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청와대 소송 피하려고 단독보도 뒤집었나
노조 “사실이 아닌 청와대, 김기춘, 소송 등 압력에 졌다”…온라인에서도 기사 모두 삭제
국민일보가 청와대와 소송 진행 중인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 면담 거부’ 단독보도를 정면으로 뒤집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에 대해 청와대와의 소송을 피하기 위해 단독보도를 뒤집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국민일보는 5일 2면 기사 <진영 前 복지장관 면담 요청, 청와대 거부 없었다>를 통해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부의 기초연금안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을 신청했다가 청와대 비서실로부터 거절당했다는 국민일보 2013년 10월 4일자
보도와 관련, 청와대가 밝힌 정황과 여러 증거를 종합한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국민일보는 “진 전 장관의 면담 요청을 김기춘 비서실장이 묵살해다는 대목은 사실무근으로 확인됐다”며 “최원영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이
진 전 장관을 배제한 채 복지부 내 기초연금 정책을 담당하는 실‧국에 직접 지시해 만든 국민연금 연계안을 마치 장관 동의를 받은
것처럼 박 대통령에게 ‘허위 보고’했다는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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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5일자 국민일보 2면 |
청와대는 이 보도가 사실무근이라며 10월 17일 서울남부지법에 정정보도 청구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청와대가 언론 보도와 관련해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첫 사례였고, 언론중재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소송으로 이어졌다는 점도 이례적이었다. 예정대로라면 2월 중으로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 관련한 변론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민일보가 단독보도를 정면으로 뒤집는 기사를 내보내면서 그 배경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일보는 당시 근거가 탄탄하고, 반론권도 보장했다며 당당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소송을 담당한 허윤 변호사도 지난 12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청와대의 소송은) 권력이 언론에 감시와 견제를 받지 않겠다는 생각”이라며 “우리는 보도가 진실이라고 믿고, 취재기자도 복수의 팩트 체크를 했다. 진실을 썼는데 손해배상에 정정보도까지 청구하는 것은 언론이기를 포기하라는 요구로 언론사 입장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입장이 갑자기 뒤바뀐 이유에 대해 청와대와의 소송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의혹이 나온다. 전국언론노조 국민일보‧씨티에스지부는 5일 대자보를 붙여 “정치부 등을 통해 기사가 나간 배경을 들어보니 이 기사는 청와대가 ‘진영 파동’ 기사를 상대로 제기한 정정보도 청구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종료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됐다”며 “소송의 대상이 된 기사를 우리 스스로 오보라고 밝혔으니 청와대가 소송을 유지할 이유가 없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소송전이 진행되던 와중 국민일보와 청와대의 협상이 있었고, 소송을 종료시키기 위해 국민일보가 기사를 통해 오보를 인정하는 방식을 수용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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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4일자 국민일보 1면 |
국민일보 노조는 “(기사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고 확인됐다는 데 기자가 이를 어떻게 밝히고 확인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며
“우리 기사를 우리 스스로 검증한 결과 오보로 판정한 것인데 그 태도가 너무나 쿨해서 기이할 정도”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또한 “이번 기사가 사실에 진 결과였다면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기사는 사실에 진 게 아니라 청와대,
김기춘, 소송 등 압력에 진 결과로 나온 것이라는 게 분명해지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소송은 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언론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품위조차 내다버렸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 강조했다. 국민일보의 한 기자 역시 “협상을 할
수는 있지만 언론이 자신의 보도를 스스로 사실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건 너무 굴욕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재 국민일보 홈페이지에서는 10월 4일 보도된 기사 <‘不通 청와대’ 진영 파동 불렀다>와 <청와대 비서실에 막혀 식물장관 무력감…사퇴 항명> 모두 삭제된 상태다.
이날 보도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김명호 국민일보 편집국장에게 여러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소송을 맡았던 허윤 변호사는 “말씀드리기 애매하다”며 “회사의 정책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 생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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