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과거 글/시사인 공갈뉴스

종편과 지상파 ‘도긴개긴’

국가정보원이 불법으로 해킹 프로그램을 구매해 국내 사찰용으로 활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언론은 사건 초기 ‘침묵’이나 소극적인 보도로 일관했다. 이러한 침묵은 국정원 직원 임 아무개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직후인 7월19일부터 ‘프레임 전환’으로 바뀐다.

TV조선은 7월19일 메인 뉴스에서 관련 기사를 10건이나 보도했고, 채널A와 MBN도 7월19일을 기점으로 국정원 해킹 관련 보도량을 늘렸다. 채널A는 7월20일 “해킹 프로그램을 구매한 35개국 중 한국만 시끄럽다”라고 보도했고, 같은 날 TV조선은 “국가정보원 직원의 자살을 두고 또다시 근거 없는 음모론이 확산되고 있다”라며 그저 음모론으로 치부했다.

종북 프레임도 등장했다. 채널A는 국정원이 스파이웨어를 심으려 한 재미 과학자 안수명 박사에 대해 “천안함 폭침과 소니 해킹 사건의 북한 소행을 전면 부정하는 인물”이라고 묘사했고 “62차례나 북한을 방문하며 김일성상까지 받은 재미 교포 노길남씨와 모임을 함께하는 인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단순한 ‘정쟁’으로 축소하는 모습도 보였다. TV조선은 7월20일 “국정원 직원 임 아무개씨의 자살과 유서로 여야의 공방은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앞으로 결과에 따라 한쪽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7월14일 국회 정보위원회(사진)에서 국정원이 해명 같지 않은 해명을 했을 때도 <조선일보> 등 보수 언론은 이번 사안을 ‘국정원의 해명 대 야당의 의혹 제기’ 구도로 설정했다.

지상파는 여전히 침묵 중이다. 지상파 메인 뉴스 리포트 개수를 다 합쳐도 JTBC 보도량의 절반 수준이다. 왜곡하는 종편, 침묵하는 지상파. 도긴개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