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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를 시작하면서 평등·공정·정의 사회 구현을 약속했다. 이전 정권에서 국민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한을 최서원(최순실)이 사사로이 사용했고, 그 과정에서 그의 딸이 학업·진로에 각종 특혜를 받은 점 등이 전 국민의 공분을 낳았던 만큼 문 대통령은 평등·공정한 정의사회 구현을 강조했고, 이는 국민의 간절한 바람이기도 했다.
이후 우리 사회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안타깝게도 지난 3년여의 세월 동안 우리 사회는 여러 ‘(불)공정’ 사안으로 신음했고 분열했다. 먼저 사회 고위층 카르텔을 통한 학력 부풀리기 논란을 초래한 이른바 ‘조국 사태’는 좋은 부모를(가) 두(되)지 못한 숱한 청년과 부모를 자괴감에 빠뜨렸다. 리처드 리브스가 책 『20 VS 80의 사회』에서 “부모는 아이가 잘살아가도록 도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할 권리를 갖지만 아이에게 ‘경쟁 우위’를 부여하기 위해 무언가를 할 권리는 없다. 내 아이가 잘사는 것이 아니라 내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잘 사는 것을 도우면 안 된다는 것이다. 자원이 유한한 사회에서는 한 아이의 상황이 향상되면 불가피하게 다른 아이의 상황이 악화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듯, 출발선 자체가 같을 순 없지만, 달리는 운동장의 기울기까지 다른 듯한 모습은 대중이 기대했던 ‘공정한 과정’과 거리가 멀었기에 그 후폭풍은 실로 대단했다. 또 해당 사안을 두고 조국 지지 세력과 반대 세력이 벌이는 ‘묻지마 지지(비판)’는 진영 다툼으로까지 번졌고, 그 안에서 논리와 상식에 기반한 공정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 외에도 손혜원 전 국회의원은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사적 이윤을 채우는 데 사용한 혐의로 1심 재판에서 실형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위안부 피해자를 돕는 활동가였던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업무상 횡령·사기·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여덟 개 죄목으로 기소됐다. 그간 위안부 피해자를 돕는 기관인 정의기억연대에 속해 ‘정의’를 외쳐왔던 터라 비리 혐의가 인정돼 기소됐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충격을 자아냈다. 누구보다 앞장서서 사회정의를 부르짖었고, 그런 모습이 긍정적으로 비쳤던 이들의 도덕적 해이와 위법 혐의는 보는 이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치우침 없는 공정한 법 기준을 적용해야 할 검찰도 공정성 시비에서 예외가 아니다. 다양한 사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진혜원 서울동부지검 부부장검사는 성범죄 가해 용의자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전직 서울시장 비서가 성추행 피해 사실을 폭로한 것을 두고 “(나는 과거에 이번 성추행 가해로 지목됐지만 존경하는 정치인에게) 달려가서 덥석 팔짱을 끼는 방법으로 추행했다. 페미니스트인 내가 추행했다고 말했으니 추행이다. 자수한다”며 성범죄 피해자의 주장을 비꼬는 듯한 글을 자신의 SNS에 공개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현직 검사가 수사가 완료되기도 전에 피해자 주장을 비아냥대며 용의자를 두둔하는 글을 공개했다는 점에서 온라인상에는 “저런 검사가 이번 사건 맡으면 과연 공정한 수사가 가능할까”라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이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아들의 병역 문제로 공정성 논란에 휘말렸다. 논란의 요지는 과거 추 장관이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였던(2017년) 당시 군 복무 중이던 아들 A씨가 특혜성 휴가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추 장관의 보좌관이 개입됐다는 것. 본래 특수 상황이 아니라면 부대 복귀 후 휴가 연장이 원칙이지만 A씨는 부대 복귀 없이 두 차례 휴가를 연장했고, 그 사이 보좌관과 군 관계자 사이에 세 차례 통화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이 크게 일었다. 비판 여론은 크게 두 갈래였는데, 하나는 ‘보좌관을 통한 특혜성 휴가’ 다른 하나는 ‘당 대표의 공적 업무를 지원하는 보좌관을 왜 집안일에까지 끌어들이냐’는 지적이었다. 특혜를 가르는 기준은 ‘일반 사병도 추 장관 아들처럼 전화 휴가를 받을 수 있느냐’인데, 실제로 국방부 민원실에 따르면 최근 전화 휴가 관련 문의가 크게 증가했다. 다만 지난달 28일 검찰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보좌관 개입이 없었다는 추 장관의 주장이 거짓으로 밝혀졌지만) 휴가 자체는 위법하지 않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사회비판가 박가분·조윤호는 책 『공정하지 않다』에서 “누군가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면 그것은 모두가 받아들일(수 있도록 공평하게 주어지는) ‘자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보수 우파의 세습과 불공정을 비판하는 청년 세대는) 진보 엘리트들의 무능과 위선 또한 용서하지 않는다. 오늘날의 불안정한 삶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하는 데 소심한 모습을 보인다면, 그건 결국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한쪽이 나쁜 놈들이라면 다른 한쪽은 위선자들이라는 게, 오늘날 기성세대를 바라보는 청년 세대의 관점”이라고 말한다.
국민이 체감하는 공정의 기준이 높아지면서 과거에 ‘에이~ 이 정도는 괜찮잖아’라고 했던 수많은 일이 이제는 ‘용납될 수 없는 일’이 됐다. 성인지감수성에 이어 공정인지감수성이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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