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세월호 특조위가 밝혀낸 것 없다”고 할 건가?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막말… 해경 책임론‧국정원 연계설 등 밝혀냈는데, 활동기한 연장 막으려 딴죽
야3당이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활동기간 보장을 위한 ‘원포인트’ 8월 임시국회를 여는데 공조하기로 했으나 새누리당은 ‘절대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대논리 중 하나는 ‘특조위가 한 일이 없다’는 것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4일 혁신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세월호특조위가 그동안 수백억 예산을 펑펑 써놓고 지금까지 밝혀낸 것이 무엇인가. 아무것도 밝혀낸 것이 없다”며 “일반 공무원들이 그렇게 일하면 처벌 받는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앞서 2일 비대위 회의에서도 ”세월호 특조위는 별다른 성과 없이 막대한 예산만 낭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진석 원내대표의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 특조위 활동에 한계점도 많았지만 특조위가 조사활동을 통해 새로 밝혀낸 사실들이 많기 때문이다.
특조위가 실시한 두 차례의 청문회만 제대로 살펴봤어도 ‘아무것도 밝혀낸 게 없다’는 주장을 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오는 9월 3차 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특조위는 두 차례의 청문회를 통해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구조실패에 대한 다양한 사실을 밝혀냈다.
2015년 12월14일과 15일 이틀동안 열린 1차 청문회에서 특조위는 구조 실패의 책임이 단순히 몇몇 해경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해경 수뇌부에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해경 중 세월호 참사 구조 실패에 대한 처벌을 받은 이는 목포해양경찰서 123 정장이었던 김경일 뿐이다. 참사 당일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123정이 현장지휘관 함정(OSC·On Scene-Commander)으로 지정됐고, 그럼에도 승객들에게 퇴선 명령을 내리지 않아 승객들을 사망케 한 업무상 과실치사가 인정된 결과였다.
하지만 1차 청문회에서 123정이 현장지휘관 함정으로 임무를 부여 받았는지조차 확실하지 않다는 점이 드러났다. 123정 승조원들과 OSC의 지휘를 받아야하는 현장구조 인력들도 123정이 OSC로 지정된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답변했기 때문이다. 123정 승조원들은 물론이고, 현장에 출동했던 구조인력들 조차 현장지휘권이 어디 있는지 몰랐다는 것이다. 김경일은 청문회에서 자신이 OSC가 맞다고 주장했지만 누구로부터 어떤 채널로 OSC 지정을 받았는지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다.
해경이 구조보다 해경청장 의전에 더 주력한 정황도 1차 청문회에서 드러났다. 세월호가 침몰하던 9시54분경 해경 본청 경비계장이 인천서 회전익항공대와 통화를 했는데, 해경 본청은 “일단은 이륙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라” “청장님이랑 타고 나가실 수도 있다”고 밝혔다. 회전익항공대가 “직접 구조임무보다는 청장님 입장할 수 있게끔 준비하라는 겁니까?”라고 묻자 “그렇다”고 답변했다. 세월호 구조 실패의 책임이 해경 몇몇이 아니라 수뇌부에게 있다는 점을 밝혀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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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29일에 열린 2차 청문회에서는 참사 당시 청해진해운 본사에서 선원들에게 해경 도착시까지 승객들을 탈출시키지 말고 대기시키라고 지시했고, 간부 선원들이 협의를 통해 선내 대기로 결론을 내린 사실이 드러났다.
여객부 직원 강혜성은 참사 당일 9시26분경 양대홍 사무장으로부터 “나는 지금 조타실인데 10분 후에 해경이 올거야. 구명조끼 입혀. 선사 쪽에서 대기 지시가 왔어. 추가 지시가 있을 때까지 구명조끼 입히고 기다려”라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또한 조타실의 간부선원들이 선내 대기 결정이 있기 전 청해진해운 본사와의 유선 연락을 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선원들과 청해진 해운 임직원들에 대한 재수사와 처벌이 필요하다는 점을 밝혀낸 셈이다. 이같은 결정이 세월호 선원들과 교신하고 있던 해경 관계자들과 관련이 있는지도 조사가 이뤄져야 할 상황이다.
