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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방송학 꿈꿔? ‘나쁜 뉴스’ 가려낼 줄 알아야지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762862.html

신문방송학 꿈꿔? ‘나쁜 뉴스’ 가려낼 줄 알아야지

대딩 선배들이 말하는 내 전공, 이 책
<나쁜 뉴스의 나라> 조윤호 지음, 한빛비즈 펴냄, 2016년
언론을 전공한다는 말을 들으면 대부분 사람들은 이렇게 반응합니다. “신문방송학과? 너 기자 하게?” 신문방송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좁은 이해에서 비롯된 질문일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본질을 정확히 꿰뚫는 물음일 것입니다. 신문방송학과와 언론, 언론과 기자는 서로 결코 떼어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신문방송학과의 문턱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여러분이 원하든 원치 않든 언론과 기자라는 두 꼬리표가 여러분을 따라다닐 것입니다. 그래서 더욱 아프게 들릴 말이 있습니다. 바로 ‘기레기’라는 말입니다. 기레기라는 말은 이제 기자를 칭하는 아주 일상적인 호칭이 됐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경멸하는 명칭을 듣는 것이 못내 억울할지도 모릅니다. 나는 좋은 기자가 되고 싶은데, 왜 사람들이 기자를 욕하기만 할까? 하지만 그런 비판을 받는 이들 중 십중팔구는 ‘욕먹어도 싼’ 뉴스를 찍어내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기억나는 뉴스가 많을 것입니다. 가까이는 얼마 전 경주 지진 당시 지진 소식을 전하는 것보다 박근혜 대통령의 일과를 전하는 데 급급했던 몇 언론이 그렇습니다. 조금만 더 거슬러 올라가면 팩트 파악 없이 ‘세월호 전원 구조’ 오보를 보도하고, 시정까지도 굉장히 오래 걸렸던 몇 언론사들이 그렇고, 대통령을 향한 유가족들의 울분 위에 박수와 환호 소리를 덮어버린 모 방송사가 그럴 것입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흔히 ‘충격’과 ‘경악’, ‘헉’, 또 ‘알고 보니’ 따위의 말들로 독자를 낚시질해보려는 기사들은 지금도 포털 사이트에 수십 수백개씩 쏟아지고 있습니다. 기자는 그렇게 사람 낚는 어부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들을 ‘기레기’가 아니라고 항변하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일까요. 언론과 기자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은, 그동안 언론이 보여준 모습에 비추어 봤을 때 오히려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언론 스스로가 자초한 것에 가깝습니다. 대가를 받고 누군가에게 유리한 내용의 기사를 쓰거나 쓰지 않고, 권력기관에서 내주는 정보를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기사를 통해 여론을 조작하는 언론의 모습은 단지 영화 속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이때, 대한민국의 언론 현실을 적절히 꼬집고 있는 책이 있습니다. 조윤호의 <나쁜 뉴스의 나라>라는 책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대한민국 언론이 왜 이렇게도 망가졌는지를 분석하며, ‘우리는 왜 뉴스를 믿지 못하게 되었’냐는 질문에 차근차근 답해나갑니다. 언론이 왜 이렇게 나쁜 뉴스를 만들고 있는 것인지, 그렇다면 이 부패한 현실에 대한 치료법은 무엇인지 말입니다. 여러분이 신문방송학이라는 전공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건, 아마 언론이라는 직종과 기자라는 직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그 관심의 수준이 얕든 깊든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 책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자가 되기 전 뉴스 소비자로서의 여러분이 좋은 뉴스와 나쁜 뉴스를 가려낼 수 없다면, 대한민국의 언론들은 앞으로도 계속 나쁜 뉴스만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나쁜 뉴스를 만들든 좋은 뉴스를 만들든 똑같은 반응이라면, 굳이 애써 좋은 기사를 쓸 이유가 없을 겁니다. 제가 그렇듯, 여러분은 좋은 기자가 되고 싶겠지만, 현실도 구조도 그대로라면 좋은 기자가 되고자 하는 개인의 노력은 무위에 그칠지 모릅니다. 우리는 좋은 뉴스를 골라내고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의 ‘기레기’가 되는 것은 아마 여러분, 혹은 저일지도 모르니까요. 이찬우(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회대알리 교육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