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글 /기사

“정윤회가 신은미·황선보다 잘못했냐”고 묻는 여당 의원

“정윤회가 신은미·황선보다 잘못했냐”고 묻는 여당 의원

새누리, 정윤회 의혹에 ‘박지원 비서실장이 문제’야?…“종북몰이로 국정농단 가려지지 않아”

임시국회 첫 날 열린 긴급현안질의의 최대 쟁점은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이었다.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은 야당의 의혹제기를 ‘정치공세’라고 치부하며 색깔론까지 펼쳤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15일 열린 국회 현안질의에서 세계일보 보도로 알려진 ‘정윤회 문건’이 찌라시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정치공세를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여러 차례 강조한 말과 일치하는 것이었다.

새누리, 정윤회 의혹이 ‘풍설’에 ‘거짓선동’?

이학재 새누리당 의원은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가 산적하고 여야가 힘을 합쳐도 모자를 판에 시중의 풍문을 모은 문건 하나로 정치공세가 시작됐고 국정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번 사건에 실체가 없다며 과거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비교했다. 이 의원은 “김영삼 정부, 김대중·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 모두 대통령의 아들이나 형제 등 실세가 여러 이권에 개입하고 검은 돈 오고가고 줄줄이 감옥행을 했다. 이처럼 지난 정부들의 비리는 실체가 분명 있었다”며 “그런데 이번 경우는 실체는 없이 풍문만 있고 누가 이 비선 실세인지 또 국정 어떻게 농단했는지 전혀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의원은 또한 “이 정권이 과거의 정권과 다른 점 중 하나가 실세라며 권력을 전횡하고 이권에 개입하는 인사들이 거의 없고 앞으로 없을 것이라는 것이고 그것이 장점”이라며 박근혜 정부를 치켜세웠다.

이장우 새누리당 의원 역시 “한낮 전단지에 의해 정치적 혼동과 국민적 동요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번 문건사태는 우리사회에 건강한 비판과 이성적 주장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의문을 던져준다”며 “진실에 앞서 상상 속 의혹을 쏟아내며 불신으로 채우려 한다. 근거 없는 의혹과 불신 뒤편에 자리 잡은 정략의 검은 그림자는 우리 사회를 분열과 갈등 속으로 빠져들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장우 의원은 또한 “낭설을 가지고 사실인 것처럼 호도하며 사회불안을 가중시키는 것이야말로 국정농단”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정홍원 국무총리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대해, 풍설을 두고 논란을 벌이는 것은 소모적”이라며 “풍설에 대해서는 자제가 되었으면 한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국정농단’의 사례로 김대중 정부의 일을 꺼내들며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겨냥했다. 이 의원은 “2001년부터 2003년까지 대통령의 세 아들이 비위로 사법처리되는 진기록을 보였을 때 비서실장은 누구였나”며 “대통령 일가의 대형비리를 제대로 감시하고 바로잡지 못했던 분들이 팩트 하나 없는 황당한 풍설을 가지고 국정을 혼란에 빠뜨리려 한다면 누가 이해할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국정농단이라 함은 노무현 정부 시절 이광재 상황실장과 최도술 총무비서관 등이 대선자금 수수혐의로 사법처리 되는 상황을 말하는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야당에 대한 가장 강도 높은 비난은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에게서 나왔다. 김진태 의원은 “정윤회 사건을 접하며 ‘야당이 또 시작이구나’, ‘또 거짓 선동 시작이구나’라고 생각했다”며 “지난 정부에서 광우병으로 재미 좀 봤다. 세월호 관련 대통령 7시간 떠들어도 먹히지 않았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비선실세 의혹”이라고 비난했다.

야당 의원들은 격한 김 의원의 발언에 항의했다. “창피한 줄 알아라” “말을 심하게 하네”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김진태 잘한다”며 김 의원을 칭찬했다. 김 의원이 “십상시니 국정농단이니 난도질하다 사실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 어떻게 하나”라고 말했고, 몇몇 여당 의원들은 “야당이 (책임) 져야죠”라고 호응했다.

김 의원은 또한 “정윤회가 국정농단은커녕 숨죽여 지내고 있었다면, 19살 짜리 딸이 피나는 노력으로 국가대표가 돼서 금메달을 땄다면 그 사람들 속은 어떻겠나”며 “(국정원) 댓글사건 국정조사에 참여하면서 느낀 점이 있는데, 살아가면서 원세훈 김용판씨처럼 저런 꼴은 당하지 말아야겠다는 것이었다. 그 중 정윤회까지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 야당 의원이 “정윤회가 고맙다고 전화하겠네”라고 외치기도 했다.

그렇다면 새누리당 의원들이 보는 이번 사건의 본질은 무엇일까. 이학재 의원은 “일련의 사태를 보면 국무위원까지 본분을 망각하고 초심을 잃는 일이 발생한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며 정홍원 총리를 향해 “공직기강 확립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확실하게 공직기강 바로 세워달라”고 말했다. 정씨의 인사개입 의혹을 폭로한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과 문건유출자들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장우 의원 역시 “이번 사태를 보면 도덕 불감증과 기강해이가 극에 달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고 정홍원 총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답했다.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은 “찌라시 정보가 활개치고, 인터넷과 sns를 타고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 기회에 혹세무민을 주장하는 찌라시 업자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공감한다”고 답했다.

비선라인 의혹에 “정윤회가 신은미 황선보다 잘못했냐”는 새누리

국정개입 의혹과는 관계없는 종북 공세도 이어졌다. 김진태 의원은 “새정치연합 박모(박지원) 의원은 비선라인 만만회가 문창극 총리 후보자를 추천했다고 말한다”며 “그 분은 김정일 3주기를 맞아 조화 전달을 준비한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김정일 조화배달하는 심부름꾼이냐”고 비난했다.

이에 정홍원 총리는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5주기에 북한이 추모화환을 보낸 것에 대한 답례의 성격”이라며 박 의원의 방북 승인 이유를 밝혔다. 김 의원의 말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외교의 ‘외’자도 모르는 김진태 의원 말 조심하세요” “박근혜 대통령은 왜 김정일 만나러 갔나”라고 외쳤다.

김 의원은 황선‧신은미 토크콘서트에 폭탄테러를 한 학생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김 의원은 “이러니까 (새정치연합이) 종북 숙주 소리 듣는 거다. 북한이 지상낙원이라는 종북녀들이 전국을 돌아다니는데 이에 대해서는 관대하고, 이를 보다 못한 청년에 대해서는 일사천리로 법을 집행하는 게 정상이냐”고 말했다. 여야 의원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라” “조용히 해”라며 고성을 질렀다.

김 의원은 이어 “새정치연합은 정윤회씨가 이석기, 신은미, 황선보다 더 잘못했다는 거냐”며 “새정치연합이 싸워야할 상대는 정윤회가 아니라 그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막말이 가미된 새누리당 의원들의 현안 질의 발언에 새정치민주연합은 강력히 반발했다.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수석대변인은 오후 현안브리핑을 통해 “막말 종북몰이를 한다고 국정농단이 가려지지 않는다는 것을 새누리당은 분명히 직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유 대변인은 “박지원 의원의 방북은 지난 8월 김대중 대통령 5주기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조화를 전달한 데 따른 답례로서, 이희호 여사를 대신하여 가는 것이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박지원 의원의 방북을 저질스러운 막말로 흠집 내는 것은 결코 국민이 바라는 여당 국회의원의 모습이 아닐 것이다”라며 “새누리당이 종북논란을 저질 막말로 부추긴다고 해서,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이 가려진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오산에 불과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