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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특조위는 마지막 구조요청을 하고 있다

세월호 특조위는 마지막 구조요청을 하고 있다


[기자수첩] 일하고 싶은 조사관들 “이대로 끝내면 진짜 아무것도 안 한 세금도둑으로 만드는 것”


지난 주 ‘A4용지도 떨어져, 유가족들이 출장 기차표 끊어주기도’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조사관들이 월급도 받지 못한 채 조사를 이어가고 있으며 심지어 유가족이 기차표를 끊어준 적도 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세월호 특조위는 이 기사에 대해 해명자료를 냈다. 특조위는 지난달 31일 해명자료를 통해 “세월호 특조위 조사관 2명이 7월 12일 1일 일정으로 부산에 출장갈 때, 유가족이 왕복 여비에 상당하는 KTX 승차권을 구매해주신 것은 사실”이라며 “해당 특조위 조사관은 KTX 승차권을 구매해준 유가족에게 이는 사적 차용이며 추후 비용이 마련되면 변제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특조위는 또한 “세월호 특조위는 정부의 조사활동 강제종료 조치로 인하여 조사활동을 위한 출장비가 지급되지 못하는 등의 상황을 일부라도 타개하기 위하여 위원들이 소액의 조사활동기금을 마련하여 직원의 조사활동 필수경비에 사용하고자 준비해왔으며, 조만간 이를 시행할 예정”이라며 “유가족으로부터 KTX 승차권을 제공받은 위의 조사관에게도 조사활동기금에서 비용을 지불하고, 또한 해당 조사관이 유가족에게 변제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특조위가 해명자료를 낸 이유는 ‘특조위가 유가족 돈을 유용한다’는 식의 악의적인 보도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실제 이런 악의적인 기사는 나오지 않았지만, 특조위는 팩트를 쓴 기사에 대해 해명자료를 낼 만큼 여론과 언론의 반응을 민감하게 고려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간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특조위가 ‘세금도둑’이라는 비난을 쏟아냈고 이로 인해 특조위가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는 인식이 퍼져 나갔기 때문이다. 조선일보가 특조위 관련 오보를 내고 정정보도한 사례만 4건에 달한다. 규정에 따라 출장시 이코노미 요금을 책정했는데 비즈니스 요금으로 출장을 계획했다고 보도하거나 총 150억 원이던 예산을 369억 원이라고 뻥튀기해서 쓰는 등 예산에 관련된 오보였다. 한 특조위 관계자는 기자에게 “조선일보는 의도적으로 이렇게 쓰는 걸까요?”라고 묻기도 했다.


이런 인식은 ‘특조위가 세금만 많이 가져가고 일은 안 한다’는 비난으로 이어진다. 몇몇 언론은 특조위 예산 중 인건비 비중이 대부분이고 사업비나 조사활동비는 별로 없다는 점을 근거로 특조위가 월급 가져가는 데만 치중한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특조위가 요청한 조사활동비나 사업비예산을 정부가 깎아버렸다는 맥락은 빠져 있다.

또 몇몇 언론은 특조위가 제대로 조사한 게 없다고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231건을 채택한 특조위가 10개월 간 조사 끝낸 게 1건 뿐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특조위가 특별법을 근거로 지난해 9월 임명을 요청한 진상규명국장을 정부가 아직도 임명하지 않았으며, 공무원 48명 중 19명을 아직도 배정하지 않았으며 이런 이유로 조사관들이 조사 업무에 치중하지 못한 채 행정업무까지 맡고 있다는 맥락은 빠져 있다. 

▲ 조선일보 6월29일자 1면 기사 제목. 오보였다.
정부여당은 보수언론의 ‘세금도둑’론과 발을 맞췄다.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였던 김재원 전 의원은 지난해 1월16일 특조위 관련 규모가 지나치다면서 특조위를 ‘세금도둑’에 비유했다. 이런 주장을 야당이 반박하면서 세월호 특조위는 지난 1년 간 ‘정쟁’의 중심에 섰다. 

특조위 조사관들에 따르면 조사를 위해 연구 용역을 맡기려 해도 용역업체들이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특조위 연구용역을 맡는 것이 어느새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해석되어버렸고, 이에 부담을 느낀다는 것이다. 

실제 특조위 의뢰를 받은 한국인사이트연구소가 지난달 27일 열린 토론회에서 보고서를 공개하자 보수단체 간부가 찾아와 항의하는 일이 있었다.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세월호 참사 관련해 트위터에 올라온 글들을 분석한 결과 1~2명의 조장 계정이 글을 올리면 수십 개의 조원 계정이 이를 리트윗하는 방식의 ‘비정상적인 트윗작성 패턴’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소 측은 ‘틀에 따라 분석한 것일뿐’이라고 했고 특조위 측도 “특정인을 지목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다”고 했지만, 조장 계정의 주인으로 지목된 보수단체 간부는 명예가 훼손됐다며 특조위 측과 연구소에 격렬히 항의했다. 그는 “개인이 개인 계정 가지고 리트윗한 게 뭐가 잘못 됐나. 진보진영은 안 하나”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세월호 특조위의 별정직 공무원, 조사관들은 일반 공무원에 비해 그 일의 무게가 훨씬 무겁다. 세월호 특조위에 대한 싸늘한 여론과 언론의 무게를 그대로 짊어진 채 협조하지 않은 조사기관을 상대로 때론 ‘정치단체’라는 비난을 받으며 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조사기간 종료를 통보한 탓에 무급에 출장비도 없다.

이런 특조위 조사관들에게 업무가 하나 더 늘었다. 단식농성이다. 이석태 특조위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특조위 조사기간을 보장해달라며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이 위원장이 1주일 간 단식을 하고 상임위원, 비상임위원을 거쳐 희망하는 조사관들이 동참한다. 

1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이석태 위원장을 방문하던 시간, 광화문 농성장 천막 한 켠에서 특조위 조사관들이 9월에 열릴 청문회를 위한 회의를 하고 있었다. “이대로 끝나면 우리를 진짜 아무것도 안 한 세금도둑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한 특조위 관계자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이석태 위원장은 “9월 말이면 진짜 문을 닫아야할지도 모른다. 특조위는 지금 정부와 국회, 한국사회에 ‘조사하게 해달라’며 구조요청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조위의 구조요청에 누군가 응답해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