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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이석기 ‘내란음모’ 기소하긴 했는데… “무리한 기소”

검찰, 이석기 ‘내란음모’ 기소하긴 했는데… “무리한 기소”

[뉴스분석] 녹취록 증거능력 논란에 반국가단체·이적단체 구성 혐의는 적용도 못해… “검찰, RO 실체규명 실패한 것”


검찰이 이석기의원을 내란혐의 및 선동,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에 이의원측 변호인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녹취록의 증거능력 문제 등을 지적하며 무리한 기소라고 비판하고 있다.

수원지검 김수남 검사장은 26일 2시 수원지방검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석기 의원이 물질적 기술적 준비를 지시하고 국가기간 시설 타격 등 폭동을 수행하기로 모의하여 내란선동 및 음모를 하였고 북에서는 모든 행위가 애국이고 남에서는 모든 행위가 반역이라는 취지로 발언하면서 북한 핵실험, 선군정치 등을 찬양하는 등 반국가단체의 활동을 찬양하거나 이에 동조하였으며 이적표현물을 다수 소지했다”며 기소 취지를 밝혔다.

김 검사장은 RO의 실체 및 주요활동에 대해서도 “2003년 8월 이석기의 가석방 출소를 전후하여 이석기 등 RO 조직원들은 선전선동 강화, 영도체계, 조직 보위, 사상 학습과 검열 등이 한층 강화된 새로운 형태의 지하혁명조직을 구성하였고 이 RO조직은 민혁당과 일정 연관성과 조직운영상에 유사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RO는 민혁당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대남투쟁 3대 과제인 자주, 민주, 통일을 활동목표로 설정하여 혁명의 결정적 시기에는 폭력에 의한 자유민주 질서 파괴를, 혁명의 준비기에는 사상, 학습, 실천 투쟁 등을 통해 조직을 관리하며 결정적 시기에 대비하는 등 궁극적으로 사회주의 혁명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한 녹취록에 등장하는 지난 5월 12일 회합 내용을 근거로 이석기와 RO 조직원들이 내란음모와 선동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김 검사장은 “RO 조직원들이 비밀리에 일사분란한 회합을 하고 총책 이석기가 전쟁 상황이라는 정세 판단 하에 물질적 기술적 준비를 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후 권역별로 통신, 철도, 유류 등 국가기간시설을 타격하는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모의했다”며 “국가기간시설에 대한 타격은 사회혼란을 획책하고 후방을 교란하는 행위로서 KT혜화지사, 평택LNG 기지 등을 그 방법으로 인터넷상 총기제조법, 폭탄제조 사이트를 지목한 점에 비춰 그 행위의 가능성과 위험성도 매우 크다”고 말했다. 김 검사장은 “주체사상과 대남혁명론 수행을 목표로 삼고 있는 조직원들이 사회혼란을 획책하는 행위는 체제의 변혁을 위한 것이므로 국헌문란 목적도 뚜렷하여 내란선동, 음모에 해당함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녹취록의 증거능력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에서 녹취록에 근거한 내란음모·선동죄 적용이 무리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주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검찰의 중간수사 발표에) 사실상 녹취록 이외의 내용은 없는 것 같다”며 “사주 받은 제보자가 제공한 녹취록은 증거로 쓰일 수 없기 때문에 증거능력이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이어 “녹취록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통일된 견해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며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했다”고 평가했다.

이광철 민변 변호사도 “녹취록을 녹음한 사람이 누구인지도 불분명하고, 또 그 사람이 법정에 나와서 증언을 할 수 있겠느냐”며 “녹취록의 증거능력이 성립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검찰이 내란음모죄를 빼지 않을까 했는데 무리하게 기소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칠준 통합진보당 공동변호인단장은 26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국정원은 3년 전부터 제보자와 함께해왔고, 따라서 5월 12일자 녹음은 국정원 사주에 의한 것”이라며 “사람을 도구로 이용한 녹음은 통신제한허가 조치위반”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녹취록에 증거능력이 있다 해도 녹취록 자체가 내란음모가 아니라는 증거”라고 반박했다. 그는 “내란음모란 국헌을 문란케 할 목적으로 한 폭동행위로, 누가 언제 무엇을 대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며 “하지만 녹취록 내용을 보면 이 날의 회합은 정세를 토론하는 자리이며 참여한 사람들 간에 인식차이도 존재 한다. 구체적으로 폭동행위를 모의한 자리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이 반국가단체 구성 혐의나 국가보안법 7조의 이적단체 규정을 적용하지 못한 것이 역시 무리한 기소의 반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이 RO를 이석기 의원을 총책으로 하는, 주체사상으로 무장한 지하혁명조직이라고 규정해놓고 정작 RO가 반국가단체나 이적단체인지 법적 판단을 못해 기소 내용에서 빼버렸기 때문이다.

김칠준 변호사는 “검찰의 논리대로라면 RO는 반국가단체이거나 이적단체인데 이를 기소하지 못했다”며 “검찰 스스로 조직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실패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민 변호사 역시 “반국가단체나 이적단체로 기소하지 못한 것은 검찰이 (RO의) 실체규명에 실패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