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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고 100만명, 청와대 행진 중 하야가 '떼창'

역대 최고 100만명, 청와대 행진 중 하야가 '떼창'

2008년 쇠고기 파동 집회 규모 70만명 넘어서…시민들 계속 불어나 역대 최고 갱신 중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민중총궐기를 끝마치고 행진이 시작됐다. 행진에 참여한 숫자는 시민 100만명(오후 7시 30분 기준 주최측 추산, 경찰추산 22만명)이다.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파동 당시 모였던 집회 규모(70만명)를 뛰어넘는 숫자다. 시간이 지날수록 시민들이 참여가 불어나는 모습이어서 역사상 최대 규모의 집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광장 일대는 인터넷 연결이 불안할 정도다.

행진은 청와대로 가는 진입로인 내자동로터리까지 5개 방향으로 진행 중이다.

광화문 사거리 앞에선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주최로 문화제가 열리면서 가수들의 노래가 이어지고 있다. 크라잉넛의 보컬은 "오늘의 촛불이 들불이 된다"라며 "나라를 바꾸자"라고 발언했다. 이어 크라잉넛이 히트곡인 말달리자, 밤이 깊었네 등을 노래하자 시민들은 '떼창'으로 화답했다.

차량에서는 ‘하야가’가 흘러 나왔고 시민들은 하야가를 따라 부르며 행진했다. 시민들은 “박근혜는 퇴진하라” “박근혜 퇴진해” 등의 구호를 외치며 종각역을 지나 인사동 방면을 거쳐 청와대 방향으로 향했다. 6시15분 경 종로경찰서 방송차량은 “여러분들의 평화로운 집회와 안전을 위해 질서유지선을 만들었습니다. 질서유지선을 지켜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밝혔다.

민중총궐기 주최 측에 따르면 종각 방향 행진 대오는 종로역에서 계속해서 시민들이 쏟아지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지부 단위들과 민주노총 사무연맹, 일반노조 소속 조합원들과 민주언론시민연합, 노동자연대, 순천군농민회 등 단위를 포함한 일반시민들은 을지로입구 사거리를 거쳐 현재 종각역 사거리를 행진 중이다. 시청 광장 뒤쪽인 태평로와 남대문, 소공로 일대도 시민들로 가득 메웠다.

옛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청계광장으로 가는 길도 마찬가지다. 경복궁역에서 내린 시민들도 광화문 방향으로 모이고 있다. 주최 측은 시민들이 많이 모여 사직동과 안국역 방향으로도 행진 방향을 확대했다고 전했다.

전국대학생시국회의 깃발 아래 모인 대학생 3000명은 을지로입구를 경유해 시청으로 향하고 있다.

이들은 고려대학교, 인천대학교, 숙명여대, 성공회대, 카이스트, 동국대학교, 광주교대, 홍익대학교, 건국대학교 등 자신이 소속된 학교의 깃발을 흔들며 "박근혜는 퇴진하라"고 외치며 행진을 하고 있다.

이 단체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동국대 총학생회장 안드레(27•남)씨는 "대학생들이 그동안 여유가 없는 생활, 스펙만 따지는 사회에 억눌려 있었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사회문제에 관심없던 게 아니다. 우리의 생각을 표출할 계기와 공간이 없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당장의 일보다 더 중요한 문제라는 공감대가 있다"고 밝혔다.

청계광장 인근에서 만난 47세 은행원 홍모씨는(남성) “외국에도 보도될 것 같아서 나왔다. 외국 사람들이 ‘국민들이 바보처럼 저런 대통령을 뽑았구나’라는 소리를 듣기 싫었다”며 “그래도 국민들은 다른 생각을 하는구나. 한국 국민들은 그래도 깨어있다고 생각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50세 직장인 안모씨(여성)는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역사를 바로세우는 데 일조하기 위해 나왔다”며 “사실 나를 포함해 국민들이 좀 늦게 나왔다고 생각한다. 진작에 국민들이 들고 일어났어야 한다. 그동안 얼마나 국민이 우습게 보이겠나. 마음대로 정국을 주물러도 가만히 있는데”라고 토로했다.

시민들은 야당의 대응에도 불만을 내비쳤다. 6시40분 경 광화문 광장 집회 사회를 맡은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문재인 전 대표, 추미애 민주당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등 야당 정치인들을 소개하며 “야당들도 퇴진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시민들이 “야당도 동참하라”고 외쳤다.

시민 안모씨는 “야당이 다 걸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렇게 조심조심 해 가지고는 안 된다. 다 버릴 각오를 하고 한 번 생즉사 사즉생으로 해야지 뭐가 그렇게 겁이 나는지 모르겠다”며 “이미 정권을 다 쥐었다고 생각하는 거 같은데 그렇게 해가지고 국민들 공감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추미애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지도부와 의원들은 4시40분경 청계광장에서 민주당 당원집회를 마치고 광화문 광장의 집회에 합류했다.

▲ 당원대회 참석한 문재인. 사진=문재인 전 대표 측 제공

80만명 시민들의 의식도 돋보였다. 광화문 광장에서 청계광장까지 모두 길이 막혀 이동이 어렵게되자 광화문 문화제 사회를 맡은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모두 한번 일어나 길을 만들자"며 "이동이 불편하신 분들, 화장실을 가고싶은 분들을 배려해 인권이 보장되는 시위를 만들자"고 말했고, 이에 수만명의 시민들이 일어나 길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