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생각해서? 통계가 말하는 정부의 거짓말 | ||||||||||||||||||||||||||||||||||
노동개혁 본색 드러낸 정부·여당… 해고도 쉽게 취업규칙 변경도 쉽게, 비정규직은 활성화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고용률 70%, 상시·지속적 업무 정규직 고용관행 정착, 2020년까지 연평균 노동시간 OECD 수준으로 단축, 최저임금 수준 개선과 근로감독 강화, 정리해고 요건과 절차 강화 등 노동 친화적인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최경환 부총리의 정규직 과보호론 발언을 시작으로 노동시장 유연화를 중심으로 한 노동개혁이 박근혜 정부의 주요 과제로 부상했다. 당정청은 지난 23일 회동에서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을 새누리당 노동시장 선진화 특별위원장으로 추대하면서 노동개혁의 박차를 가하고 있다. 노동개혁의 명분은 청·장년 간, 그리고 비정규직·정규직 간의 격차,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결하겠다는 것. 임금피크제와 정리해고 요건 약화 등 ‘노동유연성’을 증진시켜 일자리를 늘리고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는 것이 노동개혁의 목표다. 그러나 각종 통계는 정부의 노동개혁이 그 목표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이라 경고한다.
임금피크제 하면 청년고용 늘어날까?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핵심 중 하나는 임금피크제다. 내년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의 정년이 60세로 늘어나는 가운데 정부는 ‘장년층에 대한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높아져 신규채용이 줄어들지 모른다’는 논리를 펴면서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현장 노동자들은 임금피크제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한국노총이 지난 22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81.2%가 임금피크제가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고, 그 이유는 ‘임금삭감으로 생활유지가 어려워서’, ‘청년 신규채용으로 이어지지 않아서’, ‘정부의 부당한 간섭이므로’, ‘임금피크제가 도입돼도 정년이 보장되지 않아서’ 순으로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3월 기준으로 정규직의 15%, 비정규직의 51%가 근속년수 1년 미만의 단기근속자다. 불안정한 일자리가 많아지면서 연공성(근속연수가 많아지면 임금도 자연히 증가하는 성향) 효과도 줄어들고 있다. 통계에 따라 다르지만 정년까지 일하는 노동자 비율은 7% 수준이다. 결국 임금피크제는 장기근속 노동자에 대한 임금 삭감의 효과만 가져오게 된다. 경영계는 정년 연장이 소수 노동자에게만 혜택을 줘 노동자간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고 주장하며 반대했는데 이는 결국 노동자들의 하향평준화를 주장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미 OECD는 고령자가 노동시장에 머무는 것과 청년 실업이 무관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놨고,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에서도 세대간 직종이 분리돼 있기 때문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해도 신규채용이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다른 노동자들의 월급을 깎아 고용을 늘리겠다는 주장은 이전에도 있었다. 임금피크제가 장년층의 월급을 깎는 것이라면 이명박 정부시절에는 신입사원의 월급을 깎아 채용인원을 늘리겠다는 주장이 있었다. 청년고용은 증가하지 않았다. 오히려 청년 실업자는 관련 통계조사를 한 2000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였고,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20대 실업자는 사상 최대기록을 갱신하며 41만여 명으로 나타났다. 취업규칙 변경 더 쉽게? 지금도 충분히 쉽다 정부가 6월 17일 발표한 1차 노동개혁 방안에는 취업규칙 변경을 더 용이하게 하는 내용이 있다. 취업규칙이란 사용자가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준수해야할 규율과 임금, 근로시간, 기타 근로조건에 관한 구체적 사항을 정한 규칙을 뜻한다. 고용노동부는 임금피크제 등 임금체계 개편시 취업규칙의 변경이 필요하므로 이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준은 “사회통념상의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 적용을 부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다. 