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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화되는 CJ대한통운 운송거부, 왜?

장기화되는 CJ대한통운 운송거부, 왜?

낮은 택배단가와 수수료, ‘과다경쟁’과 ‘비용 전가’라는 구조적 문제


CJ대한통운 택배기사들의 운송거부 사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4일 사측의 일방적인 패널티 제도 도입과 수수료 삭감에 항의하는 CJ대한통운 택배기사들 270여명이 운송거부에 돌입했고, 인천, 부천, 시화를 중심으로 시작됐던 운송거부가 전국으로 번지고, 1000여명이 넘는 택배기사들이 운송거부에 참여하면서 사태가 커지고 있다. 비대위는 현재 배송수수료 건당 950원으로 인상, 고객 불만시 부과하는 벌칙 폐지, 택배 물건의 파손·미배송 등에 대한 책임전가 금지, 보증보험·연대보증인제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아직 교섭에 나서지 않고 있다.

CJ대한통운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CJ대한통운이 CJ GLS와 통합하면서 880~950원이었던 수수료를 800~820원으로 인하하면서 비롯됐다. 최규영 비상대책위원회 홍보실장은 “현재 택배기사들은 건당 810원~820원의 배송 수수료를 받고 있다”며 “(수수료 인하과정에서) 소통이 아예 없었고 너무 일방적이었다”고 말했다.

패널티 제도도 문제다. 윤정학 비대위원장은 “CJ와 대한통운이 통합하면서 그때부터 사전 통보 없이 모든 문제의 책임을 기사들에게 전가하기 시작했다”도 밝혔다. 고객정보에 오류가 있거나 고객이 물건을 못 받아 콜센터에 전화하면 기사들에게 패널티 3만 원이 부과되고, 그 고객과 언쟁이 있을 경우 10만 원의 패널티가 부과된다. 물건이 없어질 경우, 원래는 각 지점에 있는 화물사고처리반이 원인을 찾아 해결하고는 했는데 이제는 택배기사들의 수수료에서 물건 값을 공제한다. 그 외 물품 파손, 분실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도 택배기사가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CJ와 대한통운이 통합하기 전에도 각종 패널티 제도는 있었지만, 통합 이후 그 부담이 더 커졌다는 것이다.

반면 사측은 수수료는 낮아졌지만 배송 생산성이 높아지고 물량도 더 많아졌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CJ대한통운은 회사 통합 과정에서 양사의 지역 거점(택배기사가 배송하는 구역을 나누는 기준)을 통합했다. 양사의 택배 기사 두 명이 맡았던 지역을 한 명에게 맡기고, 대신 지역거점의 수를 두 배로 늘렸다. 지역거점 수가 늘어나면서 택배기사가 배송하는 구역의 면적은 줄어들었지만 정해진 구역의 물량을 두 명이 아닌 한 명이 배송하기 때문에 물량은 늘어난다는 것이 사측의 설명이다.

최규영 비대위 홍보실장은 이에 대해 “물량이 늘어난다고 해도 배달하는 건 똑같다. 배달을 더 해야 돈을 더 받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시간은 정해져있고 하루에 배달할 수 있는 양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물량이 늘어난다고 해도 택배기사가 그만큼 배달량을 늘릴 수 없다는 것이다.

택배기사들의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이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문제의 근저에 지나치게 낮은 택배단가와 과다경쟁 구조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물가와 유가는 계속 올랐는데 배송수수료는 계속 동결되거나 인하되었다. 2000년 택배 업계 평균단가는 3500원이었는데, 2012년 평균단가는 2632원이다. 이 중 택배기사에게 돌아가는 몫은 800~900원 정도인데, 여기서 또 유류비, 보험료, 통신비 등이 빠진다. 미국 평균단가가 1만원, 일본이 7000원, 중국이 3300원 대라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의 택배단가는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다.

택배단가가 낮은 이유는 택배업체가 과다경쟁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택배사를 이용하는 기업들은 입찰을 통해 택배업체를 정하고, 택배업체는 저가 경쟁을 벌인다.

택배업체들이 저가 경쟁에 시달린다고 해서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거대 택배업체들이 과다경쟁을 이겨내고 이윤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을’의 위치에 있는 대리점이나 택배기사들에게 비용을 전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 비상대책위원회는 “CJ대한통운은 2012년 매출 6천249억 원, 영업이익 326억 원으로 지난 7년간 매출은 3.6배, 영업이익은 8배를 증가했지만 배송수수료는 계속 동결 내지 인하했다”고 밝혔다.

CJ대한통운 택배기사들과 함께 국회 기자회견을 진행한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실은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이번 CJ대한통운 사태는 갑을관계 사이에서 벌어지는 불공정거래의 문제”라며 이런 상황에서 “택배기사들은 특수고용직 노동자로 분류돼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사측과 교섭도 벌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