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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바랐던 노동조합, 꿈만 같습니다"

서울시립대 청소노동자조합 출범!

사진에 잘 보면 나도 있음. 그 날 '우리하나되어' 몸짓했음.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10121014044328

"그토록 바랐던 노동조합, 꿈만 같습니다"

[현장] 서울시립대 청소노조 출범

최하얀 기자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서울시립대학교. 연면적 20만2003㎡에 건물 총 39개. 학생 약 1만여 명과 교직원 720여 명이 이곳에서 생활한다. 제법 큰 규모의 캠퍼스다.

하지만 이 학교가 용역회사를 통해 간접 고용하고 있는 청소노동자는 고작 63명. 가장 큰 건물인 6층짜리 법학관에 있는 화장실 77칸을 단 한 명의 청소노동자가 맡는다. 종일 깨끗하게 유지하려면 잠시도 쉴 새가 없다. 눈 깜짝할 사이, 화장실 바닥은 물기가 흥건해지고 쓰레기통은 휴지로 넘쳐난다.

야간 근무는 새벽 2시가 되어서야 끝난다. 적은 월급에 택시 퇴근은 이들에겐 사치 그 이상이다. 그래서 어떤 노동자는 남편의 '무료 노동'을 빌리기도 한다. 60대 부부는 쓰레기 봉지와 빗자루를 나눠 들고 어두운 건물 속으로 흩어진다.

그리고 다시 아침 5시 반.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근무 시간보다 1시간 반이나 일찍 이들은 출근한다. 적은 인원으로 일을 끝마치려면 어쩔 수 없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유니폼을 갈아입으려 휴게실을 향한다. 그러나 휴게실은 '남녀 공용'. 일과는 좁은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으며 시작된다.

이처럼 턱없이 열악한 근로환경에 놓여 있던 서울시립대 청소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12일 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노조 출범식에서 이들은 더 이상 '투명인간'이 아니었다. 아무도 없을 때 쓸고 닦았던 대강당, 이번에는 이들이 '주인공'이 되어 무대에 섰다.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서울시립대학교. 연면적 20만2003㎡에 건물 총 39개. 학생 약 1만여 명과 교직원 720여 명이 이곳에서 생활한다. 제법 큰 규모의 캠퍼스다.

하지만 이 학교가 용역회사를 통해 간접 고용하고 있는 청소노동자는 고작 63명. 가장 큰 건물인 6층짜리 법학관에 있는 화장실 77칸을 단 한 명의 청소노동자가 맡는다. 종일 깨끗하게 유지하려면 잠시도 쉴 새가 없다. 눈 깜짝할 사이, 화장실 바닥은 물기가 흥건해지고 쓰레기통은 휴지로 넘쳐난다.

야간 근무는 새벽 2시가 되어서야 끝난다. 적은 월급에 택시 퇴근은 이들에겐 사치 그 이상이다. 그래서 어떤 노동자는 남편의 '무료 노동'을 빌리기도 한다. 60대 부부는 쓰레기 봉지와 빗자루를 나눠 들고 어두운 건물 속으로 흩어진다.

그리고 다시 아침 5시 반.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근무 시간보다 1시간 반이나 일찍 이들은 출근한다. 적은 인원으로 일을 끝마치려면 어쩔 수 없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유니폼을 갈아입으려 휴게실을 향한다. 그러나 휴게실은 '남녀 공용'. 일과는 좁은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으며 시작된다.

이처럼 턱없이 열악한 근로환경에 놓여 있던 서울시립대 청소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12일 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노조 출범식에서 이들은 더 이상 '투명인간'이 아니었다. 아무도 없을 때 쓸고 닦았던 대강당, 이번에는 이들이 '주인공'이 되어 무대에 섰다.

학교 직원이 나서 "자르겠다" 협박…자장면 한 그릇 사주고 공사현장 동원하기도

"그렇게 속으로만 바랐던 노동조합이 생기다니…. 모든 것이 꿈만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뭐가 그렇게 무서워서 노동조합 만들기를 주저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윤세현 서울시립대분회 분회장은 이렇게 말하며 학교와 용역회사의 일상적인 해고 위협을 털어놨다. 노조에 따르면 학교 총무과 청소담당반장 정 모씨는 수시로 "짤리고 싶냐, 재계약하지 않겠다"며 노동자들을 위협했다.

노조는 "올해 초 재계약 기간에는 몇몇 노동자들에게만 전화를 걸어 개별적으로 계약 여부를 통보했다"며 "노동자들은 자신에게 전화가 올 때까지 내내 불안에 떨었다"고 전했다.

