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명 살리려 9명 버리라고? 전교조 다 죽는 일”
[인터뷰]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 “부당 해고 보호 못하면 노조가 아니지… 조합원 대다수 동의할 것”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이 합법노조로 인정받은 지 15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지난 달 23일 고용노동부는 전교조에
‘해직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규약을 한 달 이내에 시정하지 않으면 설립을 취소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오는 23일까지
해직자를 노조로부터 배제하지 않으면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교조 지도부는 ‘박근혜 정권에 맞선 전면전’을 선포했다.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은 지난달 25일부터 시청광장에 천막을 치고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김 위원장은 단식농성을 시작한지 18일 되는 지난 13일, 시청광장 농성장에서 진행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9월 이전까지 박근혜 정부가 이런 식으로 나올 줄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국제기준에 근접한 방향으로 노동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혀 8월 교육부는 전교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노동부가 갑자기 해직자를 배제하지 않으면 법외노조가 될 수 있다고 최후통첩을 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궁지에 몰린 박근혜 정부가 전교조 탄압을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가 국정원 개혁 요구와 역사교과서
문제, 그리고 50여 개의 공약 파기로 여론이 안 좋아지는 국면을 대화와 소통이 아니라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며 “노동과는 소통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전교조 조합원 6만 명 가운데 정부가 문제 삼은 조합원은 9명 뿐이다. 일각에서는 6만 명을 위해 9명을 희생하는 것이
실리에 맞지 않냐고 말한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해직자 9명은 대부분 사립학교 민주화를 위해 사학재단 부패를 고발했던
교사들, 정치적 기본권이나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고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투쟁했던 교사들”이라며 “노조가 공적활동을 하다 부당하게
해고당한 이들을 보호할 수 없다면 그 때부터 노조는 노조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또한 “사용자(국가)에 의해 한 번
죽은 노동자들을 규약에서 배제해 두 번 죽게 할 수는 없다”며 “해직자를 배제하면 앞으로 교사들이 앞장서서 학교 민주화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싸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전교조의 생명력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정권만 ‘전교조 때리기’에 앞장서는 것은 아니다. 보수언론와 일부 보수시민단체에게 전교조는 좋은 먹잇감이다. 보수진영은 교육감
선거 때 진보진영의 후보를 ‘전교조 후보’라고 비난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전교조는 특별한 행동을 하지
않아도 늘 공격 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교조는 과격한 행동을 한 적이 없다. 전교조가 어디 가서 돌멩이를 던졌나, 몽둥이를
들었나, 아니면 점거투쟁을 했나”며 “그런데도 항상 전교조가 표적이 되는 이유는 교육이라는 장이 매우 중요한 영역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전교조가 교육의 장에서 민주주의를 가르치고 인권을 가르치고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고 있으며,
극우보수세력은 그 부분을 무너뜨려야 자기들이 생존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며 “박근혜 정권의 탄압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교원평가제 등을 들어 전교조가 참교육 투쟁이 아닌 ‘밥그릇 투쟁’을 하고 있다는 보수진영의 비판에 대해 김 위원장은 “전교조가
지금까지 월급 올려달라고 투쟁하는 거 봤냐”고 반문했다. 김 위원장은 “전교조는 촌지 안 받기 운동과 학교 내 재정을 투명하게
만드는 운동에 앞장섰고 강제야자 반대 등 과열된 입시경쟁 교육에 반대해왔다”며 “청소년운동과 학부모 운동과 연대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교원평가제에 대한 반대는 일제고사로 대표되는 수직적 서열평가와 성과급으로 표현되는 평가제도, 학교평가로
대표되는 학교 서열화 정책, 이 세 가지가 맞물려 있는 경쟁적 평가제도에 대한 반대 투쟁”이라며 “이것을 깨뜨리지 않으면 성적
때문에 자살하는 학생들은 줄어들지 않고, 학교도 정상화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경쟁체제가 없어지지 않는 한 아이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입시체제는 계속될 것이고, 교원평가제가 이러한 경쟁체제의 한 축이기 때문에 반대했다는 것이다.
보수 진영의 전교조 때리기와는 별개로, 전교조가 위기라는 지적도 있다. 전교조 조합원은 2006년 9만 명에서 현재 6만 명으로
감소했고, 젊은 교사들이 전교조에 잘 가입하지 않는 문제 때문이다. 비정규직 교원이나 시간제 교사 등을 포괄하지 못하는 등
전교조가 교사들을 대표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다.
김정훈 위원장은 “서열화 된 대학 체제와 경쟁시스템 하에서 취업준비생으로 살고 있는 젊은 세대는 사회적 관심으로부터 배제돼
있다”며 “이 불안의 관문을 통과한 신세대 교사가 조직 활동에 주저하는 현상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젊은 세대가 대학에서
동아리 활동을 잘 하지 않는 현상과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하지만 그 와중에도 진정한 선생님으로 살고 싶다며
전교조에 가입하는 젊은 교사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전교조 내 젊은 교사(20대~30대 초반)의 비중은
20%를 웃도는 수준이다.
조합원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김 위원장은 “2006년 조합원 수가 약 9만 7000명이었는데 이명박 정권 들어서 각종
시국선언 및 정당후원, 일제교사 투쟁 등을 이유로 해직 등의 탄압이 가해졌다. 조합원 수가 줄어드는 데 어쩔 수 없는 면이
있었다”며 “하지만 지난 6월 이후 감소세가 멈췄고 7월부터 증가하기 시작했다. 전교조에 대한 탄압이 오히려 조직을 단단하게
해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전교조가 교사 전체를 포괄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법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교원노조특별법 2조에
따르면 현직 교사만 교원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교원노조법을 개정해 교원자격증을 가진 교사는 누구나 교원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그래야 전교조가 기간제 교사, 시간제 교사, 해직 교사, 구직자를 포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교조 투쟁의 첫 번째 분수령은 16일~18일로 예정된 조합원 총투표이다. 조합원 총투표에 따라 전교조가 해직자 배제 규약을
시정할지 박근혜 정부와 전면전을 벌일지가 결정된다. 김 위원장은 “조합원들이 현실적인 고민을 하고 있겠지만 전교조가 해직자를 안고
가야한다는 데 조합원 대다수가 동의할 것이라 믿는다”며 “총투표 이후 19일부터 전교조 지키기 공대위를 결성한 뒤 전 조합원
상경투쟁을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위원장은 “설사 조합원들이 규약 시정을 결정한다 해도 노조법·교원노조법 개정을
비롯해 교육이 가능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라며 “박근혜 정권의 민주주의 파괴에 대응해 민주진보진영이 함께하는
민주주의 회복운동에도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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