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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의 5·18 묘역 참배와 추미애의 전두환 예방

김종인의 5·18 묘역 참배와 추미애의 전두환 예방

추미애의 통합행보가 비판받은 이유…오락가락 행보 정체성 강화 약속과 멀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부여당과 각을 세우며 야당의 정체성을 되살릴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통합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추 대표의 통합행보가 전두환 전 대통령을 예방 소동으로 이어지자 당 안팎의 반발이 나온다.

추 미애 대표는 9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어제 전두환 전 대통령 예방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걱정을 해주셨다”며 “애초 예방의 목적은 모든 세력을 포용하고자 했던 마음 때문이었다. 그러나 반성과 성찰을 거부한 상태에서의 예방은 적절하지 않다는 당과 국민의 마음이 옳다고 보여 진다”고 밝혔다.

추 대표는 또한 “우리 당과 국민은 포용과 통합의 길을 가겠지만 그 길을 여는 것은 반성과 성찰이 먼저이다. 학살과 독재의 어두운 과거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성찰, 이것이 국민의 마음을 여는 열쇠이고 포용의 길을 잇는 다리”라며 “민주주의 역사의 피가 흐르는 더불어민주당의 대표로서 당과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고 강조했다.

전날 추 대표의 전두환 전 대통령 예방 소식이 알려지며 당내에서 큰 반발이 일었고, 예방을 일정을 취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윤관석 더민주 수석대변인은 8일 오후 브리핑에서 “추미애 대표는 국민대통합 차원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추진했으나 적절하지 못하다는 최고위원회의 의견을 존중하여 일정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최고위원들은 일제히 추 대표의 전 전 대통령 예방에 반대했다.

추 대표는 전두환 전 대통령 예방을 ‘국민통합’의 일환이라 설명했다. 추 대표가 취임 첫 날 공식일정으로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지난 7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 예방과 같은 맥락의 행보’라고 설명했으나, 전 전 대통령까지 찾는 것은 ‘금도를 넘었다’는 반발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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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를 계기로 추 대표가 취임 이후 이어 온 행보에 대한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추 대표는 ‘강한 야당’을 모토로 내세우며 당 대표에 선출됐고 각종 현안에서 박근혜 정부와 각을 세울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대표 당선 이후 각을 세우기보다는 통합 행보에 주력했다.

사드 반대 당론을 채택하지 않는 것이 대표 사례다. 추 대표는 7일 국회에서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김천투쟁위원회 관계자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성주, 김천 주민들은 ‘더불어민주당이 사드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추 대표는 “제가 전당대회 전에 제 개인적인 소신은 다 밝혔다. 더민주가 당론을 정하는 절차를 밟으려면 여러 가지 토론이 많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추 대표는 6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민생’을 강조했다. 추 대표는 세월호, 가습기 피해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백남기 농민을 언급했으나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조사기간 보장을 비롯한 정부의 책임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다. 추 대표의 박근혜 정부에 대한 공세의 지점은 경제문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추 대표는 민생을 강조하며 경제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이런 행보는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연상시킨다. 김 전 대표는 경제문제에 대해서는 박근혜 정부와 각을 세웠으나 나머지 현안에 대해서는 크게 대립각을 세우지 않았다. 김종인 전 대표는 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 예방에 대해 “추 대표 본인 생각에 필요하다면 만나는 것이지 무슨 상관이 있겠나”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러다보니 새누리당이 추미애 대표를 칭찬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김명연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6일 추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대해 “민생경제에 집중한 연설을 높이 평가하고, 민생경제가 비상상황이라고 지적하며 강조한 내용들은 보다 생산적인 방향으로 녹여내어 건강한 결과물을 이끌어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8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에서 “당내 반발로 취소하긴 했지만 추미애 대표가 국민통합을 위해 전두환 전 대통령을 방문하려 했다는 건 신선한 충격이다. 더민주도 기존의 관성적인 패러다임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오신환 새누리당 홍보본부장 역시 8일 ‘YTN 최영일의 뉴스 정면승부’ 인터뷰에서 “앞으로 정치는 너무 편 가르기를 하거나 그런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보고 정치가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전 전 대통령 예방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추 대표의 ‘국민통합 행보’가 반발을 부르는 이유는 단순히 반대편에 있는 사람을 찾아가는 것을 ‘통합 행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김 종인 전 대표는 취임 직후인 1월31일 5·18 민주항쟁추모탑을 찾아 참배했다. 5.18 관련 단체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김 전 대표의 이러한 행보는 전두환 정권 시절 국보위에 참여한 ‘가해자’가 피해자들을 찾아 사과하는 모양새였다. 추 대표의 전두환 전 대통령 예방과 성격이 달랐다는 뜻이다.

추 대표는 전 전 대통령 예방을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행보에 빗대기도 했다. 추 대표는 8일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김대중 정신’을 제가 약속했고, 그것이 ‘추미애 정치’의 출발이었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 늘 보면 당부하신 말씀이 ‘죄는 미우나 사람은 미워하지 않는다’였다. 그런 통합 행보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 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의 통합 행보는 대통령 당선 이후 ‘권력자’가 된 입장에서 과거의 가해자들을 상대로 한 것이었다. 반면 추 대표는 대통령이 아니라 정권교체를 목표로 내건 제1야당 대표다. 추 대표의 행보가 통합행보가 아니라 ‘강경파 아니냐’는 안팎의 시선을 의식한 오락가락 행보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