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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심의 논란' 쏙 빠진 3기 방통심의위의 비전

‘정치심의 논란' 쏙 빠진 3기 방통심의위의 비전

불법·유해정보 심의에 초점 맞춰…박효종 “6대 3 구조라 편향될 수밖에 없다? 성급한 의견”

방송통신심의의원회가 기자간담회를 갖고 3기 심의위의 비전과 정책과제를 발표했다. 여러 가지 비전과 정책과제를 발표했으나 논란이 됐던 정치심의에 대한 대안은 없었다.

방통심의위는 3일 목동 방송회관 20층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3기 방통심의위의 비전에 대해 발표했다. 방통심의위는 3대 정책방향으로 ‘저품격 방송프로그램으로부터 시청자 권익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범람하는 인터넷 불법‧유해정보로부터 이용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유해매체물로부터 어린이‧청소년 보호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를 제시했다. 

방통심의위의 10대 추진 과제 역시 저품격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엄격한 심의, 반복적 규정 위반시 1억 원 이하 과징금 부과, 인터넷 유해정보로 인한 권리침해 피해자 구제 등 막말 방송과 유해정보에 대한 심의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비전 및 정책과제에는 논란이 됐던 정치심의나 방통심의위의 편향성 논란에 대한 대안은 보이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박효종 방통심의위 위원장이 비전 발표 이후 방통심의위의 공정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대책은 없나.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지적은 여러 차례 받았다. 이러한 지적을 뼈아픈 성찰의 기회로 삼고자 한다. 일단 심의할 때 합의제를 구현해야 한다. 합의제가 공정성을 담보하는 작은 발걸음이라 생각한다. 심의하는 걸 보면 의견이 6대 3으로 나눠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내가 위원장으로 있는 한 합의제 정신을 위해 전력투구하겠다. 물론 과반으로 운영할 때도 있겠지만. 다른 대안은 여러 가지 고민하고 있다. 

- 최근 KBS 문창극 관련 보도를 합의에 따라 심의했다. 문창극 심의 이후 청와대나 여권 쪽의 압박은 없었나. 
정치권에서 어떠한 이야기도 없었다. 우리는 자율적인 민간기구로 심의에 있어 독립성을 강조했기에 우리가 하는 일은 사법부와 다를 게 없다. 우리가 하는 일에 선호나 비선호가 있을 순 있지만 압력을 가하는 일은 없을 것이고 여든 야든 압력이 들어오더라도 위원들이 독립적 심의기구로서의 위상을 지킬 것이다.

- 공정성심의, 정치심의가 가장 논란인데 정책과제에는 유해정보를 제재하겠다는 내용 뿐이다.
정치권에서는 공정성을 가장 중요한 문제로 보지만 심의위 심의를 보면 통신심의, 불법유해물에 관련된 사안이 많다. 그 점을 강조한 것이다.

박효종 위원장은 나아가 방통심의위 개혁론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방통심의위 위원들이 여권 추천 6명, 야권 추천 3명으로 구성된다는 점 자체를 문제 삼는 의견이 많다. 태생적으로 정치심의를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6대 3 구조라서 편향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르다. 6대 3은 국회에서 정해준 구조이고, 그 구도 속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다. 심의 해 나가는 과정을 보면 될 것이다. 성급한 의견이다. 우리가 방송심의든 통신심의든 불공정하게 무책임하게 심의하는 것은 아니다. 6대 3 구조를 일부에서는 심의위의 원죄인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중립적인 사람들이 오면 공정성 문제가 없어질까. 법과 절차도 중요하지만 중요한 건 사람이다”

박효종 위원장은 또한 ‘6대 3 구조를 바꾸자고 목소리를 낼 생각은 없나’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런 고민을 하지 않겠다는 말은 아니지만 우리 영역 밖이다”며 “입법권에 속하는 문제”라고 답변했다.

방통심의위의 심의는 법원에서 뒤집히기도 한다. CBS <김미화의 여러분>은 방통심의위 제재를 받았다가 불복해 소송했고, 승소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박효종 위원장은 이에 대해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지만 모든 것을 법원의 잣대로만 본다면 심의제도의 의미가 무엇이냐”며 “전철을 탔을 때 노인에게 자리 양보하지 않는다고 법에 걸리진 않지만 도덕성을 가지고 비판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사법부의 역할이 필요하지만 심의의 기준이 사법부보다 높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정치적인 논란에 자주 휩싸이는 ‘공정성 심의’ 조항을 없애거나 개정해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박효종 위원장은 이에 대해 “공정성 심의는 우리만 하는 것이 아니다. 영국에서 공정성 심의를 한다”며 “공정성 심의 여부는 여론이나 국회와 정부의 의견, 국민적 공감대 속에서 결정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심의의가 발표한 정책과제 중 정치심의 논란에 대한 대안으로 볼 수 있는 유일한 것 ‘시청자배심원제’ 도입이다. 박 위원장은 “공정성 관해 질타를 받다보니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야한다는 생각에 제시한 것으로 기존 심의제도와 같이 갈 수 있을지 검토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한편 방통심의위는 심의규정에 대한 개정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 중인 사건을 다룰 때 신중해야한다’ 등 애매모호한 심의규정들을 구체화하는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