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바닥 드러낸 ‘자폭’ 토론회
‘비박’이 야당 몫하는데 ‘친노’ ‘비노’ 진흙탕 싸움… 해묵은 호남 홀대론도 재등장
‘비박’ 혹은 ‘탈박’이라 불리던 유승민 의원이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유승민 의원이 이끄는 새누리당은 사실상 레임덕에 빠진 박 대통령과 차별화를 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긴장해야하는 이들은 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이다.
새누리당이 김무성·유승민 의원으로 대표되는 비박계 인사들이 이끄는 당으로 치별화를 시도하는 반면, 당대표 경선 중인 새정치민주연합은 혁신과 변화를 외치면서 사실상 진흙탕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새정치연합 당 대표 경선 초기부터 양강 후보인 문재인 의원과 박지원 의원 간의 대립이 치열했다. 주로 박 의원이 문 의원을 ‘친노’라고 공격하고, 문 후보가 방어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갈등의 주제들은 새정치연합이 외치던 민생, 정책 대결 등의 구호와는 거리가 멀었다.
문 의원과 박 의원은 당권-대권 분리론을 두고 대립했다. 박 의원은 대권후보인 문 의원이 당권까지 가져선 안 된다고 주장했고, 문 의원은 대선 3년 전인 지금 당권-대권 분리를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강력한 대선후보인 자신이 당을 이끌어야한다고 주장했다.
두 후보는 ‘호남 홀대론’을 가지고도 갈등했다. 문재인 의원이 충청 출신 이완구 전 원내대표가 국무총리 후보자로 내정된 것을 두고 호남 인사를 총리로 임명했어야 한다고 말했고, 이를 두고 박 의원이 “문 의원이 청와대 비서실장 시절 호남 인사가 올라가면 다 잘라버렸다”고 주장해 논란이 확산됐다.
두 후보는 경선 룰을 두고 가장 격렬하게 대립했다. 당대표 경선에 25%가 반영되는 일반여론조사에서 ‘지지후보 없음’이라는 답변을 유효표로 인정하느냐 마느냐가 핵심이었다. 전대준비위원회는 2일 유효표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고, 박지원 의원 측은 문 의원의 주장을 받아들였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문 의원 측은 2012년 5·4 전당대회 당시에도 ‘지지후보 없음’을 유효표로 인정하지 않았고, 이를 따른 것이므로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지지후보 없음’을 두고 다투는 이유는 후보 간 이해관계가 갈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00명이 여론조사에 참석해 50명이 A 후보를, 40명이 B 후보를 지지하고, 10명이 ‘지지후보 없음’을 선택하면 A 후보 지지율은 50%, B 후보 지지율은 40%다. 그러나 ‘지지후보 없음’이 무효가 되면 전체 득표수가 90표로 줄어들기에 A 후보 지지율은 56%, B 후보 지지율은 44%가 된다. 인지도와 외곽 조직이 있어 일반 여론조사에서 유리한 문 의원이 룰을 변경할 경우 더 유리해진다는 것이다.
투표 전 마지막 TV토론이었던 2일 JTBC 토론회에서 문 의원과 박 의원은 대립과 갈등의 끝을 보여줬다. 박지원 의원은 경선 룰과 관련해 “친노들이 엄청난 반칙을 자행했다” “문 후보가 몰랐다면 무능하고 알았다면 비열하다” “안철수, 손학규 후보의 심정이 이해가 된다”며 맹공을 퍼부었고, 문재인 의원은 “왜 친노가 우리 당 최대 계파가 됐는지 알겠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 친노”라고 맞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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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자 JTBC 뉴스룸 갈무리 | ||
박 의원은 또한 문 의원을 향해 “박근혜 정권과 전면전 선포해놓고 비노와 전면전을 한다”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하자 하고 뒷방에 숨어 있었다” “지난 총선 계파공천을 뒤에서 다 조종했다”고 공격했다.
문 의원이 “오늘 가장 저질의 토론이 되어가고 있다”고 비판하자, 박 의원이 “저질 말씀하셨는데 내일 투표 시작하는데 오늘 규정을 바꿔버리는 게 저질”이라고 맞받아쳤다. 진행자인 손석희 앵커가 “표현을 순화해 달라”고 말하자 박 의원은 “저질이라는 말 누가 먼저 썼나”라고 반박했다.
이날 토론회가 끝나고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보기 싫은 토론회였다는 글이 많이 올라왔다. 민생이나 혁신, 정책 경쟁보다 경선 룰 같은 정쟁에만 몰두하는 야당의 모습이 토론회에 그대로 반영됐다는 것이다.
또 다른 당 대표 후보인 이인영 의원은 두 후보가 설전을 벌이자 “두 분의 논쟁에 끼어들지 않겠다”고 모두를 비판했다. 이날 토론회와 새정치연합의 상황을 일컫는 가장 정확한 말은 이 의원의 입에서 나왔다. 이 의원은 ‘야당은 왜 지리멸렬한가’라는 질문에 “우리당이 변화와 혁신을 거부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 의원은 “새누리당은 시늉이라도 한다. 새누리당은 증세 없는 복지 반대 등을 외치는 유승민 의원을 원내대표로 선택하면서 쇼라도 하는데 우리당은 회전문 인사와 당권 경쟁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무성, 유승민 의원이 이끄는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과 선긋기를 하며 혁신과 변화를 외칠 것이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당대표 경선에서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손석희 앵커는 토론회에서 후보들에게 “전당대회 끝나면 별 문제 없겠나”라고 되물었다. 새정치연합이 전당대회 이후에도 계파 갈등을 이어갈 지도 모른다. 그럴 경우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와 친박이 ‘야당’이 되었듯이, 앞으론 새누리당 내 비박이 야당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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