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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 /단상

대한민국 보수의 세 가지 기둥

대한민국의 극우보수는 크게 세 가지 기둥을 토대로 살아남았다.

첫 번째는 보수언론과 지식인 및 관료집단, 국가기관, 정당 등의 연합으로 끊임없이 대중성을 갖춘 ‘새로운 정치권력’을 만들어내는 놀라운 재생산 능력이다. 보수와 진보의 이런 힘의 차이를 설명하는 말이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지난 2016년의 촛불혁명은 이 고리를 끊어내는 정치혁명이었다. 박근혜 정권은 “보수가 일을 잘하지” “그래도 보수가 좀 부패해도 능력 있지”라는 사람들의 믿음을 완전히 박살냈고 재생산에도 실패했다. (오죽하면 홍준표가 대선 후보고 김문수가 서울시장 후보다.) 그 결과 보수는 국민 다수의 지지를 상실했다. 80%의 국민이 대통령을 끌어내리는데 동의했고 80%가 (자한당이 아무리 난리쳐도)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한다.

두 번째 보수를 떠받치던 기둥은 냉전과 분단이다. 북한의 존재와 남북 간의 대립은 정치적 위기에 처해왔던 극우보수세력의 생명을 유지시키는 산소호흡기 같은 것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남북정상회담과 오늘 이어진 북미정상회담은 이 산소호흡기를 떼는 과정이다. (이제 갈 사람은 가라~) 과거 보수정당에 비해 지금의 자유한국당이 유난히 맥을 못 추는 이유는 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정치혁명에 이어, 극우보수의 기반이던 전쟁과 분단 상황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

이제 마지막 남은 기둥은 불평등, 넓게 말하면 경제문제다. 우린 이미 진보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보수가 다시 권력을 잡는다는 점을 매우 잘 알고 있다. CEO 대통령과 박정희의 딸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이유였다. 보수의 가장 단단한 기둥은 TK도, 노인층도 아니라 불평등이다.

진보정당의 역사적 과제는 이 마지막 기둥을 무너뜨리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난 이 역할을 못하면 진보정당은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노무현 정부에 실망했던 사람들이 민주노동당이 아니라 한나라당을 지지했던 과거를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정치혁명은 촛불시민들이 이루었다. 평화는 문재인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 이제 민생은, 진보정당이. 난 심상정 의원이 지방선거 유세에서 자주 했던 “평화는 문재인 대통령이, 민생은 정의당이 챙길 것”이라는 말에는 한 마디가 더 붙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못하면 우린 답이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