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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이 떠돌고 있다”

“김영란법,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이 떠돌고 있다”

김기식 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기자간담회… 김영란법 설계자가 말하는 김영란법의 오해와 진실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김영란법은 이름 그대로 김영란 전 대법관이 만들었지만 김 전 대법관의 손을 벗어났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논의되는 과정을 거쳐 김영란법이 여러모로 수정됐기 때문이다. 

국회에서의 김영란법 논의를 주도하고 지금의 김영란법을 만들었다 볼 수 있는 김기식 전 의원(19대 국회 정무위 야당 간사)이 2일 오후 국회에서 김영란법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김영란법에 관해 언론에 보도되는 각종 오해를 풀기 위해서였다. 그는 “국회의원들이 김영란법을 만들며 자기네만 빠져 나가는 식으로 입법을 했다는 주장이 있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의 기자간담회 내용을 Q&A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Q : 김영란법, 국회의원은 예외라던데.

A : 전혀 사실이 아니다. 김영란법은 ‘누구든지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하여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 등에게 부정청탁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국회의원도 예외가 아니다. 김영란법 2항 3호는 ‘선출직 공직자, 정당, 시민단체 등이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거나 법령‧기준의 제정‧개정‧폐지 또는 정책‧사업‧제도 및 그 운영 등의 개선에 관하여 제안‧건의하는 행위’를 부정청탁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예외조항으로 규정한다. 국회의원이 빠져 나가기 위해 이 조항을 새롭게 만들었다는 왜곡된 주장이 있다. 하지만 이 조항은 새롭게 만든 것이 아니라 김영란 전 대법관이 만든 원안에도 있던 내용이다. 원안의 8조3항 4호와 7호를 하나로 합친 것이다. 일부러 수정했다는 말은 전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Q: 왜 이런 오해가 생겨났을까. 

A : 김영란법 원안이 어떻게 되어 있었는지 보지 못하고 제출된 법안의 수정과정만 보다보니 그랬을 것이다. 권익위나 국회차원 적절하게 설명해주지 못해 생겨난 오해라 본다.

▲ 김기식 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제공=김기식 의원실
Q: 안철수, 노회찬, 심상정 의원은 김영란법에 국회의원을 넣겠다고 하던데.

A : 그 부분에는 유감이 있다. 국회의원이 포함된 사실을 명확히 명시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하더라. 법에 분명 공공기관 중 하나로 국회가 명시되어 있다. 법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거나 비판여론에 편승하는 태도다.

Q : 그렇다면 원안과 최종안(현행 김영란법)의 핵심적 차이는 무엇인가

A : 법 적용대상에 누구를 빼느냐 넣느냐는 관심사안이 아니었다. 가장 핵심은 부정청탁의 개념이 너무 포괄적이라는 점이다. 김영란법 원안대로 제정했다면 위헌판결 났을 가능성이 100%였을 것이라 본다. 위헌 소지가 있는 불명료함을 해결하기 위해 포지티브와 네거티브, 즉 해서는 안 되는 행위(부정청탁)와 허용되는 행위 모두를 열거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래서 이번 헌재판결에서 이 법률의 명료함과 명확성과 관해 전원이 다 합헌결정을 한 것이다.

Q: 원안의 부정청탁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A: 예외조항만 열거해 너무 추상적이다. 예컨대 저축은행 사태 때 후순위 채권을 매입한 수만명의 피해자들이 금융위, 금감원, 국회를 찾아와서 억울하니 대책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거나 동양증권에서 판매한 CP를 매입했다가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국회, 금감원, 금융위와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경우도 부정청탁에 해당될 수 있다. 현행 법률상으로는 이 피해자들에게 법률상 보상, 배상을 해줄 수 없는데 법으로 할 수 없는 일을 해달라고 하는 것도 부정청탁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야 의원 모두 국민이 법으로 되는 일인지 아닌지 일일이 공부해서 되는 일만 민원 제기한다는 게 가능하지 않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한 현행법상 허용되지 않는다 해도 국민은 법을 고쳐서라도 피해를 보상해달라고 요구할 권리가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국민주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Q : 김영란법 원안에는 ‘이해충돌방지’가 포함돼 있었는데 현행 김영란법에는 빠졌다.

A : 이해충돌방지에는 여러 가지 내용이 있다. 공직자들의 소관 직무와 관련 있는 법인/단체에 공직자의 가족이 근무하는 경우 제척하도록 하는 제척회피 제도, 사적이해관계에 따른 업무수행 금지, 가족채용금지, 거래관계제한 등등이다. 나머지는 다 여야간 합의가 됐는데 이 법이 통과되지 못한 이유는 제척회피제도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법률적으로 도저히 시행 가능한 법률이 아니라는데 여야 의견이 일치했다. 

