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결혼 허용하는 미국, 소수계 우대정책은 역행…왜? | ||||||||
“보수-진보 팽팽한 대법원 현실”…“소수 인종을 더 이상 소수자로 보지 않아” 미 연방대법원이 동성간의 결혼을 허용한 반면, 대학 입학시 소수계 인종에 대한 우대 정책을 지금보다 엄격하게 적용하기로 하는 등 소수자 관련 판결의 방향이 엇갈리는 결론을 내려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연방항소법원은 28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주의 동성결혼금지 관련 법조항은 즉시 해제된다”며 캘리포니아 주 헌법8조가 규정하고 있는 동성결혼 금지를 해제하고 동성애자들에게 혼인증명서를 발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러한 결정은 지난 26일 있었던 연방대법원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26일 “결혼은 이성 간 결합이라고 규정한 연방결혼법이 동성결혼 커플에 대해 세금, 보건, 주택 관련 혜택을 주지 않는 것은 자유권을 침해”한다며 연방결혼보호법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하고(위헌 찬성 5, 반대 4) 동성결혼을 막는 캘리포니아 주 정부 법 역시 동성결혼을 허용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미국 내 동성애자들은 즉각 환영의 입장을 표했다. 동성 결혼을 지지해 온 오바마 미 대통령 역시 “역사적 진전을 이룬 판결”이라며 “이 나라의 법은 국민이 마음속에 품고 있는 근본적인 진리를 따르고 있다. 모든 미국 국민이 동등하게 여겨질 때 우리는 더 자유로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연방대법원까지 동성애자의 권리를 인정하는 방향의 판결을 내림에 따라 미국 사회가 점점 더 소수자를 배려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모든 사안에 있어 그런 것은 아니다. 24일 미 연방대법원이 미 텍사스 대학의 소수계 우대 정책(affirmative action)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뉴올리언스 항소법원의 합헌 판결에 대해 “유지하되 엄격히 적용하라”며 재심리를 요구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소수계 우대정책이란 흑인 등 소수계 인종이 평등한 교육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대학에 입학할 때 우대받는 정책이다. 텍사스대학교는 신입생을 선발할 때 성적이 상위 10% 이내에 드는 학생들은 성적만 고려하고, 그 외 학생들은 성적 외 인종 등의 다른 요건을 고려해 선발했다. 텍사스 대학에 지원했다 떨어진 아비게일 노엘 피셔가 성적 상위 10%가 아니었던 자신이 떨어진 이유가 '피부가 하얗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러한 소수계 우대정책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같은 성적이었는데 백인인 자신은 떨어지고 흑인이나 히스패닉 학생들이 입학한 것이 ‘역차별’이라는 것이다. 25일 미국 연방대법원이 투표 권리법 4조가 위헌이라고 판결한 것도 비슷한 사례다. 투표 권리법이란 주 정부가 소수 인종의 투표권 행사를 어렵게 하는 선거법을 만들지 못하도록 선거법 개정시 연방 정부나 연방 법원의 승인을 받도록 한 법안이다. 지난해 앨라배마주 세실 카운티 당국이 “지방정부의 권한을 침해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고 연방대법원은 이 법이 인종 차별이 심했던 40년 전 만들어진 것으로 현실과 맞지 않는다며 찬성 5 반대 4로 위헌을 결정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법원이 매우 실망스러운 결정을 내렸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한편에서는 동성애자 등 소수자의 권리를 인정하는 법안을 내놓으면서, 또 다른 한편에서는 흑인이나 소수 인종에 대해서는 사회적 배려 정책을 없애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미국 연방대법원 내에서 진보와 보수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는 점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미 연방대법원 대법관 중 로버츠 대법원장을 비롯한 5명은 조지 부시와 로널드 레이건 등 공화당 정권 시절 임명된 대법관이며 나머지 네 명은 빌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등 민주당 정권 시절 임명된 대법관이다. 이들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한 두 명의 진보 성향 대법관이 보수 성향 대법관의 의견에 동조하거나, 한 두 명의 보수 성향 대법관이 진보 성향 대법관의 의견에 동조함에 따라 판결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연방결혼보호법은 앤서니 케네디(중도 보수) 대법관이 진보 성향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5-4로 위헌 결정이 났고, 투표권리법은 보수 성향 대법관 5인이 위헌 결정을, 진보 성향 대법관 4인이 합헌 결정을 하면서 위헌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동성결혼 허용과 소수계 우대정책을 다른 맥락에서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대 교수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소수계 우대정책은 임시조치로, 과거 흑인 등 소수인종에 대한 차별의 역사를 보상하는 측면으로 어차피 언젠가는 완화될 운명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동성애 관련된 부분은 미국에서 허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대세다“며 ”반면 소수 인종 차별 문제는 미국 내에서 어느 정도 해소된 면이 있기 때문에 이런 결정이 나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퓨리서치 센터의 2012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흑인들에게 인종차별이 최대 장애물이라고 답한 미국인은 23%에 그쳤다. 많은 미국인들이 소수 인종을 ‘소수자’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
'나의 글 > 기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무현 탄핵 사유 돌아보면 박근혜는 열번 탄핵해도 모자라 (0) | 2013.06.30 |
---|---|
국정원, NLL 대화록 ‘발췌’ 아닌 악의적 단어 바꿔치기 (0) | 2013.06.29 |
한경닷컴, ‘노무현 발언은 NLL 포기’ 설문조사 논란 (0) | 2013.06.28 |
김무성 발언으로 ‘총체적 부정선거’ 퍼즐 맞춰졌다 (0) | 2013.06.27 |
“힘 드리려 시작한 순례, 오히려 우리가 힘 받았다” (0) | 2013.06.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