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통일부 2진 기자가 들려주는 북한 뉴스 읽는 법 |
[한국의 전문기자들②] 안윤석 CBS 통일전문기자…“시니어 기자들, 전문성 쌓고 현장 가야” |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통일부에는 특이한 출입기자가 한 명 있다. 65세의 2진 기자, 안윤석 CBS 대기자다. 그는 CBS에서 정년을 마친 이후 ‘통일전문기자’로 다시 입사했다. 통일부 출입은 이제 5년 차다.
미디어오늘이 ‘한국의 전문기자를 만나다’ 두 번째 주인공으로 지난 22일 노년의 젊은 기자, 안윤석 기자를 만났다. 인터뷰 요청을 하자 “밥 먹으면서 이야기하고 싶다”며 광화문 청사 뒤에 있는 이북식당 ‘평가옥’으로 불렀다. ‘통일전문기자’다운 장소 선정이었다.
안윤석 기자는 타 방송사에서 일하다 89년 CBS에 입사했다. 여러 부서를 거치다 97년 보도국 부국장 겸 뉴스 제작부장을 맡게 되면서부터 통일 관련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통일부 출입기자는 아니었지만 틈틈이 북한, 통일 관련 공부를 하고 취재원을 만들었다. 2009년 정년퇴임을 한 뒤 ‘통일전문기자’로 다시 입사했다. 이후 5년 간 통일부 출입 기자를 맡고 있다.
통일부 출입도 아닌 보직부장이 왜 통일 기사를 썼을까. 안 기자는 “CBS라는 회사의 특성이 컸다”고 말한다. 안 기자는 “CBS는 아무도 감히 통일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던 80년대부터 ‘통일로 가는 길’이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등 통일에 관심이 많았다”며 “이런 상황으로 인해 통일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고, 따로 공부해서 기사도 썼다”고 설명했다.
- 5년 차 통일부 출입 기자의 하루 일과는?
오전 5시 반부터 기사를 쓴다. 외신과 북한 매체들을 확인하고 집에서 기사를 쓴다. 그래서 북한 관련 기사는 CBS가 제일 빠른
편이다. 10시까지 통일부로 와서 브리핑을 듣고 통일부 관계자들과 동료 기자들, 취재원들을 만나 정보를 나누고 기사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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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윤석 CBS 대기자. 사진=본인 제공 | ||
- 이전에는 출입기자가 아닌데도 기사를 썼다.
브리핑을 못 듣는다는 점이 문제였다. 그 밖의 것은 딱히 문제될 게 없었다. 취재원들은 밖에서 다 만나니까. 관련 기관 취재원도 다
만들었다. 그래서 내 돈도 많이 들었지. (웃음) 그 때 담당 직원들이 지금 고참이 됐고 지금은 다 중요한 취재원이다.
- 5년이면 한 출입처에 오래 있는 편이다. 오래 있으면 달라지는 점이 있나
북한 매체들의 보도 배경이나 북한의 의도를 분석하기 쉬워진다. ‘눈’이 생기는 것이다. 요즘은 짧으면 6개월이나 3개월에 한 번씩
출입처가 바뀌던데 그러면 심층적인 기사는 못 쓴다. 내 생각에 한 출입처에 2년 이상, 최소 1년 이상 있으면서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다. 그래야 관련 부처도 사람도 파악할 수 있고, 고민 있는 기사도 나온다. 수시로 바뀌면 단발성 이슈만 따라가기
바쁘다.
- 출입처가 왜 이렇게 자주 바뀌는 걸까
언론사 시스템 탓이다. 내부 사정이나 인력구조 때문이겠지. 예컨대 부장이나 국장이 바뀔 때마다 전체 인사이동이 있지 않나.
‘통일전문기자’ ‘북한전문기자’를 떠올리자 가장 먼저 “취재를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김정은 제1비서의 잠행을 두고 언론에서 온갖 ‘설’이 떠돌았다. 이처럼 북한 관련 뉴스는 사실보다는 ‘설’이, 정확한 보도보다는 오보가 판을 친다. 안윤석 기자에게 북한 뉴스를 읽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 북한 관련해 오보가 많은 이유가 무엇일까
복수 확인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일부 탈북자들이나 일부 기관들이 보도하는 걸 그대로 인용하면서 오보가 발생한다. 일부 종편이나 뉴스 속보팀들이 그런 오보를 많이 저지른다.
