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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으라’ 해서 죽었는데 또 가만히 있으라?”

“‘가만히 있으라’ 해서 죽었는데 또 가만히 있으라?”

인권·언론·교육단체들, 세월호 관련 표현의 자유 침해·보도 통제 중단 촉구하는 기자회견 열어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에 여러 가지 논란거리와 의제를 던졌다. 그 중 하나가 세월호 참사 수습과정에서 정부가 보여준 ‘보도통제’와 ‘표현의 자유’ 침해다.

인권·언론·교육시민단체들은 12일 오전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지금 온 힘을 다하여 해야 할 일은 언론의 보도 통제와 표현의 자유 탄압이 아니라 진정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고 주장했다. 이 날 기자회견은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권단체연석회의 등이 주최했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 관련해 SNS에 올라오는 ‘유언비어’에 강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여론 통제’라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달 18일 검·경 합동수사부가 SNS 상의 괴담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교육부와 부산시교육청 등도 SNS 상의 유언비어를 처벌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트 활동가는 “구조와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에는 무능한 정부가 시민들이 재발방지와 진상규명을 위해 올리는 글은 검열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시민들에 대해서는 채증과 감시를 일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 활동가는 “정부는 사고 발생 후 ‘허위사실 유포’를 엄단하겠다며 80여 건을 조치했다고 했지만 대부분 법적 근거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장 활동가는 “그 글 대부분이 해경과 현장책임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삭제됐다. 물론 허위사실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지금 해경의 명예를 회복하는 데 뭐가 그리 급한가”라며 “우리는 더 많이 말해야하고, 더 많이 분노하고 더 많이 슬퍼해야 한다.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과 중단, 그리고 검열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교사와 학생들은 정부의 ‘여론 통제’의 직접적인 타켓이 됐다. 교육부는 각 학교에 교사들의 세월호 관련 집회 참석과 SNS ‘유언비어’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공문을 보내고, 학생들 역시 유언비어를 퍼트릴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는 공문을 보냈다. 김정훈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은 “정권과 경찰이 유언비어라고 규정하면 유언비어인가. 정부가 할 일은 공포정치로 일관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 의심에 대해 진실을 밝히고 해명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동료와 제자들을 잃은 교사들이 미안함과 분노에 이 사건의 책임을 묻는 글을 SNS에 게재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글 내려라’ ‘왜 올렸냐’는 추궁이었다”며 “국민 모두가 슬퍼하는 와중에 국가가 한다는 일이 고작 국민들의 입을 틀어막고 당사자인 교사와 학생들의 입을 막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또한 “세월호 참사가 원인과 해결방안에 대해 필요한 건 토론과 소통”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언론통제’도 논란이 됐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 조정·통제’라는 문구가 담긴 문서를 만들었다가 비판을 받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강성남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정부가 유언비어를 유포하면 엄벌하겠다고 말하는 데, 이 이야기를 듣고 유신정권 시절 긴급조치 안에 있던 유언비어 유포죄가 떠올랐다”며 “정부는 합리적 의심조차 입 다물라 하고, 언론은 정부가 발표하는 대로만 전달하라고 한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KBS (김시곤) 보도국장이 고백했듯이 정권은 공영방송 사장을 통해서, 사장은 보도국장을 통해, 보도국장은 언론노동자들을 통해 이를 실천한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집회·시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진도체육관과 팽목항에 사복경찰을 배치해 실종자 가족들을 감시하고, 이들이 청와대로 가려고 하자 이를 막아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경찰은 항의방문을 위해 KBS를 찾은 유가족들을 막아섰고, 유가족들이 청와대 앞의 청운동사무소로 향하자 이들을 3중으로 둘러쌌다.

랑희 인권단체연석회의 활동가는 “공권력이 국민의 안전이 아닌 권력을 지키는 방패막이로 기능하고 있다. 집회·시위의 권리는 권력을 견제하고 민주적 사회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며 “우리는 사회적 구성원으로서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 집회·시위의 권리를 요구해야 하며 이 권리를 통해 유가족들과 함께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가만히 있으라’고 해서 죽었다. 그런데 지금도 정부는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 알려고도 하지 말고 모이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며, 애통해하지도 말라고 한다”며 “정부와 경찰은 세월호 사건에 대한 언론과 시민들 비판의 목소리를 감시하고 탄압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