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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짝’ 출연자 사망 기사 120개 쏟아낸 조선닷컴

SBS ‘짝’ 출연자 사망 기사 120개 쏟아낸 조선닷컴

인터넷 매체 어뷰징 기사 1500개 쏟아져…“공해 수준의 기사들, 무의미한 경쟁”

지난 5일 SBS 교양프로그램 <짝>에 출연한 여성 출연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5일과 6일 관련 검색어가 네이버와 다음 등 검색엔진 상위에 랭크됐다. 이에 따라 인터넷 언론들의 어뷰징 기사도 쏟아졌다.

6일 오전 9시 기준으로 네이버에 올라온 SBS <짝> 출연자 사망 관련 기사는 약 1560개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한 여성 출연자가 목을 매달아 숨진 채 발견됐으며 자살로 추정되고, “엄마 아빠 미안해”라는 유서를 남겼다는 정도다. 사망한 출연자가 남성의 선택을 받지 못해 우울해했다는 주변인들의 증언 정도가 추가적으로 드러난 상황이다.

하지만 인터넷 언론들은 비슷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수십 수백 개씩 쏟아냈다. 인터넷 언론들은 팩트를 잘게 쪼개 기사를 여러 개 만들어내는 방식을 사용했다. “SBS 짝 출연자 사망” “유서 살펴보니…” “유서엔 특정인 언급 없었다” “유서에 ‘제작진이 배려해줬다’고 남겨…” “유서엔 ‘엄마 아빠 미안해’” “사망 전 CCTV 내용은?” “제작진, 촬영분 전량 폐기” “3월 5일 방송도 결방 결정” “폐지 주장까지 나와” “폐지는 아직 일러…수사 지켜볼 것” “5시 30분 중간수사 발표 예정” 등등 기사 하나에 담아도 충분한 팩트들을수십, 수백 개의 기사로 나뉘어 포털로 전송했다.

이런 기사가 쏟아지는 이유는 ‘어뷰징’ 때문이다. SBS <짝>이 인기 검색어에 오르면서 네이버나 다음에서 검색어를 통해 기사를 찾는 누리꾼들의 클릭 수를 유도하기 위해 내용이 비슷한 기사들을 여러 개 쏟아내는 것이다.

조선일보의 인터넷 뉴스인 조선닷컴에는 5일과 6일(오전 9시 기준) 약 120개의 관련 기사가 올라왔다. 5일 오후 2시 경 조선닷컴에는 <짝, 여성 출연자 죽음에 시청자 게시판에 “민폐 쩐다, 집에 가서 죽던가”>라는 기사가 올라왔다. 시청자 게시판에 악플이 올라왔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10분 뒤 <짝, 애정촌에서 여자 출연자 목 매 사망…시청자 “민폐 쩐다”>는 제목의 같은 기사가 올라온다. 두 시간 뒤 <짝, 죽은 여자 출연자에 시청자들 “집에 가서 죽던가” 막말 일색>, 다시 한 시간 뒤 <짝, 출연자 변사체에도 시청자들은 “민폐 쩐다” 막말 퍼부어>라는 기사가 올라왔다. 같은 내용의 기사가 제목만 바뀐 채 올라온 것이다.

   
▲ 조선닷컴 기사들.
검색어를 의식한 ‘낚시성’ 기사도 적지 않았다. MBN은 5일 <SBS 짝 여성 출연자 사망 유서, “남자 언급있어…” 진실 공방 벌어지나>라는 기사를 올렸다. 하지만 기사에는 남자에 관한 이야기도, 진실 공방에 관한 이야기도 없다. 스포츠서울은 <‘짝’ 여성 출연자 사망, ‘왕따 당했나?’ 유서 보니…>라는 기사를 올렸지만 기사에는 왕따 관련된 내용이 전혀 없다.

조선닷컴은 5일 <짝 여성 출연자 사망...동료 남성 출연자 중 의사 있었다, 근데 왜?>라는 기사를 올렸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이지만 의사가 사망한 여성에게 응급조치를 취했으나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는, 다른 기사에도 이미 다 나오는 내용이다.

OSEN은 5일 단독기사 <‘앙돌’, 오늘(5일) ‘짝’ 패러디 또 등장..‘시기 절묘’>를 내보냈다. “SBS <짝>의 여성 출연자가 5일 제주도 녹화 도중 자살한 채 발견된 가운데 MBC 수목드라마 <앙큼한 돌싱녀>가 이를 패러디한 내용을 담고 있어 절묘하다”는 내용이다. OSEN는 이어 <출연자 사망사고 결방 ‘짝’, ‘앙돌’에서 계속됐다>에서 “출연자 사망 사건으로 결방된 SBS 교양프로그램 '짝'이 MBC 수목드라마 <앙큼한 돌싱녀>를 통해 방송됐다”고 전했다. <짝> 관련 검색어가 계속 상위에 랭크되자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안을 연결시킨 것으로 보인다.

   
▲ MBN 인터넷 홈페이지 갈무리

최진순 건국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한국경제신문 기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사건이 터졌다는 내용의 1신, 그리고 저녁쯤에 종합 기사 하나 올리면 충분한데 기사의 총량이 지나치게 많다. 공해 수준”이라며 “이용자들 입장에서도 언론사 입장에서도 사회적 낭비”라고 말했다. 최 기자는 “쏟아진 기사들은 변별력 있는 내용과 형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 포털이 무가치한 트래픽을 위한 허브가 되고 있다”며 “이런 서비스 환경은 누구에게도 유익하지 않으며 뉴스 이용자들에게는 몹쓸 짓이다. 이 문제에 대한 이해 주체들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 기자는 “이런 어뷰징을 주도하는 온라인 뉴스룸이 중장기적인 매체 경쟁력에 보탬이 될 수 있을지 내부의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 이렇게 무의미한 경쟁을 그대로 두고 탈 포탈, 뉴스유료화 등 어떤 새로운 시도도 무의미하다”며 “뿐만 아니라 좋은 뉴스를 능동적으로 찾아내고 선별하는 이용자 상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