즉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갖추면 과반수 노조나 과반 노동자들의 동의절차(근로기준법 94조)를 거치지 않은 취업규칙도 무효가 아니라는 뜻이며, 정부는 이를 취업규칙 변경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노동계는 사용자가 임의로 취업규칙을 변경하게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근로정책기준과 관계자는 “근로기준법을 바꾸지 않고 판례해석에 대한 부분을 명확히 하겠다는 것이다. 누구에게 더 유리할 것이 없다”며 “정부가 사업주에게 유리하게 만든다 해도 법원 가서 다 뒤집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문제는 ‘사회통념상 합리성’ 기준이 없는 지금도 사측의 의도대로 취업규칙이 변경되는 일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 서울대병원노조는 올해 4월 “병원 측이 취업규칙 변경을 통해 전 직원 성과급제를 도입하려 한다”며 파업에 돌입했다. 병원이 비정규직들만 따로 불러 ‘연장 계약이 저절로 되는 줄 아느냐’는 식으로 서명을 종용하는 등 강압적으로 취업규칙을 바꾸려했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실제 2015년 1월 10일부터 11일 간 서울대병원노조가 간호사 4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8.8%가 취업규칙 변경에 대한 이해도가 50% 이하라고 밝혔으며, 100% 이해했다고 응답한 이는 17명에 불과했다. ‘25% 정도 이해됐다’ ‘거의 이해되지 않았다’는 응답이 44.6%에 달했다. 또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동의서에 서명했다고 응답한 사람 중 ‘자발적으로’ 서명했다는 사람은 7.8%에 불과했고 75.6%가 압박에 의해 서명했다고 응답했다.
‘취업규칙’을 둘러싼 논란은 최근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싼 사태와 비교하면 이해하기 쉽다. 정부 입장에서 시행령은 입법을 거치지 않으면서 ‘입법’할 수 있는 손쉬운 수단이다. 시행령이 모법을 위배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보니 시행령이 사실상 법 역할을 한다. 마찬가지로 사측 입장에서는 노사 간 합의를 거쳐야하는 단체협약보다 노동자 개개인의 동의를 얻어내면 되는 취업규칙 변경이 더 쉽다. 정부안은 이를 더 쉽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기간제 기간 늘리고 파견근로 늘리고, 비정규직 활성화? 정부의 노동개혁 방안에는 비정규직 관련 내용들이 있다. 정규직 전환 및 비정규직 보호방안도 있지만 논란이 되는 부분은 기간제 사용기간 및 파견근로 확대다. 정부는 ‘비정규직 규제합리화’ 등을 토대로 한 2차 방안을 8~9월 중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정규직 규제합리화’는 기간제 사용기간 및 파견근로 확대를 뜻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29일 발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에는 현재 2년인 기간제 비정규직의 계약기간(35세 이상)을, 노동자가 원할 경우 최대 2년까지 추가로 연장하도록 하는 방안이 담겨 있다. 4년 후 정규직 전환이 안 되면 사업주는 이직수당(연장기간에 받은 임금의 10%)을 지급해야한다. 노동자들에게는 일할 기회를 주고 정규직 고용전환도 늘리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실제 정규직 고용전환이 늘어날지는 미지수다. 대다수 비정규직들이 1년 11개월만 쓰고 버려지듯 사용기간이 4년으로 연장되면 3년 11개월만 쓰고 버려질 것이며, 지금은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3~4년 짜리 일자리마저 비정규직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노동계의 우려다. 또한 기업 입장에서 이직수당을 부담하기보다 3~4년 짜리 비정규직을 쓰는 것이 더 부담이 적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 2010년 4월 이후 노동부의 사업체 기간제근로자 현황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계약기간 종료시 정규직 전환율을 분석한 결과, 정규직 전환율은 2010년 21.0%에서 2014년 33.4%로 꾸준히 증가했고, ‘계속고용’은 2010년 36.1%에서 2014년 18.6%로 감소했다. 반면 계약종료는 2010년 41.3%에서 2012년 53.0%로 늘어났다가 2014년 47.9%로 감소했다. 