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울자 같이 눈물 흘린 보수언론
공정선거보도감시단 14차 보고서…“보수언론, 상사병도 심하면 치료 받아야”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 도중 눈물을 흘리자 보수언론들이 ‘진정성’과 ‘의지’를 강조하며 열광했다는
내용의 공정선거보도감시단 보고서가 나왔다.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은 지난 2월 24일 지방선거 D-100일을 맞아 민주언론시민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주도로 출범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9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 몇몇의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흘렸다. TV조선과 채널A의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은
‘대통령의 눈물’로 도배됐다. 당일 TV조선과 채널A 뉴스는 카메라 줌인으로 ‘대통령의 눈물’을 화면 가득히 채워 내보냈다.
TV조선 <대국민담화 국면 전환 계기 될 수 있을까> 꼭지에서 배성규 기자는 “대통령의 눈물입니다. 이번 눈물이 좀
일반적인 눈물과 다른 게 있어요” “같이 공감하는 상황에서 울었기 때문에 나 혼자 운게 아니라, 슬픔을 참으면서 말을 하면서
눈물을 줄줄 흘렸단 말이에요. 뭔가 강인한 눈물이다” 등 대통령의 눈물에 해석을 보태며 의미를 부각하려 애썼다.
시사토크 프로그램은 더욱 가관이었다. 19일 채널 A <시사병법> 사회자 정용관 씨는 오프닝멘트에서 “누구도 겪어보기
힘든, 그래서 더 감당하기 힘든 인생의 역경이 많았던 대통령, 그래서 더 꿋꿋하고 강인해져야만 했던 대통령이 오늘은 눈물을 참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후 이 프로그램은 ‘어머니를 흉탄에 잃고도, 아버지를 황망히 떠나보낼 때도, 면도칼로 테러를 당해도 눈물을
보이지 않던 대통령이 울었다’는 영상과 자막을 내보냈다.
![]() |
||
▲ 19일자 채널A ‘시사병법’ 갈무리 |
같은 날 TV조선 <저격수다>에서도 출연자들은 입을 모아 박 대통령의 눈물에 주목했다. “대통령 목소리가 많이 갈라졌다. 얼굴도 상하고, 끝가지 문구 하나하나를 고심하고 직접 의견을 넣으려고 노력을 많이 하셨다” “많은 국민들이 대통령을 보고 함께 울지 않았을까” “대통령은 아버지를 총탄에 잃고 그 피 묻은 와이셔츠를 빨면서 눈물을 너무 많이 흘리셔가지고 그 뒤에 흘릴 눈물이 없다고 하셨는데, 오늘 이렇게 눈물을 흘리시는 모습을 보면서 그 마음이 얼마나 애잔했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 “다섯 번이나 사과한 대통령에게 또 뭘 더 문제제기를 하고 뭘 해라 이런 부분은 좀 과한 것” 등 대통령을 감싸기에 바빴다.
신문도 이에 뒤질세라 대통령의 눈물에 찬사를 늘어놓았다. 보고서는 “(대통령의 눈물에) 과도한 의미 부여를 하거나 폄훼하는 등 기자 개인의 주관, 가치가 들어가는 순간 공정하지 못하고 의도성이 드러난다”며 “이런 측면에서 조선, 중앙, 동아, 문화일보의 관련 기사는 한 마디로 종이 아까울 정도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20일자 동아일보 <횡설수설 : 얼음공주의 눈물>은 제목 그대로 횡설수설이었다. 송평인 논설위원은 역대 대통령이 흘렸던 눈물은 “위엄있는 행동이 아니었다”면서 유독 박 대통령의 눈물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했다. 송 위원은 “자신의 구명조끼마저 벗어주고 희생된 학생과 승무원 얘기를 하다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보였는데 여기에까지 정치적 효과 만점의 눈물을 구사한 것이라느니 분석하는 사람은 정나미가 떨어진다” “한국은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에서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았다고 해서 칭찬은 고사하고 ‘아이를 안 키워봐서’, ‘감정이 메마른 얼음공주여서’ 그렇다느니 비난받는 나라”라며 박 대통령을 감싸주었다.
![]() |
||
▲ 20일자 동아일보 31면 |
조선일보의 김광일 논설위원은 20일 칼럼에서 “그런 ‘달기똥’(닭똥) 눈물은 참 오랜만에 봤다. 스스로는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것도 모르는 것 같았다”고 평가했다. 박학용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21일자 칼럼에서 박 대통령이 당선 다음날 박정희 전 대통령
내외의 현충원 묘소 참배시 차분했던 모습을 보고 “박대통령의 ‘무(無)눈물’의 의미를 어슴푸레 알게 됐다”고 했고, 중앙일보는
20일자 사설에서 “대통령의 사과의 진정성이 느껴진다”고 단언했다.
보고서는 “상사병도 증상이 심해지면 치료를 받아야 하는 법”이라며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언론도 이미 침몰했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시절이 하 수상하니 여기저기 ‘딸랑 딸랑’ 소리들만 넘쳐난다”고 비판했다.
'나의 글 > 기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체가 아무리 많아져도 ‘공영방송’이 중심 잡아야” (0) | 2014.05.25 |
---|---|
“길환영 사장 퇴진 요구, ‘직종 이기주의’ 아니다” (0) | 2014.05.25 |
정홍원, “언론에 협조요청”…김시곤의 뒤를 잇는 정홍원? (0) | 2014.05.22 |
“SBS가 ‘보도의 기준’ 되도록 감시기능 강화할 것” (0) | 2014.05.22 |
서울신문 1면이 ‘악마의 편집’ 비난받은 이유는? (0) | 2014.05.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