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 지켜달라” 이완구, 기자들 질문에 ‘버럭’
'비타 500' 박스에 3000만원, 구체적 정황 드러나… "목숨 내놓겠다"더니 “비약된 질문 안 받겠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3천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완구 국무총리가 본회의 출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이 총리는 기자들의 연이은 질문에 “예의를 지켜달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경향신문은 15일 성완종 전 회장(전 새누리당 의원)과의 인터뷰 내용을 추가로 공개했다. 성 전 회장은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지난번 재·보궐선거 때 이(완구) 총리의 선거사무소에 가서 한나절 정도 있으면서 이 양반한테 3000만원을 현금으로 주고 왔다”고 밝혔다.
2013년 4.24 재선거를 앞두고 성 전 회장이 ‘비타 500’박스에 돈을 넣은 다음 이를 이완구 총리의 부여 선거사무소를 방문해 전달했다는 것.
관련 기사 : <2013년 4월4일 오후 4시30분 이완구 부여 선거사무소 성완종 측 “차에서 비타500 박스 꺼내 전달”>
성 전 회장 측 인사는 경향신문에 2013년 4월 4일 4시 경 성 전 회장이 선거사무소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그는 “회장님의 지시에 따라 그 박스(비타500)를 꺼내 들고 (선거사무소가 있는) 건물 계단을 올라갔다. 당시 선거사무소는 넓은 홀에 여직원 둘이 있었던 기억이 나고, 한쪽 칸막이 안에 이 총리와 성 전 회장 둘만 있었다”며 “(회장 지시로) 비타 500 박스를 테이블에 놓고 나왔다”고 말했다.
전날 이완구 총리는 “돈을 받았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내놓겠다”며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성 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이 총리가 “목숨을 내놓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구체적인 정황이 나오면서 15일 오전 열리는 대정부질의에 언론의 이목이 쏠렸다. 이완구 총리는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자처했다. 이 총리는 이 자리에서 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다시 부인했다.
이 총리는 “그 날 3시 30분까지 충청남도청 행사에 참석했고 부여로 갔다. 부여로 가보니 (재선거 등록) 첫 날이라 기자들을 포함해 수많은 사람들이 와 있더라. 그래서 그들과 인사를 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기자들이 ‘4월 4일 성 전 회장을 만난 기억은 있나’고 묻자 이 총리는 “기자들이 나를 인터뷰하러 수십 명이 와 있었다. 그런 정황으로 볼 때 (만나서 돈을 받았다는 말은) 맞지 않다. 여러분이 그걸 판단하라”고 답했다.
14일 JTBC는 성 전 회장의 다이어리를 입수해 이완구 총리와 성 전 회장이 1년 반 동안 23번 회동했다고 보도했다. 이 총리는 이에 대해 “2013년 4월 재보선으로 국회에 와보니 선진당과 새누리당이 합쳐져 (성 전 회장과) 같은 당 소속이 됐다. 같은 국회의원이니 본인의 선거법 문제, 지방선거 공천 관련해 여러 차례 상의를 요청했다”며 “또 (내가) 원내대표를 맡았는데, 원내대표가 같은 정당 의원을 만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리는 또한 “이야기 주제는 선거법, 지방선거 공천 문제였지 (성 전 회장과 내가) 개인적 문제를 가지고 속내를 털어놓을 관계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 15일 오전 대정부질문을 앞두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이완구 총리. 사진=조윤호 기자 | ||
이 총리는 기자들의 연이은 질문에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 기자가 “돈을 받은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는데 여전히 부인하는 것이냐”고 묻자 이 총리는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 기자가 이어 “검찰 수사를 먼저 받겠다고 했는데, 여전히 (총리가) 법무부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나”라고 묻자 이 총리는 “어제 본회의장에서 입장을 다 밝혔다. 그만 예의를 지켰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기자들이 질문을 이어가자 이 총리는 “어제 다 이야기했다. 그런 비약된 질문은 안 받겠다”며 본회의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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