김유선 연구원은 “기간제 사용기간이 만료되었을 때 정규직 전환율을 50%라 가정하면 현행 기간제법대로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면 기간제 근로자 A가 정규직으로 전환할 가능성은 4년 동안 75%(처음 2년 50%+다음 2년 50%X50%=25%)지만 사용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면 전환 가능성은 50%(처음 2년 0%+다음 2년 50%)로 낮아진다”고 밝혔다. 정부는 55세 이상과 고소득 관리직, 전문직에게 파견근로를 전면 허용하는 ‘파견제한 합리화’ 방안도 마련했다. 현재 파견법은 파견대상업무를 32개로 제한한다. 일자리를 창출하고 일시적 인력수요에 대응하며 고령자 및 고소득 전문직의 재취업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이미 한국은 OECD 국가 중 파견근로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다. 노동계는 이런 방안이 파견근로를 전면화할 것이며, 경비직 아니면 청소용역 등 저임금, 불안정노동에 시달리는 고령노동자들의 현실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 우려한다. 취업 활성화가 ‘비정규직 활성화’를 의미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고의 자유’, 노동개혁 추진하는 진짜 이유 ‘정규직 과보호’를 해결하는 것도 정부 노동개혁의 중요 방안이다. 핵심은 임금제도를 단일 호봉제에서 성과 연동제로 바꾸고 노동자의 성과 평가 결과에 따라서 성과가 낮은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한국의 정규고용보호지수는 2.17로 OECD평균(2.29)에 비해 낮고 집단해고보호지수는 1.88로 OECD평균(2.91)에 비해 상당히 낮다.(2013년 기준)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노동자 해고를 더 쉽게 하도록 하기 위해 일반해고 기준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근로기준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경영상 이유로 해고할 경우에도 해고의 요건과 절차를 규정한다.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대로 일반해고 기준이 완화되면 경영자가 자의적인 평가를 통해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게 된다. 해고가 자유로워지면 사용자의 권한이 강화된다. 고용노동부는 근로기준법에서 제한하고 있는 연장근로 한도(주 12시간)를 주 20시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연장근로 주 12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는 노동자는 204만명으로 전체 노동자 1878만명 중 약 10%에 달한다. 현행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기업을 정부가 나서 구제해주는 꼴이다. 올해 4월 6일 새누리당 산하 여의도연구원이 작성한 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정규직 고용보호 완화는 기간제 근로자 계약기간 연장과 더불어 정부가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추진하는 주된 이유다. 그러나 한국노총에서는 두 과제를 모두 뒤로 미루려 하고 있으나 이는 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다” 결국 저성과자 해고와 임금피크제는 사용자의 권한을 강화해 인건비를 줄이려는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는 셈이다.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정리해고를 쉽게 하는 등 사용자의 권한이 강화됐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실질노동생산성에 비해 증가폭이 작고, 이명박 정부 이후로는 사실상 실질임금이 늘지 않고 있다. 비슷한 기간 재벌의 사내유보금은 늘어났다. 2009년 10대 재벌 사내유보금은 288조원에서 2013년 522조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이들의 실물투자액은 2009년 26조원에서 2013년 7조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법으로 강제하지 않으면 기업은 신규채용을 늘리지 않는 상황에서 이번 노동개혁은 기업을 더욱 보호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
'나의 글 > 기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쌈질만 하는 국회의원들 왜 늘리냐고? (0) | 2015.08.15 |
---|---|
국정원, 대선 직전 KT 등 할당된 PC 해킹 정황 발견 (0) | 2015.07.31 |
대통령의 침묵, 끝까지 뭉개고 넘어갈 수 있을까 (0) | 2015.07.31 |
헌재, 선거기간 중에는 인터넷 실명제 지켜라? (0) | 2015.07.31 |
해킹했지만 감청 아니다? 처벌 피할 수 있을까 (0) | 2015.07.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