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노조 전리품”? 초과근무수당의 불편한 진실 | |
경제지들 통상임금 지키기 전면전… “낮은 기본급, 장시간 노동 강제하는 꼼수일 뿐”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일 미국 방문 도중에 통상임금 문제의 해법을 찾아보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 경제지들이 여론 몰이에 나섰다. 그동안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았던 상여금과 초과근무 수당, 육아수당 등이 강성 노조의 전리품일 뿐이라는 궤변도 등장했다. 법원이 잇따라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의 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데 대해 정면으로 반발하는 분위기다.
방하남 고용노동부장관은 19일 “최근의 논란은 상여금과 각종 수당의 증가 등 임금체계가 복잡해지는 가운데 통상임금 산입범위에 대한 (노동부의) 지침과 (법원의) 판례의 입장 차이에 따른 문제”라며 “노사정 협의를 통해 통상임금의 산입범위 판단기준을 명확히 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법원이 육아수당,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판결을 하는 동안 노동부는 88년에 만든 통상임금 산정지침을 그대로 고수해 왔다.
매일경제는 20일자 보도에서 “통상임금 논란의 뿌리는 복잡한 수당”이라며 현대차에는 각종 수당이 14개나 있고 농협의 경우도 수당의 종류가 13개나 된다는 점을 꼬집었다. 방하남 노동부 장관이 통상임금 문제를 언급하며 “임금체계의 합리적 개편이 요구 된다”고 덧붙인 것도 같은 문제의식으로 보인다.
매일경제는 복잡한 임금체계를 ‘강성노조의 전리품’이라 표현했다. 매일경제는 “노조 집행부마다 거의 하나씩의 수당을 신설한 셈”이라는 현대차 관계자의 말과 “교섭에서 추가적으로 얻어내는 것이 많을수록 집행부가 능력이 있다고 인정받는 구조가 문제”라는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의 말을 전했다.
또한 “이는 일부 여유가 있는 대기업의 강성노조가 사측을 압박해 얻어낸 결과일 뿐 모든 기업에 적용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현대차 같은 대기업의 강성노조가 각종 수당을 만들고, 기업 역시 초과근무수당과 퇴직금 등을 더 지불하지 않기 위해 이에 응하면서 복잡한 임금체계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 송영섭 법률원장은 “낮은 기본급에 많은 수당, 임금체계가 복잡한 건 맞다”면서도 “이는 기업이 근로기준법에 적시된 법적 수당을 회피하는 방안으로 상여금이나 각종 수당을 사용하면서 생긴 문제”라고 말했다. 기업이 초과근무수당이나 퇴직금 등을 더 주지 않기 위해 상여금이나 여타의 수당을 신설했고 이에 따라 노동자들이 상여금이나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자는 식으로 대응했다는 것이다. 이어 송 원장은 “노동자들은 울며겨자먹기로 임금체계를 복잡하게 만드는 기업의 요구를 수용했고 노동부는 이를 방치했다. 기업이 노사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김유선 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법원이 통상임금의 범위를 넓히는 식으로 제대로 된 판결을 했는데 노동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기업들이 복잡한 수당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상여금으로 기본급의 600~800%를 주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았고, 따라서 잔업수당을 적게 주면서 초과근로를 용이하게 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통상임금 문제를 심화시키는 ‘복잡한 임금체계’의 원인이 장시간 노동을 용이하게 시키려는 기업들에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은 박대통령의 ‘통상임금’ 발언이 나온 다음 날 논평을 내서 “그동안 사용자들은 관행적으로 상여금, 식비, 교통비 등의 명목으로 통상임금을 축소시키고 포괄역산제 등으로 소정근로시간을 늘려 결과적으로 일은 더 시키고 임금을 덜 주는 부당 노동행위를 자행”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왜곡된 임금체제와 장시간 노동이다. 한국 노동자들이 OECD 국가 중 최장 노동시간을 하고 있는 것은 바로 통상임금 범위처럼 전근대적이고 왜곡된 임금체계로 인하여 장시간 노동을 하지 않으면 적정임금을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이러한 맥락에서 고용노동부의 ‘노사정 대화’ 제안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속노조 송영섭 법률원장은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법원이 통상임금 범위를 넓히는 10~15년 동안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던 노동부가 이제 와서 개입하겠다는 것은 사법부 판단을 뒤집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역시 논평을 통해 “임금체계 개편이라는 명목으로 결국 통상임금의 범위를 좁히자는 옹색한 꼼수에 말려들 생각이 추호도 없다”며 노사정 대화에 참의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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