불안 끝에 계약이 되더라도, 정 씨의 눈 밖에 나면 원치 않는 건물로 인사이동 되기 일쑤였다. 건물이 크고 유동인구가 많아 일이 특히 힘든 도서관, 법학관, 미래관은 청소노동자들 사이에서 '유배지'로 통한다.

서경지부 김진랑 조직차장은 "유배지로 가지 않기 위해서는 불만이 있어도 없는 척, 관리자의 비위를 맞춰야 했다"며 "강제 동원도 수차례 있었다"고 말했다.

일례로 지난 7월, 일부 노동자들은 석면을 막 뜯어낸 경상관 리모델링 현장에 동원됐다. 건물 안 집기를 밖으로 나르는 일을 하고 나서 받은 대가는 '자장면 한 그릇'이었다. 같은 시간, 다른 청소노동자들은 이들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두 배로 일을 해야 했다고 노조는 설명했다.

실태조사 나선 학생들, "남녀 공용 휴게실이라니…"

이 같은 일상적인 고용불안, 강제동원, 비인간적인 대우는 이 학교 학생들이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 실태조사'에 나서면서 알려졌다. 서울시립대 교지편집위원회 소속 학생들은 지난 5월부터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의 도움을 받아 네 차례에 걸쳐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교지 편집국장 이정현(25·환경공학부) 씨는 "청소노동자 휴게실을 처음 찾아갔을 때 정말 충격을 받았다"며 "예상한 것보다 훨씬 조건이 열악했다"고 말했다.

이 씨가 무엇보다 충격을 받은 것은 남녀 공용 휴게실이었다. 두 평 남짓 작은 휴게실을 남자 3명, 여자 1명이 같이 사용하고 있었던 것. 장성기 서경지부 사무국장은 "많은 대학의 청소노동자 휴게공간을 봤지만, 남녀 공용인 것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장 사무국장은 "어떤 건물에는 휴게실이 아예 없기도 하고, 휴게실이 있더라도 한 명이 다리를 펴고 앉기에도 좁은 경우도 있다"며 "준 공공기관인 시립대가 인권에 이렇게 무감각해도 되냐"고 따져 물었다.

노조 출범식할 거면 35만 원 내라는 '공립대'

노동조합을 만드는 과정은 험난했다. 이 씨는 "노동자들은 휴게실을 찾아간 학생들을 다급하게 쫓아내기도 했다"며 "실태조사에 응했다가 관리자들에게 해고 협박을 당할까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끈질긴 노력 끝에 용기 있는 노동자 몇 명이 나섰다. 부당한 대우에 대응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자는 목소리가 모였다. 지난달 초에 이르러서는 학내 거의 모든 청소노동자들이 실태조사에 답했다.

학교는 단속에 나섰다. 이 씨는 "지난달 14일 노동조합 설립을 위한 1차 노동자-학생 연대 모임 이후, 학교는 주동자를 잡아내는 데 여념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 씨에 따르면 학교 청소관리자는 동료들에게 모임을 제안한 청소노동자를 불러 "이제 네가 (해고) 리스트 1번"이라고 겁박했다.

공포가 조성됐다. 결국 지난달 20일로 예정됐던 2차 준비모임에는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학생들은 예정된 장소에서 노동자들을 기다리다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이 씨는 주동자로 찍혀 있던 청소노동자 윤명애 씨가 걱정이 돼 그를 찾아갔다. 불 꺼진 휴게실에서 윤 씨는 월급 통장을 넘겨보며 "괴롭힘 때문에 너무 힘들다. 사직서를 쓰고 싶다"고 한탄했다. 이 씨는 "그날 정말 많이 울었다"며 "노동조합 만드는 것은 '권리'라고 배웠다. 배움의 공간이라는 대학이 이래도 되냐"고 꼬집었다.

▲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서울시립대분회 간부들과 서울시립대학교 교지편집위원회 소속 학생들. ⓒ프레시안(최하얀)

학교는 노조 출범식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출범식을 몇 시간 앞둔 12일 아침, 학교는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사무실로 공문을 보냈다. 노조 출범식에 대강당을 쓰고 싶으면 35만 원의 대관료를 내라는 요구였다. 서울시립대는 외부단체가 학교 시설을 이용할 때 대관료를 지불토록 하고 있다.

1학년 학생 이정민(세무과·19)씨는 "학교를 8개월 다닌 나는 대강당을 쓸 수 있는데, 학교를 십수 년 쓸고 닦은 청소노동자들은 돈을 내야 한다니 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말했다. 장 사무국장은 "청소노동자들도 학생, 교수, 교직원과 함께 학교 구성원이라는 점을 서울시립대가 하루 빨리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는 결국 대강당을 무료로 내주기로 결정했다. 대관료를 계속 요구하면 학교 본관 앞 야외에서 출범식을 진행하겠다고 노조가 윽박지르고 나서다.