- 왜 확인도 안 된 보도를 내지르는 걸까
과도한 경쟁 때문 아니겠나. 인터넷뉴스 속보팀들이 페이지뷰를 올리기 위해 막 받아쓰는 것 같다.
- 막 받아쓴 보도의 사례는?
김정은이 40일 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이미 사망한 조명록이 쿠데타를 일으켰다는 보도가 나왔다. 전혀 확인 안 된 ‘설’이었다.
언론의 질과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보도다. 장성택이 숙청됐을 때도 탈북자 말을 빌려 온갖 설들을 양산했다. 선정성 경쟁이 붙으니
매체들끼리 상상력을 동원해 내지른다. 그 탈북자들이 어떻게 확인하겠나, 그걸.
통일부 기자들은 공식 브리핑을 듣고 있으니 그나마 이런 보도들을 자제하는 편인데, 몇몇 매체들이 보도하는 내용을 보면 한심할 지경이다. 조명록이 죽은 지 몇 년이 됐는데. 아는 기자들은 그런 지라시가 돌면 보고 웃지만 모르는 사람들은 확인 안 하고 내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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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11일 채널A 돌직구쇼 갈무리 | ||
- 이런 보도의 문제점은?
북한이 종종 한국의 언론 보도에 대해 비난 성명을 쓸 때가 있다.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안 된다. 북한 정권의 문제점을 지적할 순 있지만 확인 안 된 기사를 남발하는 것은 문제다.
- 외신 받아쓰는 보도도 많은데, 외신은 믿을 만한가.
외신이라고 해서 다 믿어선 안 된다. 외신도 특별한 정보가 있는 게 아니다. 외신도 국내 탈북자를 취재하는 경우가 많기에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외신 보도의 소스와 매체에 대한 신뢰도를 파악하고 받아써야 한다.
- ‘신뢰할 만한’ 외신은?
미국에서는 ‘미국의소리’ 방송. 북한전문방송인데 미국의 대북정책을 잘 전해준다. 북한 내부소식의 경우 ‘자유아시아방송’의 일부
보도가 믿을 만하다. 일본의 대북전문매체인 ‘아시아프레스’도 있다. ‘러시아소리’ 방송 같은 러시아 매체의 연해주 관련 기사와
조선족 신문들의 북한 경제‧관광 관련 기사도 메시지가 빠르고 영향력이 있다.
- 본인은 북한 기사를 쓸 때 다 확인하고 쓰나
내부 소식통을 통해 확인한다. 이번에 북한 쿠데타설이 일어났을 때도 확인해보니 이상이 없다고 하더라. 외신의 경우도 보도가 나오면 기사를 쓴 기자한테 전화해서 소스가 누구냐고 묻는다. 신뢰할 만한 소스라고 판단하면 받아서 쓴다.
- 북한 보도는 북한 매체도 믿기 어렵다.
북한 매체는 100% 당국의 통제를 받고 있어서 인용하기 조심스럽다. 예를 들어 생산량을 초과 달성했다는 보도를 하는데 내용이 안
나온다. 생산량 목표가 얼마였고 얼마를 초과달성 했는지 내용이 없다. 다만 ‘행간’을 읽어낼 수는 있다. 북한매체가 수력발전소를
건설했느니 석탄 공급을 늘렸다느니 하는 보도를 하면 이는 북한의 전기사정이 안 좋다는 뜻이다. 절대 “북한 전기사정이 나쁘다”는
말은 안 한다. 이런 식으로 기사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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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통일과 북한 기사를 오래 썼지만 그는 데스크에게 보고하는 2진 기자다. 안윤석 기자는 시니어 기자도 현장에서 전문성을 쌓고 전문기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 회사(CBS)는 나 말고도 나이든 기자들이 현역으로 뛰고 있다. 보도국장까지 했다 기자로 돌아간 사람(김진오 전 보도국장)도 있고 본부장급 기자들도 선임기자로 현장에서 일한다. 우리나라도 이제 풍토가 바뀌어야한다. 미국에는 70-80대 기자들도 많다. 나이든 기자들이 현장에서 뛰려면 전문성이 필요하다. 이제 직책을 가지고 자기 능력을 드러내는 시대는 지났다. 중요한 것은 전문성이다. 회사 입장에서도 인력을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 물론 전제조건이 있다. 나이 어린 부장의 지시를 받으며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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