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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 /단상

질문에는 질문으로.

입증된 것도 없는 그냥 잡담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뭔가 A라는 주장에 공감하면서도 A를 끝까지 밀고 나갔을 때 도출되는 B라는 결과에 대해서는 바로 공감하지 않는다.

보수진영은 국정원 대선개입 때 이를 아주 잘 써먹었다. 국정원 대선개입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자 대선불복을 따져 물었다. "그럼 대통령 선거를 다시 하자는 거냐" "지금 대통령이 정당성이 없다는 거냐"는 식으로. 그에 대해 야권, 심지어 국정원 사건 반대 집회를 하던 시민사회계도 그렇다고 대답하지 못했다. "대통령이 책임져라" "사과해라"는 요구만 가득했다. "그래 선거가 부당했으니 물러나고 선거 다시하자"는 말이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금기다.

그 반대의 결과가 나온 게 2010년이었다. 천안함 사건으로 북한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져가고 이명박 대통령은 전쟁기념관에서 담화문까지 발표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북풍이 불것 같았지만 야권은 "전쟁이냐 평화냐" 구호로 대응했고 야권이 이겼다. 야권은 "그래, 그렇다고 전쟁할거냐?"고 되물은 셈이다.

이런 심리를 통해 여론을 돌파하는데 능했던 인물은 노무현이었다고 생각한다. 노무현이 후보 시절 장인의 좌익전력이 논란이 됐고 보수언론과 심지어 민주당의 다른 후보까지 이를 공격했다. 노무현은 "그럼 제가 아내를 버려야합니까"라고 되물었다. 그건 심하지, 당연히.

탄핵 때도 마찬가지. 노무현의 선거개입성 발언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고 노무현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그래도 탄핵은 좀 심한 거 아닌가"라고 생각했을 거다. 한나라당은 금기를 건드려서 당했다.

결국 여론을 뒤집고 싶다면 계속 질문을 던져야 한다. 누군가의 질문에 대답하는 입장에 서면 늘 지거나 잘해봐야 5대 5다. 질문에는 질문으로 맞대응하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