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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글/시사인 공갈뉴스

‘외압이 없었다’는 게 더 무섭다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최고 의료기관임을 자랑하던 삼성서울병원의 신뢰가 바닥을 쳤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직접 고개를 숙였다(사진). 그러나 언론은 여전히 삼성을 비판하는 데 주춤한다.

SBS는 지난 7월3일 8시 뉴스에서 삼성서울병원이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기로 한 내용을 보도했다. 이 리포트는 이재용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 장면으로 시작한다. 신동욱 앵커는 “‘끝까지 환자를 책임지겠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23일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약속한 대목이다. 하지만 열흘 만에 이 약속은 번복됐다”라면서, “치료 중인 확진 환자 15명 가운데 12명을 다른 병원으로 옮기기로 했기 때문이다. 별도의 음압 병상이 없는 데다 방호복까지 입은 의료진 감염이 잇따르자 결국 백기를 들고 만 셈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런데 이날 뉴스가 끝난 이후 해당 리포트는 수정되었다. 이재용 부회장의 책임을 묻는 앵커 멘트도, 이재용 부회장이 나오는 영상도 사라졌다. 앵커 멘트를 재녹화한 뒤 SBS 뉴스 홈페이지와 포털 뉴스에 수정된 리포트를 올린 것이다.

이는 방문신 보도국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밝혀졌다. SBS 내부에서 외압 논란이 커지자 방 국장은 “외압은 없었으며 앵커 멘트가 이재용 부회장의 직접 책임을 묻는 식으로 요약된 것이 과잉이라 판단했다”라고 해명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을 뿐인데 왜 과잉일까. 삼성그룹 측은 <미디어오늘>에 담당자가 방송을 보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SBS 보도국장과 삼성 측의 해명이 모두 사실이라면, 해당 리포트는 ‘외압도 없었는데’ 방송사가 알아서 수정한 셈이다. 그게 더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