2차 청문회에서는 또한 국정원과 청해진해운의 관계가 보다 구체적으로 밝혀졌다. 청해진해운과 국정원이 참사 발생 수년전부터 잦은 접촉을 해왔고, 청해진해운이 국정원 직원들에게 향응을 제공해온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청해진해운 임원들은 세월호 도입 당시 입항 사실을 국정원에 미리 보고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한달간 보복성 '대기점검'을 받았다고 밝혔다. 해무팀 홍아무개 대리는 “국정원에 보고를 하지 않았다가 나중에 인사를 갔더니 국정원이 불쾌하게 생각하는 모양새였다”고 말했고, 김재범 기획관리부장도 “보도자료를 냈는데, 보도를 본 국정원에서 굉장히 불쾌히 생각했다는 얘기를 듣고 국정원에 찾아가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고 진술했다. 청해진해운이 이 국정원의 요구에 따라 인천항 카페리부두에 7천여만원을 들여 CCTV를 설치하고 월 500만~600만원 가량의 보안경비도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국정원이 참사 당시 청해진해운 직원들에게 7차례 전화를 걸었고, 국정원이 포함된 해양사고보고계통도 역시 관계기관과 협의과정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세월호 참사 당시 문자보고만 받았다고 한 국정원의 주장과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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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조위가 청문회 외에도 조사보고서를 통해 밝혀낸 사실도 있다. 세월호에 제주 강정마을로 가는 철근이 실려 있다는 사실은 미디어오늘 단독보도를 통해 드러났지만, 이를 공식 확인한 것은 특조위의 진상 규명 보고서였다.
특조위가 6월27일 전원위원회 회의를 통해 공개한 ‘세월호 도입 후 침몰까지 항해시 화물량 및 무게에 관한 조사의 건’ 보고서에 따르면 침몰 당시 세월호에 적재된 화물 중 과적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 철근은 410톤이다. 검경합동수사본부가 파악한 286톤보다 124톤이 많다. 특조위는 이 철근 일부가 제주 해군 기지로 운반될 예정이었다는 점도 확인했다.
특조위의 용역 조사 보고서를 통해서 세월호 참사 직후 트위터 상에서 인위적으로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에 반대하고 유가족들을 폄훼하는 게시 글이 늘어난 사실도 드러났다. 세월호 참사의 중요한 국면마다 1~2개의 ‘조장’ 계정이 글을 올리면 수십 개의 ‘조원’ 계정이 이를 리트윗하며 퍼트리는 방식의 여론조작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이외에도 특조위는 세월호 피해자들의 심리상태, 인터넷 악성 게시글 및 언론 보도에 의한 피해현황 등을 조사했다.
더 큰 문제는 ‘한 일이 없다’는 비난이 생략하고 있는 맥락이다. 정부는 특조위가 신청한 예산을 조사활동비, 사업비 예산을 80~90% 가까이 깎아버렸고 특조위가 특별법을 근거로 지난해 9월 임명을 요청한 진상규명국장을 아직도 임명하지 않았다. 배정해야 하는 공무원 48명 중 19명을 아직도 배정하지 않았다.
조사대상들이 조사에 응하지 않는 경우도 빈번하게 벌어진다. 안광한 MBC 사장, 이진숙 대전MBC 사장이 대표 사례다. 이석태 특조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조사대상들이) 조사에 잘 응하지 않고 자료도 잘 안 보내주는 이런 일상적인 어려움 속에서 청문회를 두 번 했고 이제 막 기초적인 워밍업을 마치고 조사를 본 궤도에 올려 가속도를 내던 상황이다. 최근 용역결과 발표를 통해 국민들 관심을 상당히 모았다. 일정한 기간이 지나며 조사가 성과를 내던 그런 단계였다”고 밝혔다.
결국 “밝혀낸 게 아무것도 한 게 없다”는 논리는 세월호 특조위 활동을 멈추기 위한 정치적 주장에 가깝다. 새누리당이 제시한 ‘국회 내 새로운 조사체 구성’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 더민주 의원은 “특위 만들어 조사한다고 해도 당장 증인채택 같은 문제부터 여당이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선체가 올라오는 데 아무것도 안 하면 비난이 클 것이고 특조위가 맡으면 시끄러워질테니 국회 내에서 새누리당이 컨트롤하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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