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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필 vs 유승민, 새누리당 모병제 논쟁 심상찮다

남경필 vs 유승민, 새누리당 모병제 논쟁 심상찮다

‘반기문 대망론’과 ‘문재인 대세론’의 차이… 새누리당은 벌써 정책 경쟁, 더민주는 경선 룰 두고 신경전

‘마땅한 대권 주자가 없다’던 여권의 대권경쟁이 시작됐다. 핵심은 모병제 등 의제 선점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는 방식이다. 야권 주자들이 출마 선언을 이어가며 경선 룰을 둘러싼 경쟁을 벌이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김 영우 새누리당 의원이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을 통해 “이제 대선바람이 서서히 불기시작했다. 모병제가 등장하고 정의가 등장한다”며 “나라를 이끌어 갈 후보들은 서로가 서로를 존중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유승민 의원 간에 벌어진 ‘모병제 설전’을 일컫는 말이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행정수도 이전에 이어 모병제를 대선공약으로 내걸며 대선주자로서 급을 키우고 있다. 남 지사는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가고 싶은 군대 만들기’ 토론회에 참석해 모병제의 불가피성에 대해 역설했다. ‘안보보수’의 금기라고 할 수 있는 모병제 관련 의제를 여권의 대권 주자가 선점하는 모양새였다. 이날 토론회는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했는데, 김 의원은 지난 2012년 대선후보로 나서며 모병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남 지사는 지난 2일 CBS 김현정의뉴스쇼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하면 공약이 되는 건가’라는 질문에 “그렇다. (도입 시기인) 2025년이 불과 10년도 안 남았다. 내년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남 지사의 모병제 주장에 반대입장을 밝힌 인물은 또 다른 대권 주자인 유승민 의원이다. 유 의원은 지난 7일 한림대학교 특강 자리에서 “모병제는 정의롭지 못하다. 모병제가 시행되면 부잣집 자식은 군대에 가는 경우는 없고, 가난한 집 자식만 군대에 가게 된다”고 밝혔다.

이에 남 지사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누구의 생각을, 어떤 정책을 정의롭지 못하다고 규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히틀러도 자신은 정의롭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남 지사는 유 의원에게 모병제에 대한 공개토론까지 제안했다. 남 지사의 제안으로 모병제를 둘러싼 논란과 토론이 이어졌고, 남경필 지사는 대선주자로서 모병제 이슈를 자신의 것으로 확고히 했다.

유승민 의원도 ‘강연정치’를 이어가며 사회 의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7일 특강에서 유 의원은 야당이 주장하는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에 대해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또한 교육문제에 대해 “제2의 고교평준화를 생각해야 한다. 자사고와 일부를 제외한 외고 중심 특목고는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제에 대한 발언을 내놓는 대권 주자들은 또 있다. 김무성 전 대표는 6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교실 세미나 자리에서 “일부 정치인들은 불평등 해소를 위해 증세가 최선의 해결책인양 주장하고 있다”라며 증세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유승민 의원 등 당내에서 증세를 주장하는 입장이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쟁점이 될 만한 이슈다.

김문수 전 지사는 페이스북에 동영상을 올려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 전 지사는 “공수처를 신설해 고위 공직자 비리를 뿌리째 대청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화제가 됐다. 정진석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공수처 도입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여권의 대권 주자들은 논쟁이 될 만한 의제에 대한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몸값을 올리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반 면 더민주 대권 주자들은 본격적인 ‘출마선언’을 이어가고 있다. 김부겸 의원은 8월3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당권 불출마 선언 이후 사실상 대선 경선 출마를 준비해 왔다. 나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출마를 공식화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김대중·노무현의 못 다 이룬 역사를 완성하고자 노력할 것”이라며 사실상 출마를 선언했다.

국 민의당, 더민주 양쪽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은 2일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죽음을 각오로 저를 던지겠다”며 사실상의 출마선언을 했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6일 페이스북에 “대한민국의 혁명적 변화를 위해 역할을 다하겠다”는 글을 올리며 대권 출마를 선언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은 8월28일 야권 주자 중에는 가장 빨리 대선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여 권과 야권의 이러한 차이는 ‘반기문 대망론’과 ‘문재인 대세론’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여권의 가장 경쟁력 있는 대권 후보는 반기문 UN사무총장이지만, 아직 출마 여부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여권 후보들은 출마선언은 하지 않은 채 계속 이름이 오르내릴 방법으로 이슈 선점을 선택했다.

반면 야권은 문재인 전 대표라는 실체 있는 대권 후보가 존재한다. 8월27일 추미애 대표 체제가 만들어지면서 ‘문재인 대세론’은 더욱 굳어졌다. 문재인 대세론이 더 강해지기 전에 이를 견제하기 위해 대선 주자들이 출마선언을 앞당겼다는 것이다. 실제 야권 대선 주자들의 출마선언은 8.27 더민주 전당대회 이후 연달아 이어졌다.

따라서 더민주 대권 주자들의 경쟁은 당분간 의제 경쟁이 아닌 ‘대선 경선 룰과 시기’를 둘러싼 신경전의 형식을 띠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안희정 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등 지자체장들의 입장에서는 2017년 4월5일 재보선 이후 대선 경선을 치르는 것이 유리하다.그 이전에 대선 출마를 위해 사퇴하면 재보선을 치러야한다는 부담감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김두관 경남지사가 지사직을 사퇴한 후 출마선언을 했다가 많은 비판에 시달렸다.

추미애 대표는 ‘내년 상반기’를 당 대표 경선 시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추 대표는 8일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내 가치와 철학의 비전을 놓고 국민에게 호소했으면 좋겠다. 괜히 경선 시기 한 두달 갖고 ‘나한테 기회가 적다, 많다’고 논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