킬 때도 선배 눈치를 살핀다. 회식에서 폭탄주 12잔에 소주 7잔을 마시면서 “취업이 너무 하고 싶었고 해고를 당해본 경험이 있어서 그렇다”고 말한다. 임현성은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면서도 결혼을 준비하며 여러 차례 돈의 장벽에 부딪힌다. 최송이는 잘 나가는 7년차 헤어 디자이너지만 더 잘 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고, “(고졸이라는 점 때문에 색안경을 끼고 보는)남들의 시선이 있었다”며 대학을 자퇴한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한다. ‘달콤한 나의 도시’를 연출한 김재원 PD는 1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보편성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 PD는 “이들이 직장에서 받을 수 있는 스트레스, 가족과의 갈등, 결혼을 준비하면서 생길 수 있는 문제 등을 통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한 보편적인 고민을 보여줄 생각”이라고 밝혔다. ‘달콤한 나의 도시’의 또 다른 공감 포인트는 네 여성이 모여 만드는 ‘수다’다. 한 명 한 명의 이야기가 소개된 이후, 네 주인공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의 삶에 대해 수다를 떤다. 최정인이 결혼에 대해 명확히 말하지 않는 남자친구에 화가 났다는 에피소드가 소개된 이후, 다른 여성들이 “무안했겠다” “남자친구 입장에서는 준비가 안 됐다고 느낄 수 있어”라고 의견을 주고 받는 식이다.
김재원 PD는 프로그램 자체가 ‘여성들 수다를 방송화하면 안 될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말한다. 김 PD는 “카페에 가보면 여성들이 모여서 수다 떠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들이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며 “우리 프로그램의 유일한 장치가 네 명의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김 PD는 또한 “서로 몰랐던 네 명이 친해지는 데도 많은 과정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라며 제작진이 주제를 던져주곤 했는데 이제는 자연스럽게 자기들끼리 만나고 제작진이 찍자고 하면 오케이 하는 단계”라며 “수다를 떠는 과정에서 심리가 드러날 수 있다고 봤다. 인터뷰보다 좋다고 생각해 계속 활용할 생각”아라고 말했다. ‘달콤한 나의 도시’ 역시 일반인 예능이 가진 단점을 피해갈 수는 없다. 출연자 본인은 물론 주변인들의 사생활이 모두 노출된다는 점은 방송의 애로사항 중 하나다. 본인은 물론 가족, 애인, 친구, 직장 동료들까지 전부 방송에 노출되다보니 애초에 출연자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제작진은 4월 말부터 섭외를 시작해 70-80명의 면접을 봤고 그 중 어렵게 네 명을 선정했다. 주인공들이 항상 정해진 사람만 만나는 것이 아니기에 매번 새로운 동의가 필요하다. 곱창 집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면 친구는 물론 곱창집도 섭외해야 한다. 오수진 변호사의 소개팅 장면에서 소개팅 남성은 얼굴이 나오지 않은 채 목소리만 나왔고 천문대 섭외가 되지 않아 천문대에 갔던 임현성 커플의 이야기가 방송되지 못하기도 했다. 일반인 예능이 가질 수 있는 위험성은 ‘달콤한 나의 도시’의 전작인 ‘짝’이 다 보여줬다. ‘짝’은 남녀의 리얼한 사랑과 연애에 대한 고민을 보여준다는 취지에서 벗어나 뛰어난 용모와 스펙을 가진 출연자들이 자기 홍보를 위해 출연한다는 지적에 시달렸다. 실제로 ‘달콤한 나의 도시’는 첫 회 방송 이후 주인공의 용모와 스펙이 가장 큰 화제가 됐다. ‘짝’에서 홍보 논란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남성 출연자가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 최정인의 상사로 출연하기도 했다. ‘달콤한 나의 도시’ 역시 본래 취지와 달리 등장인물들의 외모와 스펙이 부각될 경우 짝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짝’은 또한 방송 내내 ‘리얼’이 아니라는 의혹에 시달리기도 했다. 제작진이 만든 장치나 의도대로 방송이 흘러가면서 '리얼'이라는 취지가 퇴색됐다는 지적이다. ‘달콤한 나의 도시’ 역시 비슷한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달콤한 나의 도시’에는 ‘짝’과는 다른 점이 있다. 특정 공간에 일반인들을 모아두지도, 이들에게 특정한 상황이나 미션을 부여하지 않으면서 제작진이 개입할 여지를 줄였다는 것이다. 김재원 PD는 “‘짝’은 도시락 선택도 있고 심리변화를 볼 수 있는 장치들이 많은데 ‘달콤한 나의 도시’는 기록한다는 의미가 더 큰 예능”이라며 “정해진 공간에 사람들을 모아두고 일정한 목표를 부여하는 일반인 예능과는 다르다. ‘달콤한 나의 도시’는 인간극장 등 고전적인 교양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김 PD는 “시간대도 비슷했고 ‘짝’에 대한 의심이 남아 있어 ‘짝’과 비슷하게 보여지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짝’처럼 커플이 성사되느니 마느니 등의 목표보다 주인공들의 손짓와 표정 등 그들의 일상에 배어 있는 삶을 관찰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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