"박원순 서울시장, 다른 데 가서 차별철폐 얘기 말고 시립대부터 살펴야"

이 같은 상황들은 이 학교가 지자체가 운영·관리하는 '공립대'라는 면에서, 그리고 그 지자체인 서울시의 박원순 시장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꾸준히 공약해왔단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박 시장은 지난 3월 22일 서울시 공공부문 비정규직 무기계약직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박 시장은 이날 기자 설명회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사회통합과 미래발전은 없다"며 "서울시가 먼저 시작하고, 또 민간부문이 함께할 수 있도록 선도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시립대학교의 청소노동자들은 그의 시야에 들지 못한 모양새다. 서경지부 박명석 지부장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다른 데서 차별철폐 얘기 말고 시립대 문제부터 책임져야 한다"며 "공립대가 여타 기업들처럼 노동자 임금을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하는 데 절망을 느낀다"고 말했다.

노조 출범식에 참석한 경희대 청소노조 분회장 백영란 씨는 이날 서울시립대 청소노동자들을 향해 "여러분이 시장님한테 직접고용 해달라고 하세요. 그래야 우리 같은 사립대학교가 따라가요"라고 말했다. 박 시장이 지난 3월에 말한 그대로 말이다.

봇물 터진 청소노조 출범행렬 … 각계각층 인사 SNS 통해 "축하합니다"

이날 서울시립대 청소노조 출범식에는 고려대, 이화여대, 덕성여대, 동덕여대, 홍익대, 경희대, 한국예술종합대 등 서울지역 600여 명이 청소노동자들이 참석해 '환영'의 뜻을 전했다. 이외에 학자, 다른 노동자, 많은 학생들도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축하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한예종 박정애 분회장(지난달 12일 출범) : 서울시립대 덕분에 한 달 만에 막내를 벗어났네요. 노조 출범 후 한 달 동안 악독한 관리자를 교체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제 여러분도 노조를 만들었으니 훨씬 당당해질 겁니다.

경희대 백영란 분회장(지난해 9월 출범) : 그동안 관리자가 정말 무서웠지요? 조금 있으면 하나도 안 무서워집니다! 우리가 같이하니 이제는 외로움 끝! 걱정 끝!이에요.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이화여대 손종미 분회장(재작년 3월 출범) : 정치인들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하겠다고 해도 믿지 마십시요. 대선 후보들이 앞 다투어 우리를 찾아와도 다 생색내기입니다. 믿을 건 우리 스스로 뿐.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 탄압이 있는 곳엔 언제나 저항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이지요.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활동마저 용기가 필요한 세상이지만 그 용기가 결국 세상을 바꿀 것입니다. 시립대 청소노동자 노조의 첫걸음에 힘찬 박수를 보냅니다!

홍세화 진보신당 연대회의 상임대표 :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우리가 바라는 세상은 남이 대신 마련해주지 않습니다. 우리 자신이 만들어내야 합니다. 일터에서 종의 신세가 아닌 주인으로 살 권리를 우리 스스로 획득해야 하며 이를 위해 노동조합은 꼭 필요합니다. 앞으로 시립대 청소노동자조합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대학장 : 청소노동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곳이 좋은 사회입니다. 청소노동자들이 정당한 권리를 갖기 위한 활동은 우리 모두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첫걸음입니다. 서울시립대 청소노동자 노동조합의 출범을 축하합니다.

@kimraina : 청소노조 출범식 멋지게 하고 시립대에서도 청소노조 활동으로 노동자분들이 당당하고 활기차게 본인의 정당한 보수와 휴식 기타 인권보장 요구를 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파이팅!

IT산업노조 조합원 김덕수 : 노동해방 그날 위해 맞서 싸우는 청소노동자 동지들이 자랑스럽습니다! 함께 싸워 나갑시다!

실천문학사 : 청소노동자 문제에 많은 관심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하던 차에 서울시립대에서 좋은 소식이 있다니 기쁩니다. 대학 청소노동자에게 관심과 지지를! 정말 축하해요! 그들의 눈물, 빗자루는 알고 있다!

녹색당 노동의제모임 : 시립대 청소노동자들의 노조 결성을 축하합니다! 노동자에게 노동조합은 소리통입니다. 세상을 향해 서 자신의 권리를 당당히 외칠 수 있는 몸으로 만든 소리통입니다. 노동의 가치가 정당하게 평가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여러분의 노력에 녹색당도 함께하겠습니다!

프레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