Q : 어떤 점에서 그런가

A : 제척회피제도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건을 다루는 법원, 검찰에서만 실현가능하다. 예컨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부에서 재판을 하는데 원고나 피고 중 한 명이 판사의 4촌이내 친인척일 경우 회피해야한다는 식이다. 형사1부에서 2부로 배달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포괄적인 직무수행을 하는, 예컨대 정부중앙부처의 과장급 이상 공직자의 경우 이를 적용하면 업무를 할 수가 없다.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금융위가 제출하는 주요한 모든 법률에 대한 실무작업의 총괄책임을 지닌다. 그런데 성과연봉제 관련 법안이 나왔다고 해보자. 금융기관 전체 이해당사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법안이다. 금융정책국장의 4촌 이내 친인척은 은행, 보험사, 카드사, 증권사 등 금융관련업종에 신입사원으로도 입사하면 안 된다. 아니면 국장이 그만둬야 한다. 판사나 검사처럼 원고피고 특정인 확정되는 경우에만 적용 가능하다.

Q : 언론 종사자도 ‘공직자 등’에 포함되니 영향을 받겠다.

A : 지금 언론에서 이해충돌방지법안까지 원안대로 빨리 입법하라고 요구하는데, 원안대로 통과시키면 각 언론사 경제부 기자들은 기사를 쓸 수가 없다. 기사쓸 때마다 4촌 이내 친인척이업무(기사 작성)와 관련 있는 직종에 있는지, 소속기관장에게 신청해야한다. 그리고 소속 기관장은 이를 판단해 조치한다. 현실적으로 제도운영이 가능한가? 대안에 합의점을 보지 못해서 일단 ‘부정청탁’과 ‘금품수수’에 관한 부분만 우선적으로 입법하게 된 것이다. 

Q : 안철수 의원이 이해충돌방지 법안을 입법했던데.

A : 안 의원이 3년 전 정부가 제출한 법안을 그대로 가져가 똑같은 법안을 냈다. 3년 간 이해충돌 방지조항과 관련해 어떤검토와 토론이 있었는지에 대한 면밀하고 신중하고 충분한 검토 없이 정부가 제출한 법안을 그대로 베끼다 시피해서 제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Q : 몇몇 언론은 이해충돌방지 법안이 통과됐으면 국회의원의 친인척 채용은 없었을 거라고 말한다.

A : 법안을 잘못 이해하는 것이다. 안철수 의원도 법안을 내면서 친인척 채용이 금지된다고 이야기했는데 그렇지않다. 공직자의 채용 제한은 가족 범위로 한정된다. 가족은 민법상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생계를 같이하는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생계를 같이하는 형제자매의 배우자다. 실제 친인척 채용이 문제가 된 사례의 대부분은 가족의 범위를 넘어 친인척을 포괄하고 있다.  

Q : 김영란법이 통과되면 쪽지예산 막을 수 있다는 보도도 많이 나온다.

A : 전혀 사실이 아니다. 김영란법은 예상 편성 확정과정에는 전혀 개입할 수가 없다. 쪽지예산을 근절시키는 방법은 국회법 개정을 통해 가능하다. 상임위에서 한 번 삭감한 예산을 예결위에서 다시 복원하거나 증액할 수 없도록 하고 동시에 상임위에서 증액하지 않는 예산을 예결위 단계에서 새롭게 증액하거나 예산항목 신설을 금지해야 막을 수 있다.

Q : 왜 하필 ‘공직자 등’에 언론과 사립학교 교원만 포함시키느냐라는 문제제기도 있다.

A : 금융, 의료, 로펌. 시민단체로 확대해야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적 성격을 갖는 업무와 연관된 민간 범위로 확대하는데 반대하지 않는다.

Q : 언론에 김영란법 관련해 사실과 다른 보도가 많이 나가는 이유가 뭘까.

A : 어떤 언론을 보니 택시기사의 블랙박스 설치를 정부가 지원해달라는 요구를 국토통부장관에게 이야기해서 장관이 담당공무원에게 이야기하면 불법이고 국회의원에게 민원 넣으면 합법이라고 하더라. 전혀 사실이 아닌 보도로 허위보도다. 택시조합이나 협회가 이야기하는 걸 담당공무원에게 전달하는 게 왜 불법이냐.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이 떠돌고 있다. 권익위 책임이 크다. 담당부처이자 처음에 법을 만든 권익위가 책임의식을 가지고 무엇이 합법이고 불법인지에 대해 기준고 가이드라인을 주고 유권해석을 해야하는데 무책임하다. 1년6개월의 유예기간을 주고 준비하라고 했는데 시행령도 막판에 내놓고, 해설집도 이제야 내놓는다. 위헌판결 나길 기다린 거 아닌가? 국회와 언론이 문제삼으니 혹시 개정되지않을까 기대하며 정부부처가 해야될 책임을 방기해온 것 아닌가?

Q : 김영란법의 우려되는 점은 없나

A :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와 국민주권이 제한되는 경우, 공직자들이 이 법을 국민들의 정당한 고충민원 처리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할 소지에 대해 가장 우려한다. 공무원들이 수많은 정책건의, 요구사항을 깔고 뭉개고 앉아서 처리하지 않고 소극적으로 행동하면서 이를 김영란법으로 합리화하는 일이벌어지지 않도록 언론이 감시해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