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글 /기사

'발연기' 이연희, ‘미스코리아’에선 달라졌나

'발연기' 이연희, ‘미스코리아’에선 달라졌나

부잣집 철없는 말괄량이역은 실패… 전작과 다른 캐릭터, “이제야 좋은 작품 만났다”

MBC 드라마 <미스코리아>에서 미스코리아 지망생 오지영 역할을 맡은 배우 이연희가 꼬리표처럼 달고 다니던 ‘연기력 논란’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연희는 데뷔 초부터 ‘외모’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출연하는 작품마다 연기력 논란에 시달렸다. ‘난 슬플 때 학춤을 춰’(에덴의 동쪽) ‘니나니뇨’(파라다이스)는 ‘이연희 표 발연기’의 대표 사례다. 포탈에 이연희를 검색하면 ‘이연희 연기력’ ‘이연희 연기 레전드’ ‘이연희 연기력에 분노한 감독님’ 등이 연관 검색어로 뜬다. 그래서 이연희에게는 ‘예쁘지만 연기는 못하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그런 이연희가 MBC드라마 ‘미스코리아’를 통해 재평가를 받고 있다. 이연희는 드라마 미스코리아에서 뛰어난 미모를 가졌지만 엘리베이터 걸로 퍽퍽한 삶을 살아가는 미스코리아 지망생 오지영 역할을 맡아 극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그가 주연을 맡았던 전작들과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유독 연기력 논란이 없다.

   
▲ 8일자 MBC ‘라디오스타’ 갈무리
 
이연희가 맡은 오지영 역이 만만한 역할도 아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CCTV를 피해 몰래 달걀을 먹는 장면이나 화장이 다 번진 채로 화를 내는 장면, 자신을 미스코리아로 만들어주겠다는 남자 주인공 형준(이선균 역)을 매몰차게 쫓아내고 서럽게 우는 장면 등 이연희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전 애인 형준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복잡 미묘한 감정과 미스코리아가 되어 출세하고자 하는 욕망, 작은 가슴으로 인한 콤플렉스 등 표현해야 하는 감정선도 복잡하다. 그런데도 연기력 논란은 사라졌다.

연기력 논란이 사라진 이유는 1차적으로 배우의 연기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연희의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한 연예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연희 본인의 노력이 우선 했다. 그간 꾸준히 노력하며 연기를 보완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연기력 논란이 해소된 것이 캐릭터나 작품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덕현 평론가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연기력 논란의 1차적인 책임은 연기자에게 있지만 작품이나 캐릭터, 배우의 연기를 끄집어내는 연출 등도 중요하다”며 “배우는 좋은 작품을 만나면 연기자가 자신의 좋은 면을 끌어낼 수 있고, 이연희는 이번 작품(미스코리아)에서 좋은 캐릭터와 좋은 연출을 만났다. 이연희가 도약할 기회”라고 평가했다.

미스코리아의 오지영 역이 이연희와 닮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덕현 평론가는 “예쁜 엘리베이터 걸에서 미스코리아가 되려고 하는 욕망을 품고, 이를 위해 노력하는 오지영의 모습은 예쁜 외모로 CF 등에서 화제를 몰다 연기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들어오고, ‘예쁘지만 연기 못한다’는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노력하는 이연희와 닮았다”고 말했다. 이승한 TV평론가는 “이연희는 자신이 연기를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해야 하는 배우이며, 미스코리아의 오지영은 고졸에 빽도 없는 엘리베이터 걸이지만 자신이 쓸모 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미스코리아에 도전 한다”고 밝혔다.

   
▲ 8일자 MBC ‘라디오스타’ 갈무리.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이연희는 연기력 논란에 대해 “상처가 되기도 했지만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이승한 평론가는 또한 “이연희의 귀엽고 예쁜 이미지를 이용하고, 버르장 머리없는 부잣집 아가씨나 철없는 말괄량이 역할만 반복하게 만든 드라마는 성공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미스코리아’의 경우 회상씬 등에서 이연희가 가진 뻔한 이미지를 활용하면서도 전작과는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줬다”고 분석했다.

정덕현 평론가 역시 “이연희의 전작은 이연희가 가진 기존 이미지만 반복한 반면 미스코리아는 이연희 가지고 있는 다른 이미지를 끄집어냈다”며 “연기는 억지로 시킨다고 잘하는 것이 아니다. 배우 내면의 연기를 끌어내는 좋은 연출이 주요하게 작용했다”고 밝혔다.

상대 배우나 감독의 역할이 작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덕현 평론가는 “상대배역인 이선균은 본인은 못 뜨더라도 주변인물은 띄워주는, 분위기를 잘 맞춰주는 역할”이라고 평가했다. 이승한 평론가는 “이선균은 일상적인 연기를 잘하면서도 지나치게 색깔이 진하지 않아 여배우들이 뛰어노는 공간을 만들어준다”며 “권석장 PD는 배우들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데 능한 감독이다. 이연희의 전작 ‘구가의 서’를 보고 ‘훈련시키면 좋은 배우 되겠다’며 캐스팅했다고 하는데, 이연희가 배역과도 잘 맞고 좋은 트레이너도 만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